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에서의 뒤늦은 로맨스 조조할인

굳이 내가 로맨틱 아일랜드의 시사회를 신청했던 건, 단 하나의 이유 "보라카이" 때문이었다. 보라카이를 벌써 세번이나 다녀왔을만큼 나름 보라카이 마니아인 나는, 또 그 환상의 섬에 가고싶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껴보고자 했다. 그렇게 본 로맨틱 아일랜드에 대해서 그리고 보라카이 여행 팁에 대해서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영화에 대해서...

일단 궁금했던 건, 이 영화가 왜 지금 나왔냐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라카이 홍보 동영상을 보는 듯한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보라카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보라카이에 이미 다녀온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았나 싶다.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보라카이 여행 팁에서 계속 이야기 하기로 하고...

- 커플천국 솔로지옥

제목만 봐도 딱 알아차릴 수 있겠지만, 이 영화 솔로 접근 금지 영화다. 심지어 커플인 나조차도 보면서 으윽- 저게 뭐야- 엑- 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의 오버스러운 닭살 장면이 몇 컷 있었으니... 아마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겨냥하여 영화 러브 액추얼리 같은 느낌을 살리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러게에는 감독의 욕심이 지나쳤다. 러닝타임이 꽤 길었는데 지루하지 않았지만 버려야 될 몇 장면을 버리지 못해 유치한 영화로 전락하게 만들었다. 해변 결혼식 장면, 전광판 장면 등등 로맨틱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만들어 낸 장면들이 있었는데, 요즘 관객들 그런 걸 보고 '어머~ 부러워!' 할 만큼 비현실적이지 않다.

-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에서의 순위를 꼽자면, 이민기가 역할에 가장 근접했다는 느낌이다. 시종일관 어리버리한 정환역을 맡았는데, 원래 이민기라는 사람이 그런 사람인양 자연스럽고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하게 만드는 역할을 그래도 제법 잘 소화했다는 느낌이었다. 이수경은 언제나 상쾌 발랄한 캔디형 인간 수진 역할이었는데, 나름 유쾌한 캐릭터를 가식적이지 않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오히려 영화 홍보시 주인공처럼 거론되던 유진과 이선균이었다. 유진은 화려한 가수인 가영의 캐릭터를 맡았는데 신경질적인 성격 등을 소화하기엔 괜찮았지만 감정을 조금이라도 살려야 하는 부분에 들어가면 가식적인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할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선균은 커피프린스의 부드러운 남자의 이미지를 벗고자 냉혈한 CEO 재혁의 역할을 맡았는데, 차가운 느낌보다는 지나치게 쉽게 부드러운 남자의 모습이 곳곳에서 자꾸 드러나 억지로 차가운 척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개인적으로 이선균이 발음 연습을 해서 보다 또박또박 이야기를 한다면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라카이에 대해서...

보라카이는 필리핀의 섬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섬으로 꼽힌다. 규모가 아주 작은 섬인데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있다. 아름다운 바다와 밀가루 같은 모래, 작열하는 태양.. 그런데 이 섬, 한동안 "제주도"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만큼 한국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다들 '외국여행을 나왔는데 이상하게 한국사람만 보고 가요' 할 정도로 한국인이 붐비는 섬이다. (그러니 이 영화가 지나친 뒷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금은 서서히 그 단계를 넘어 중국인들의 차지가 되어가고 있다는데... 대부분의 관광지 사이클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동양권만 일본인->한국인->중국인 순으로 이루어진다. 통계를 내 보아도 좋다, 이 부분에 대해서 불만인 사람은.   

작년에 마지막으로 보라카이에 갔을 때, 나이든 독일 다이버 강사를 만나 10년 전 보라카이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는 수많은 샵들도, 관광객들도 없이 진짜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고 한다. 몇몇 배낭 여행자들에게 입소문으로 알려진 아름다운 섬, 그런데 딱 10년만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솔직히 지금 보라카이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긴 하지만 앞 바다 속의 산호는 이미 다 죽어 없다. 체험 다이빙을 한다고 들어가봤자 물고기만 보고 나오지, 꿈꾸던 산호군락은 없다는 얘기다.

그건, 보라카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5년여 전에 다녀온 코피피 섬(영화 비치의 배경)도, 유명한 파타야, 푸켓, 세부... 알려진 관광지들은 이미 다 앞바다의 산호는 죽고 없다. 아름다운 섬일수록 더욱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빨리 섬이 망가진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은 보라카이에 꼭 가 보시길.

- 해외 여행 처음 가보는 사람, 혹은 동남아 섬에 처음 가보는 사람

- 가족끼리 친구끼리 여러명이서 신나게 놀고 싶은 섬을 찾는 사람 (부모님 모시고 가족 여행을 갔는데 무척 좋아하셨다. 물론 친구들하고 가서도..)

- 각종 해양스포츠 호핑투어, 바나나보트, 파라세일링, 제트스키, 세일링 보트를 즐기고 싶은 사람

- 4륜 구동 오토바이로 섬을 일주하고 싶은 환상을 가진 사람

- 해변 모래사장에 늘어선 바에서 바다를 보며 맥주 한 잔 즐기고 싶은 사람

- 섬에 가더라도 쇼핑이나 음식은 확실하게 챙기고 싶은 사람(정말 맛집 많다. 입맛에도 잘 맞고..)

이런 사람은 접근 금지다.

- 신혼여행 (자고로 신혼여행은 좀 더 고즈넉한 곳이 여러모로 좋다. 여긴 너무 붐빈다.)

-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고 싶은 사람 (사람 없는 작은 섬으로 고고!)

- 필리핀 여자들과의 이상한 목적을 가지고 오는 사람(유흥주점이 단 한군데도 없기로 유명하다)

- 아름다운 리조트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곳의 리조트는 타 관광지 리조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해변에서 멀어지면 퀄리티는 올라가지만, 해변 앞 리조트들은 그다지..)

보라카이는 섬 고유의 조용한 여유가 없는 정말 신나게 놀기에 좋은 섬인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어느 관광지에 가서나 열심히 놀아주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섬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성격에 맞는 섬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1년 새 부쩍부쩍 새 샵들이 들어서고 길이 닦이고 변하는 모습들을 보면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섬의 진화는 어디까지 계속 될까. 이렇게 몰려드는 사람들이 다 떠난 뒤에야 예전의 조용했던 섬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겠지... 


덧글

  • honeybunny 2008/12/18 11:39 #

    요새 갑자기 이선균싀한테 정신 못차리고 있어서 볼까 했더니,
    마음 상할까봐 못 보겠군요. 안그래도 고독이 사무치는데.
  • 미친공주 2008/12/18 14:14 #

    앗.. 그러시군요. 보시면..;; 고독이 더 사무치실듯.-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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