광우병, 에이즈, 뿌린대로 거두는 환경 전염병 활자이야기

광우병의 공포가 한번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광우병이 왜 발생했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 광우병이 왜 생기는 줄 알어?'라고 물었을 때 속시원히 대답하는 사람은 예상외로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안걸리기 위해 발버둥 칠 뿐, 그 병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데는 소홀한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광우병 뿐만이 아니다. 의료기술은 쉼 없이 발전하지만,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병이 자꾸만 생기기 때문에 인류는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간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데도, 우리는 실제로 우리의 가까운 곳에서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 사건(?)이 터졌을 때 허겁지겁 수습하려 하지만 그 사건이란 몇년, 몇십년, 몇백년간 저질러온 인간의 잔인함에 대한 댓가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몇달 전이던가. TV에서 수퍼 박테리아라는 놈에 대한 다큐를 본 기억이 있다. 대개의 경우, 인간의 몸에 세균이 침투했을 때는 항생제를 사용하여 세균을 잡기 마련이지만 이 세균은 어떠한 항생제에도 내성이 있고 끊임없이 변형해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딱히 치료법을 찾기가 힘들고, 많은 영국인들이 고통을 받으며 죽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내용을 한동안 중국을 휩쓸었던 사스(SARS)라는 병의 공포, 그리고 AI라는 조류독감을 매치하여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면서 그 모든 것이- 심지어 광우병까지도 동일한 원인에서 비롯된 새로운 전염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환경 전염병! 그것은 인간이 저질러온 잔인함에 대한 댓가였다.

빨리 키우고 빨리 팔아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경제 논리에 입각했을 때, '소'란 가축이 아닌 단순한 고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인간은 초식동물을 육식동물로 억지로 만드는 잔인한 짓을 저질렀다. 빨리 살찌우기 위해서 병든 양과 소의 육골분을 갈아만든 사료를 다시 소에게 먹였던 것이다. 그것이 광우병의 원인이 되었다면, 간단한 식중독균 살모넬라가 항생제에 내성이 강한 살모넬라DT104로 변종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이다. 소를 빨리 키우기 위해 비위생적이고 좁은 축사에 고깃덩이처럼 밀어넣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쉴새없이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여왔다. 그 결과, 세균들은 강력한 내성을 가진 변종으로 거듭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각종 전염병에 실제로 걸린 사례들과 친절한 설명으로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환경 전염병에 대한 해설서이자, 반성의 책이다. 웨스트나일뇌염, 라임병... 생소한가? 그럼 에이즈는 알겠지. 문란한 성관계만 아니라면 에이즈에서 안전하다는 생각은 이 책을 읽으면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도 이 병들의 사정권 안에 있다. 올 가을이 전례 없이 모기가 왕성한 가을이라는 것을 많이들 느낄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온 따뜻한(?) 지구가 가져오는 새로운 전염병들이 앞으로도 무지막지 할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 우리는 아직도 그 병 하나하나와 맞서 싸우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정복했다고 믿는다. 과연 우리의 의학은 병을 정복했을까? 이제 암만 정복하면 끝이라는 말인가? 사실 숫자로 환산하면 암이 치료되는 확률은 예상외로 높다. 그리고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 위해 저지른 또다른 일에 대한 댓가를 서서히 치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