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의 여왕, 난 왠지 씁쓸했다. TV이야기

꽃남이 끝나고, 재밌다고 소문이 자자하던 내조의 여왕을 봤다. 사실, 별로 구미 당기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내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부터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여자라서, 그것도 취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여자라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내조"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라니.. '외조'로 바뀌어간다는 요즘 세상에도 아직 내조를 찾아? 하는 공감대가 없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평범한 여타 시청자들처럼, 월화 드라마를 어떤 걸로 새롭게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시청했다. 

내용은 쉽고 단순했다. 1회차만 봤는데도, 대강의 상황은 알 수 있었다. 무능한 남편을 내조하는 김남주가 있고, 그녀를 좋아하는 그 회사의 사장과 그녀의 남편을 좋아하는 그 사장 부인이 있다. 나쁘게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스와핑(!) 구도랄까. 게다가 김남주의 첫사랑이었던 사람은 남편의 상사로, 그는 김남주에게 무시당했던 친구 이혜영의 계교로 이혜영과 결혼을 하게 된, 아직도 김남주에게 감정이 남아있는 사람이다.

고작 한회만 보고 무슨 비평을 하겠냐마는 솔직한 나의 감상은 불편했다는 것이다. 막장 드라마가 난무하는 세상에, 드라마라는 허구의 장에서 이 정도의 얼키고 설킨 상황쯤은 눈감아 줄 수 있다. 김남주가 표현하는 과장된 내조 방식들도 풍자화 한 것으로 이해할 수가 있다. 아줌마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그럴듯한 남자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있는 캔디 김남주 역할도 그냥 부럽다~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왜 재밌다는 거지? 남편 잘 되라고 회사에 야식까지 싸다주며 헌신하는 아내가 김치찌개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우유부단하게 대학 후배인 사장 부인과 밥먹고 있는 오지호가 짜증스러웠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내 남편, 내 아내의 주변을 서성이며 바람 넣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불쾌할 것 같은데, 워낙 불륜이 당연시 되다 보니 실제로 바람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정도쯤은 웃으며 볼 수 있는 걸까?

오히려 적극적인 성격의 김남주가 상사 부인들 뒷꽁무니 쫒아다니며 아부떨고, 회사 부인들 모임에 가입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이 서글펐다. 차라리 그 능력을 살려 본인이 일을 할 것이지..(아마 옷을 잘 만들어 입는다는 역설정의 김남주가 옷가게를 차리든가 그래서 성공하는 스토리로 자연스레 연결될 것 같지만) 혹은, 정말 회사 상사의 부인 모임을 쫒아다니며 저런 식으로 남편 내조를 하는 일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웃을 수 있는 걸까? 만약 당신이, 남편과 애들에 뒷바라지에 시댁 경조사 챙기는 것으로 부족해서 직장 상사의 경조사 마저도 쫒아다니며 살아야 한다면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지금도 그런 일이 존재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저런 일들은 비일비재 했다고 한다. 엔간한 기업이면, 상사의 경조사에 직원들 아내들까지 총동원되는 일은 당연지사였던 것이다. 요즘 생각에는 턱도 없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혹은 그런 경험이 있는 분들조차, 그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성공하는 김남주를 보고 싶어서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이상한 건지. 웬지 씁쓸했다. 드라마 속의 김남주가 사장이며, 과거의 첫사랑이며, 갖은 남자들에게 구애를 받더라도 결국 남편을 성공시킬 것 같고, 혹은 그녀 자신이 성공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내조의 여왕 속 풍자된 상황들이 영 껄끄러운 것은 그 감성과는 너무 다른 결혼과 남편에 대한 나의 가치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나는 남편을 "성공"시킬 수 있는 내조의 여왕은 절대 될 수 없는 타입이라는 거다. 왜냐면, '남자는 너무 행복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나는 다른 의미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기 때문에. 믿거나 말거나~


덧글

  • 비야 2009/04/11 08:44 #

    지금 2편 연속방송 보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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