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환상이 깨졌던 날 잡담

산타에 대한 환상이 깨진 날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지? 그저 자연스레 산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몇몇은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환상이 깨진 날을 선명하게 기억할테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나다. 어린시절, 크리스마스에만 나타난다는 산타 할아버지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던가? 때로는 우리집에 굴뚝이 없다고 걱정을 하기도 하고 자기전에 머리맡에 양말을 걸어놓고 한참을 기다리기도 하지 않았던가? 산타 할아버지는 신기하게도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척척 알아맞혔다. 엄마아빠에게 졸라도 좀처럼 사주지 않던 마론인형들을 인심좋게 곧잘 챙겨주던 착한 할아버지.. 그 환상이 무참히 깨졌을 때는 얼마나 슬펐었는지...

상상력이 풍부했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순진한 아이였었다, 난.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산타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다는데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서까지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었다. 아마 내가 맏딸이 아니었다면, 그 환상은 더 오래가지 않았을까?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엄마는 나의 손을 잡고 문방구로 들어섰다. 그리곤 예쁜 마론인형 두개를 골랐다. 그리곤 입에 쉿!하는 표시를 하며 말했다. "동생에겐 말하지마!"라고... 엄마는 설마 내가 그때까지도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당시의 나에겐 참 잔인했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동생들은 선물을 받아들고 기뻐했지만 나는 문방구에서 샀던 그 인형을 보며 뭔가 속았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산타란 그저 상상 속의 인물임을 알아버린 이후에도 산타를 믿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괜시리 웃음이 흘러나오곤 했다. 그래설까, 요즘 아이들은 그런 환상을 너무 빨리 깨지는 것이 아닐까 하며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내가 어릴 때보다 지나치게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달까... 

조금 더 자라서는 내가 동경하던 그 '산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나의 가족들에게, 나의 연인에게도 나는 산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나의 조카들에게, 혹은 후원하는 아이에게 나는 아마도 산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산타가 된다는 것의 기쁨을 깨달아가는 것, 이것이 서른을 앞둔 나의 크리스마스였다.

뒤늦은 성탄 인사를 전합니다. 다들 행복하셨지요? 

덧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