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특실은 일반실하고 어떻게 다를까? 바람이야기

처음 KTX를 개통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난리였던 것 같다. 무슨 자기 부상열차며, 고속철이며, 떼제베가 어떻고, 프랑스가 어떻고 한동안 뉴스에 끊임없이 소개되었던 KTX 기차. 운행을 시작하고 나서도 한참을 3시간 만에 부산을 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 양 법석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행기 승무원처럼 뭔가 달라 보였던 KTX 승무원들이 파업을 벌이는 등의 끊임없는 잡음과 또 새로운 것에 금새 적응해버리는 인간의 본연의 모습 탓에 이제는 KTX를 탄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닌 것처럼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나 역시도 처음 KTX를 탈 때가 기억이 난다. 회사일로 지방 출장 갈 일이 있어서 처음 KTX에 올랐을 땐 괜시리 두근두근 설레였었는데, 몇번 타다보니 그냥 '기차'라는 것의 의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게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 부산 여행을 계획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KTX 특실을 이용할 기회가 생겼다. 나 같은 서민(?)에게는 일반실이면 충분하건만. 그래도 앗싸~! "특실"이라는 이름이 주는 그 기분을 얼마나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까. 간만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특실 구경에 나섰다.

위에가 일반실이고 아래가 특실이다. 차이가 느껴지는지? 일단 좌석자체의 넓이가 넓고 머리 닿는 부분도 보다 편안하게 설계가 되어 있다.

좌석이 넓다보니 좌석의 구성도 2-2가 아닌, 2-1일 수 밖에 없다. 즉, 우등 고속버스 같은 느낌이다. 일단 역방향 좌석이 없었다. (이봐.. 역방향 좌석이 특실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일반실에 애써 역방향 좌석을 넣을 필욘 없었쟎아? -ㅁ-) 

앞, 뒤 간격도 배는 넓었다. 다리가 극심히 짧아 비행기 이코노미석도 편안하게 앉아서 가는 나로써는 굴욕(?)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건, 앉은 자리에서 앞으로 힘껏 다리를 쭉 빼서 간신히 앞의 발걸이에 발이 닿은 모습--;;이다. 그렇다. 일반 객실에서 편안하게 발걸이에 발이 닿았던 나로써는 극히 불편할 정도로 앞좌석과의 간격은 멀었다. 즉, 창가 쪽에 앉은 사람이 화장실에 갈 때, 복도쪽 사람의 잠을 안깨워도 될 정도랄까... 덩치 큰 남성이나, 외국인들은 특실이 참 편했겠지만, 다리 짧은 나로써는 오히려 불편한 거리였다는 말씀.

어랏! 재밌는 자판기 발견. 특실 고객을 위한 물 자판기였다. 버튼만 누르면 생수 한 통이 또르르~ 기차에 오르기 전, 늘 물을 사던 내가 마침 안샀기에 망정이지 눈물을 줄줄 흘릴뻔 했다. 양심상 하나만 뽑아갔지만, 뭐랄까.. 이거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데, 귀여운 생수라니... 적자는 안날까 하는 생각도.

뒤에 얼핏 보이는 저것은 KTX 특실 고객을 위한 수면안대이다. 이쯤 되면 수면안대가 사치품이 맞구나 싶다. 물론 저런거 없이도 잘 자는 나로써는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지만, 그래도 공짜라면 챙겨야 할 것 같아 하나는 주섬주섬 챙기는 센스.   

뭐랄까. 사람마다 가치를 부여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돈을 더 얹어주고 특실을 이용한다는 것에도 각각의 기준이 다를 것이다. 나 같은 경우, 가장 멀다는 부산까지도 3시간이면 가는 거리이기 때문에 일반실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특히.. 발이 닿지 않는 앞좌석의 발 받침대 같은 경우는 더더욱... 사실, 고속버스는 일반버스와 우등버스의 차이가 좌석면에서 확연히 느껴진다. 그건, 공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보다 편리하게 설계된 의자 때문일 것이다. 나같이 다리가 짧은 사람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리 부분과 허리부분의 좌석을 분리해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랄까. 그런 것에 비하면 KTX가 비록 특실이라고 하긴 하나, 좌석같은 디테일한 면엔 신경을 못쓴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마도 좌석을 만든 사람 중에는 키 작은 여자는 없었을 것이다...ㅜ.ㅡ)

PS: 기차에 이런 사람 꼭 있다.

1. 드르렁~ 드르렁~ 출발한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객실이 떠나가도록 코를 고는 아저씨. 많이 피곤하셨겠지만.. 참 옆에서 듣는 저희도 힘들어요. 특히 무호흡증은 더더욱...

2. 사오정 엄마나 친구를 둔 사람. 전화를 받는데, '여기 기차. 기차. 기차! 기차탔다고! 기차라니깐! 안들려? 기차라고 기차!'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데, 그냥 객실 밖으로 나가셔서 기차라고 크게 말씀해주시면 안되나욤. ㅜ.ㅡ

3. 남들 다 자는데 낄낄거리며 수다 떠는 사람. 특히 그 수다의 내용은 95% 틀린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전에 미아리 놀러갔자나! 드라이브 하고~ 정말 재밌었지 크크크~" 미아리....가 아니라 미..사리겠지. ㅠ.ㅜ 말해주고 싶다, 정말.  


덧글

  • NePHiliM 2008/11/24 20:08 #

    그 2인석은 방향도 돌릴 수 있게 되있지만 고정이 완전하게 되지 않아서 좌우로 약간 흔들렸던 기억이 있네요 -_-; 뭐이래?? 라는 느낌이었죠
    -네피
  • KiBoU 2008/11/24 20:19 #

    저도 타봤습니다 ㅋㅋ일반석 매진이라 쩔수없이 사서 탄 기억이 -_ㅠ
    지금도 생각하면 안구에 쓰나미
  • rumic71 2008/11/24 20:28 #

    앗 내가 특실탔을 땐 물 안줬는데! 사마셨는데! ㅠㅠ
  • JOHN_DOE 2008/11/24 20:38 #

    오오 특실 오오
    여유되면 타봐야겠네요

    신칸센 그린샤도 어떻게 생겼는지 혹시 아시나요?
  • KiBoU 2008/11/25 17:02 #

    신칸센 그린샤는...................................
    제 싸이에 예전에 한참 올려놨었는데 ㅡ..ㅡ
    녀석마다 달라요~!
    그리고 서비스도생수가 아닌 따뜻한 차와 차가운 차로 나눠서
    그자리에서 타줘요^^
  • 여왕님 2008/11/24 21:16 #

    그리고 덧+ 기차를 타면 항상 아가들이 울지요..ㅠㅠ 잠을 못자요~
  • 원똘 2008/11/24 21:20 #

    역방향 좌석은 중간중간 끼워넣으면 자리를 더 많이 넣을수 있어서죠. 그래서 특실엔 역방향이 없는거구요. ^^
    전 도대체 한국이 왜 TGV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가 없어요. TGV 랑 ICE랑 둘다 타보면 학실히 ICE가 더 조용하고 편안한데...
    ㅇ허.. 그런대 KTX실내가 저렇게 생겼군요.... 좀 구리다는 느낌이.. ㅡ,.ㅡ;;;;
  • 요조 2008/11/24 22:12 #

    ICE가 TGV-II(AVE와 함께 KTX의 모델이 된 TGV타입)와 경합벌인 그 모델이, 98년 함부르크에서 대단히 큰 사고를 냈습니다. 검색해보세요. 기사가 많이 뜰 겁니다. 반면 TGV-II는 파리 교외에서 탈선사고가 발생해서 2Km를 끌려갔는데도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습니다. 게임 셋. 냉정히 말해, ICE랑 TGV가 차이나는 것은 80년대말 당시 전자장비 기술 뿐이었고, 그나마 최고속도는 외려 TGV가 훨씬 빨랐지요.

    참고로 선정 당시 철도청은 기술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했다는 믿을 만한 증거들이 많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중앙선 화물편성 탈선사고시 Coupler가 국산만 모두 깨졌다"며 국산화율을 50%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죠. 당시 과기처가 70%, 공업진흥청이 65% 제안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현재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KTX-II (바로 25일 내일 대량생산 첫 출고가 시작됩니다!!) 는 99.9% 국산화가 되어 있으니 격세지감인 이야기입니다마는.
  • Lohengrin 2008/11/24 21:23 #

    예전에는 물을 안 주는 대신에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음료를 줬었답니다.
  • 9625 2008/11/24 21:23 #

    서울에서 부산갈때 매진이라서 한번 탔죠...
    돈값은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돌아올때는 사인석을 타고 왔습니다.
  • 魔神皇帝 2008/11/24 21:40 #

    예전 새마을 좌석 넓이죠.
    남자들한텐 딱 편한 넓이인지라... 저도 사정상 한번 타봤는데 좋더군요.
  • survivor 2008/11/24 21:47 #

    제가 특실 탔을때는 특실용 물수건이랑 과자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특실 한량에 저혼자라서 보는 사람도 없겠다, 과자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많이 먹어봤자 크라운 초코하임 몇봉지 였지만......
    일단 특실의 장점은 조용하다는거죠. 케텍스에서 수면을 취해야할때는 특실이 훨 나을지도...
  • phantom 2008/11/24 23:09 #

    몇년전 군시절 휴가나왔을 적에 KTX일반석 자유석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특실을 이용한 적이 있지요. 제 기억으로는 참 좋은 기억이었습니다. 분위기 좋은 노부부가 옆에 자리잡아서 인지 ㅎㅎ
  • 시크토깽이 2008/11/24 23:24 # 삭제

    1분에 한번씩 다리를 바꿔꼬고 꼼지락대며 울면서 가지 않아도 된다는것이 가장 강력한 메리트인것 같군요..
  • 꼬깔 2008/11/25 01:53 #

    일반석만 타봤는데 새마을호보다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 니그 2008/11/25 02:40 #

    그냥 1번차타고 지나가면서 본 특실자판기 !!거기있는 누나에게 목마르다니깐 한병써비스로주던데 ㅎ
    그떄 특실승객딱한명 ㅇㅅㅇ;
  • 앞치마소년 2008/11/25 03:37 #

    한 3, 4년쯤 전에 추석에 타고 가본적이 있었죠. 그땐 좌석이 넓다는 것과 이어폰을 준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었[...]
  • 킴C 2008/11/25 03:42 #

    저 생수는 혹시 아리수가 아닐까요^^;;
  • 미친공주 2008/11/25 09:27 #

    ㅋㅋ 아리수 아니었어요. 확인했답니다.
  • 정책공감 2008/12/01 15:02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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