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머리이야기

고등학교 때, 나는 그리 학업에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량한 학생도 아니었지만. 그저 수학문제 풀고, 영어단어 외울 시간에 보고싶은 책을 보고, 일기를 쓰고, 편지를 써댔을 뿐. 뭐 조금 더 보태자면 점심 식사, 저녁 식사 시간에는 교내용 실내화를 직직 끌고 온 동네를 산책해대는 통에 고운 눈빛을 많이 받지는 못했었지만. 그래도 나름 스스로는 인생의 황금기라고 꼽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었다. 만족도 별 5개 중 4.5개 정도?

그 시절이 내 짧은 인생을 통털어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며 보냈던 시간인 것 같다. 상상에 상상을 더하고, 생각에 생각의 가지를 뻗었던 시절, 그 때 썼던 글들을 보면 내 스스로도 참 탄복할 수 있는 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래서 자주 하지는 않지만 예전의 일기를 읽는 일들은 내겐 나름대로의 보물을 찾는 양 기쁘기만 하다.

그 다음으로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던 시절은 대학시절 배낭여행을 다닐 때였다. 단순히 도시에서 도시로 급히 이동해야하는 타이트한 일정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한 지역에 1주 이상씩 머무르는 느린 스케줄이라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진다. 게다가 머무르는 지역이 농장이라면...

호주에서 팜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한 농장에서 1~2주 가량 머물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을 하는 것으로 돈을 벌거나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경험을 위한 우프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비 박제 농장, 옥수수 농장, 난을 키우는 농장, 소와 말이 가득한 목장 등등 다양한 농장에서 머무는데, 낮 동안은 이것 저것 할 일이 많지만 밤이 되면 딱히 할 일이 없다. 도시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고, 불빛도 제대로 없고, 그렇다고 티비를 보거나 하지도 않는다. (윽! 영어의 압박) 그러면 선선한 바깥 공기를 쐬며 음악을 듣거나 글을 끄적거리는 것이 또 일이었다. 당연히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참으로 길었고...

그런 시간이 지나고나서는 한동안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특히나 바쁜 일상 속에서는 더했다. 매일매일을 똑같은 챗바퀴처럼 살아가는 직장인이란,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러면서 점점 무뎌져 갔고, 무관심해졌다. 나 이외의 것들에 대해, 그리고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 내가 속한 세상의 부속품인양 그렇게 아무런 생각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던 내게 한 가지 계기가 생겼으니, 바로 블로그였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블로그 라이프. 블로그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내 삶은 조금씩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늘상 보던 티비도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고, 아무리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를 쫑긋 기울이게 되었다. 다른 블로거들의 글들은 여러가지로 내게 자극이 되었고, 내가 사는 세상이 조금씩 넓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내 삶의 주인이 된 것처럼. 

전처럼 나는 챗바퀴 돌듯 살아가고 있지만, 같은 삶이 아니었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면? 답은 있다. 블로그를 시작하라. 또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니...   


덧글

  • 애니싸랑two 2008/12/04 21:13 # 삭제

    덕분에 도움이됫내요 ㄳ
  • 미친공주 2008/12/05 09:15 #

    @.@ 무슨 도움....? 뭐 어쨌든 도움이 되셨다면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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