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의 1~2%로 숨겨진 양심과 마주하기 머리이야기

나는 그리 착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착하지 않게 살려는 사람이다.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일 수밖에 없다는 명제로 출발을 한다면,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은 좋게 말하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실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식 정도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최근 이슈가 되었던 문근영씨의 기부사건처럼. 한쪽에서는 자신의 것을 희생하여 타인을 위해 내어 놓는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인간이 어떠한 목적이 없이 그럴리 없다며 가식이거나,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잔소리가 길어졌는데, 어찌됐건 나도 이타적인 인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애써 착해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지하철 입구에 초라한 행색으로 앉아 있는 사람의 깡통 속에 동전을 던져 준다거나, 껌을 파는 할머니에게서 껌을 사준다거나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 나지만, 사회에 첫 발걸음을 디딘 순간부터 월드비전에서 한 아이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큰 후원도 아니다. 고작 월급의 1~2%정도의 금액 2만원이면 된다. 한달에 스타벅스 커피 4잔 안마시면 된다. 혹은 한달에 두어번 밤늦도록 놀다 버스타기 귀찮아 타는 택시를 안타면 된다. 책 두어권 살거, 여기저기 응모해서 책을 받아 읽어도 된다. 그 무엇보다도, 애초에 그 돈은 월급에서 없었던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카드 값 마냥.

그 2만원의 돈은 이타적이지 않은 인간인 나의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준다. 게다가 금액 이상의 뿌듯함을 주기도 한다. '나는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어요'란 말은, 제법 인간다운 인간처럼 보이게 만드는 후광효과가 있으면서 적절한 과시욕을 만족시켜준다.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과시하며 쓰는 것처럼... (어떤 누군가가 과시를 위해 기부를 하더라도 하지 않는것 보다 낫다고 본다, 난.)

내가 처음 후원이란 걸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건, 이미 여러 기부자들의 고전처럼 여겨지는 책 김혜자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때문이었다. 그 책에서 본 사진 몇 장이, 수많은 이의 말과 글보다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래서 월드비전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참고로 난 종교인이 아니다) 거기서, 어느 지역의 어떤 아이를 몇 명 후원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나는 인도 지역의 여자 아이 1명을 선택했고, 그 비용은 단돈 2만원이었다. 그 2만원은 내가 쓸 수 있는 2만원 이상의 가치를 그곳에서 할 거라 믿었다.

발음조차 힘들었던 이름의, 눈이 커다란 한 인도 여자아이에게서 사진과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쓰여진 카드가 날아왔을때야 조금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누군가의 키다리 아줌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그 아이에게 선물도 보내봤고, 편지도 써봤지만 귀차니즘에 점점 무관심해졌다. 매월 빠져나가는 2만원의 금액만이 아직도 내가 누군가를 조금이나마 돕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월드비젼이 내가 후원하던 지역에서의 사업을 끝내자, 자연히 나는 다른 아이를 선택해야 했고 이번엔 미얀마의 역시 눈이 커다란 아이를 후원하게 되었다.

어제 박명수씨의 기부가 이슈가 되었다. 뒤이어, 유재석 정준하씨의 선행 소식도 터져나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수입의 1~2%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그 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벌어 기부하네, 어쩌네 왈가왈부할 자격조차 없다고. 사실, 외국 어디처럼 기부를 한다는 것이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