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안대가 필요한가요? 잡담

곧 다가오는 동생의 생일, 늘 필요한 것을 서로 사주는 것이 익숙한 터라 뭘 받고 싶은지 물었다. 화장품, 옷, 악세서리, 목도리, 장갑... 등등 이것저것 필요함직한 것들의 리스트를 곰곰히 떠올리면서.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수면 안대가 필요해."

"엥??? 수면 안대라.. 음.. 잘 때 하는 그거 말이지? 그거 하면 잠이 오냐?" 

"글쎄. 요즘 영 잠자기도 힘들고 낮에 잘래도 눈이 부시고 뭐 이래저래.."

"뭐 필요하다면야..."

잠. 나는 잠과의 전쟁을 별여본 기억이 별로 없는 터라 '불면증'이라는 것이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민한 성격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쁘게 말하면 둔감형) 언제 어떤 장소에서도 잘 잘 수 있는 것이 나의 장점이다. 열 몇시간 버스를 타면서도 목이 부러질 듯 아파도 잤고, 열 몇시간 기차 칸에서 번데기마냥 웅크리고도 잘 자는 나였다. 그렇기에 장소 좀 바뀌었다고 해서 남의 집에서 자는 것을 설칠 리도 없다. 그러니 내 집 내 편한 침대에서야 오죽 잘 자랴. 눕기가 무섭게 기절이다.
(요즘엔 일반 안대가 아닌 눈베게라고 눈 위를 덮는 놈도 있다. --;; 눈위를 덮으면 답답하지 않을까?)

 

내게는 너무도 당연한 이 '잠'이라는 놈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런 나의 평범한 일상은 부러움(?) 그 이상일 것이다. 몇 시간을 뒤척이며 잠을 못이루고 다음 날 아침에는 벌건 토끼눈으로 일상을 시작하는 사람들, 오후쯤 되면 맥빠진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올빼미마냥 잠이 들지 않아 괴로워 하는 사람들.

내 주변에도 동생을 제외하고 이런 사람이 두어명 더 있었다. 한 친구는 혼자 있는 것을 힘겨워 하는 스타일로, 티비가 켜있거나 전화를 하거나 라디오를 틀거나 뭔가 소음이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얻어 잠드는 스타일이다. 그 친구랑은 잠들 때까지 오손도손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사실 눕자마자 잠드는 나로써는 잠을 참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적잖은 고역이었다.

다른 한 친구는 눈부심을 힘겨워 하는 스타일로, 불을 다 끄더라도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 네온사인 불빛에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친구였다. 이 친구는 수면안대나 그 비슷한 어떤 것으로 눈을 가려야 그나마 잠을 자곤 했다.

(수면안대. 내가 하긴 싫지만 하고 자는 걸 보면 귀여울 법도 하다.)

 

내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불면증에 대해 진단을 내리거나 해결책을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생각해보면 수면 습관도 일종의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어릴 때부터 잠들기 전에 했던 일정한 버릇들이 습관이 되어 그 요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잠들기 어려운 것이다. 늘 소음 속에서 잠을 청했다면 조용할 때 되레 잠을 못자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혹은 두꺼운 커튼이 있는 집에서 살다가 커튼이 없는 집으로 이사를 가면 한동안 잠을 설치는 것처럼 적응이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스트레스만 못할 것이다. 하루 종일 있었던 일 중에서 뭔가의 실수를 계속 마음에 담아두거나,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두었거나, 감당이 어려운 일을 시작하기 앞서 막막한 기분이거나, 이런 저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면 잠이 올래야 올 수가 없다. 차라리 여기서 딱 끊고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할래~ 라는 '에라 모르겠다' 정신이 불면증엔 필수이다. 뭐, 말처럼 쉽다면 누가 불면증으로 고생하겠는가;;;

어쨌든 이 수면 안대 한 장으로 잃었던 동생의 잠을 다시 되찾아 올 수 있다면, 단순한 물건 그 이상의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기를 바라면서... 옛다! 받아라~!        


덧글

  • exdes 2008/11/10 17:29 # 삭제

    하나는 .. 사자새끼... 다른 하나는 강아지... 흠...
  • 미친공주 2008/11/10 18:08 #

    ^^
  • 김알랄 2008/11/10 23:09 #

    밤이 깊어지는 시간과 잠을 청하는 시간이 같다면 모르지만 해가 뜨는 시간에 잠을 청할때는 수면안대가 참 도움이 되더랍니다:D
    거기다 말씀하신 친구분처럼 라디오소리나 TV소리를 켜놓고 불을 켜둬야만 마음의 안정을 얻는데 또 불빛에는 민감해서 잠을 못 잘 때 켜 놓을 수 있는건 다 켜놓고(..) 수면안대를 착용하고 자면 마음의 안정도 얻고 잠도 잘 수 있는 그런.. <- 하나만 해
  • 지나다.. 2008/11/10 23:45 # 삭제

    저도 원래 참 잘자는 인물 중 하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잠을 못자게 되더라구요.
    수면 안대 괜찮은 아이템입니다.
  • 디나 2008/11/10 23:57 # 삭제

    빛을 가려주는게 효과도 있지만,

    수면 안대나 눈베개같은 종류들이 눈위의 눈꺼풀을 지긋이 눌러주는 효과 덕분이기도 하답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푹 잠들때의 그 눈꺼풀이 무거운 느낌이 잘 들지 않거든요.

    그 무거운 느낌이 들면 반사적으로 졸린 느낌이 들고 잠들게 되는데
    불면증이 있을땐 푹 잠들때와 다르게 한시간동안 눈을 계속 감고 있어도 눈꺼풀이 가벼워요;

    안대를 하면 눈꺼풀을 눌러줘서 가짜지만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효과 덕분에 졸리기도 하다고 하더라구요.

    전 라벤더 오일을 뿌린 안대를 애용해요;
    불면증이 심해서.......

    최근엔 수면 유도제는 거의 먹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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