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식자랑에 결혼까지도 마음대로 못해 마음이야기

내가 부모가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식 자랑'이다. 택시를 탔을 때, 우리 딸이~ 우리 아들이~라는 레퍼토리가 시작되면 '아아 또 시작이구만!'하며 짜증이 샘솟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렇게 스토리도 비슷한지... 아들인 경우에는 100이면 100 이름만 들면 누구나 알 법한 대기업에 다니는데 아직 며느릿감을 데려오지 못해 걱정이고, 똑부러지는 딸내미는 있는 집에 시집을 보냈는데 사돈들이 오히려 굽실거리며 데려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

그런데 사실 이 불만은 우리 부모에게서부터 시작된 불만이다. 특히 우리 엄마의 자식 자랑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꽤 많은 피해를 당해왔다. 동갑인 사촌과 나는 끊임 없는 비교의 대상이었다. 둘다 양쪽 집의 맏딸이기도 했고. 외숙모만 만나고 오면 엄마는 성적을 가지고 비교를 하며 공부를 더 시키려 들었다. 혹은 내가 성적이 좋을 때는 걔가 방청소를 그렇게 깨끗이 해놓고 엄마 일을 잘 거든다는 것까지 비교를 해가며 칠칠맞다고 구박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1대 1로 그 사촌을 만나보니, 우리 엄마나 외숙모가 했던 말 중에 80%는 꾸며낸 이야기들이었다. 서로 사실 확인을 하며 얼마나 기가 막혔었는지... 나이를 먹으며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까 싶다가도 이따금 울컥-할 때가 아직도 많다. 

결혼이라는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사실, 엄마와 딸은 가장 가까운 친구이어야 하지만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들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남자친구 이야기. 대학을 졸업하면서부터 만나는 남자친구 이야기들은 엄마 친구들 사이에서는 몇 배로 부풀려져 돌고 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엄마가 어떤 놈을 만나고 다니나 걱정할까봐 장점만 쏙쏙 골라 말한 것들이 화근이었다. 다 자라서는 딱히 엄마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할머니 장례식날, 오랫만에 만난 엄마 친구가 슬쩍 와서 이야기를 한다. "너 시댁 될 집에서 00짜리 집을 해줬담서?" 하아. 세상에.. 이야기가 어떻게 돌고 돈 거야. 가뜩이나 힘든 날 엄마에게 뭐라 할 수 없어 가만히 있었지만 앞으로는 남친에 대해 입도 뻥긋 안하리라 결심을 했었다.

그렇게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게 시집을 잘 갔다던 엄마 친구 딸들의 무수히 많은 케이스들은 다 과장에 오버에 뻥까지 보태보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을.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가 한탄을 하더라도 미안한 마음 대신 쿨하게 '딸하나 입양해서 그렇게 키우던가'하며 시니컬한 반응을 보일 수 있게 됐다.

엄마의 자식 자랑을 동생이라고 피해갈까. 자꾸 엄마 친구 아들과 선보라고 들볶는 통에 만나는 사람 있다고 한마디 던진 것이 역시 화근이었다. 아직 제대로 사귀지고 있지는 않고 그저 대강 어떤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중이라고 설명을 했지만 엄마는 친구들에게 아주 좋은 직업을 가진 사윗감이 생겼노라고 금방이라도 결혼시킬듯이 부풀려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그렇게 자랑을 하는 엄마를 보며, 동생은 포기했다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던 선보라고 들볶지만 않으면 됐다고 그러고 만다.

주위에서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여자쪽이든 남자쪽이든 반대가 있는 집들이 은근히 많다. 물론 부모의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개는 멀쩡한 사람인데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원하는 스팩의 만족할 만한 며느리나 사위가 아니어서 그렇다. 그것도 결국 자식자랑이 문제다. 주변에서 어떤 직업의 대단한 집안의 사위나 며느리를 봤고, 그들이 결혼할 때 어느 정도의 예단과 혼수를 해왔네~ 하며 자랑을 해대니 우리 자식도 그 정도의 배우자를 데려오지 않는 한 성에 차지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결혼의 시기를 놓쳐서 노총각 노처녀로 늙어가는 케이스도 있다. 그 부모는 아마도 밖에 나가서 '억대 연봉을 받는 아들놈이 일에만 미쳐서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불만 아닌 자랑을 해댈 것이 분명하다.

정말 이성적이었던 친구의 회사 상사도, 아이를 낳자 3개월도 안된 아이가 영어를 알아듣는다며 애 자랑을 했다고 한다. 부모라는 것이 세상 누구에게 맞서서라도 내 아이를 대변하고 싶은 대단한 무서운 콩깍지를 쓰는 것이지만, 그것이 도리어 자식을 힘들게 하는 것임을 부모가 되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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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비교와 신격화는 증오심을 키운다 2009/11/03 00:50 #

    부모의 자식자랑에 결혼까지도 마음대로 못해 미친공주님의 글을 읽고 나도 20여년간 나를 괴롭혀 온 모 양이 생각났다. 그 아가씨, 아니 이제 아줌마로군....아줌마는 나에게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 단 한가지 잘못이 있다면 우리 큰이모의 시누이의 딸이라는 것 뿐. 게다가 나와 똑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것. 난 어릴적에 천재났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중에서도 상 시궁창이야) 그 애도 그런 소리를 들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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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1/02 16:4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09/11/02 16:46 #

    ^^; 많이 당하셨나봐요..ㅜ.ㅡ
  • 2009/11/02 16:5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09/11/02 17:26 #

    ㅋㅋ 역시 비슷하네요. 나도 그런 엄마 될까바 무서워요ㅠ.ㅜ
  • 백범 2009/11/02 17:13 # 답글

    저도 떠오르는게 많군요.

    사실 우리나라 부모들... 말로는 자식사랑을 외치지만, 자녀를 인격체가 아니라 자기자신의 도구나 물건, 소유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함! 이건 병이죠. 자녀도 자녀이기 이전에 한사람의 인격체인데...
  • 미친공주 2009/11/02 17:27 #

    그러게요. 그게 자식으로써도 힘겹네요 후우~
  • SADI妲己 2009/11/02 17:21 # 답글

    3개월 아기가 영어를 알아듣는 군요=ㅁ=) (그 상사분도 참;)ㅎ
  • 미친공주 2009/11/02 17:27 #

    ㅋㅋㅋ 그런답디다. ㅋ
  • 백범 2009/11/02 17:37 #

    그럼 다행(?) 이시라능... 영어를 알아듣는 것만으로도 신동 아닌지???

    웬만한 아이들은 3,4살 돼도 알아들을까 말까 한데 말이에요.

    영어도 못하고, 아예 한글자체도 모르는 3,4살 된 어린아기들까지 학원 3,4군데 이상 보내고 과외 보내고... 우리나라 부모들 그런게 거의 병적인 수준까지 왔네요/
  • Kael君 2009/11/02 17:54 # 답글

    엄친아가 생긴 이유가 이런거지요 (...)
  • 미친공주 2009/11/03 09:49 #

    ㅜ.ㅡ
  • 백범 2009/11/02 17:55 # 답글

    가령 사교육에 얼마나 열중한답니까. 결혼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만큼이나 자녀 교육문제에 병적으로 집착하는것도 비슷한 패턴이니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학원만 2개, 3개 이상 보내고, 과외도 월 100만원에서 월 1억까지 하는 말도 안되는 비싼 과외가 나타나도 그런 과외를 2,3개 이상 배우고, 해외유학이 증가하고 여기에 언어연수라 해서 단기간 외국어, 주로 영어 편중인 외국어 배우기에 몰입하고...

    그런다고 다 공부잘하는건 아니죠. 3,4살 된 영유아들에게도 그런 삶의 자유, 햇볕보고 뛰놀시간을 빼앗고 저러는데...

    형편이 되는 집은 미국, 안되면 영어권인 호주나, 후진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뉴질랜드로 유학보내지요. 그보다 더 형편이 안되면 국내에 체류중은 불법체류자나 영어 좀 할줄 아는 자에게 빌붙어서 영어회화 시키고...

    그래서 아이들만 보내다가 탈선하고 타락해서 문제가 되니까, 2002,04년 무렵부터는 아내까지 딸려서 외국에 보냈죠. 그런데 자녀 홀로 유학 보냈더니 흡연과 음주는 기본, 마약과 섹스와 약물에 중독되고 아내까지 딸려 보냈더니 아내까지 현지인 흑인, 백인과 눈이 맞아 버리는 등... 대체 이게 뭡니까.. 애 하나 가르치자고 온가정이 다 박살나는 정도에요... 이건

    중요한건, 그것이 내아들을 사랑해서, 내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부모들 개인들의 욕구충족이 목적입니다. 부모들 자기들보다 잘 먹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열등감과 분노, 질투 등과 그런 것을 자식들 교육을 통해 해소하려고 사교육, 과외 등에 집착하는 거죠

    자식들이 그렇게 많이 배워서 출세하면 쓰레기같은 허접한 부모들은 목에 힘주고 다니려고...

    자녀들의 성공, 자녀들의 앞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들 자신의 열등감과 스트레스 해소 목적입니다. 부자들, 출세한 자들에 대한 자기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욕구충족을 위해서 자식들의 교육에 집착하는 것이지죠. 그래놓고 이런걸 자녀 사랑이라고 합리화시키는 것은...

    자녀인생하고 부모인생은 엄연히 다른데... 너무 심한 강요들을 하는것 같습니다.
  • 미친공주 2009/11/03 09:49 #

    ^_^ 구구절절 맞는말입니다. 그래도 부모가 되면 달라지는가 봅니다. 후~
  • 크리스틴 2009/11/02 18:59 # 답글

    잘읽었습니다. 안그럴것같던 친구들마저 그러는걸 보면 가끔 오싹할때도 있더군요.
  • 미친공주 2009/11/03 09:48 #

    그래서 콩깍지인게지요 ...
  • 하르모니아 2009/11/02 21:34 # 답글

    부모 자랑만큼은 국경이 없는 거 같습니다.
    일본에서도 많은 아주머니들이 그러니깐요. ( -_-);;

  • 미친공주 2009/11/03 09:48 #

    ㅋㅋㅋ 뭐, 어쩔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 mh 2009/11/03 00:45 # 삭제 답글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은거 같아요.
    한국사회에서 부모란 낳아서 양육하는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고
    또 사회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은근히 부모의 희생을 숭고한 것처럼 강요하기도 하죠.
    자식을 키워내는게 또 다른 인격체를 키워내는 사회가 아닌,
    인생을 걸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야하는 게 당연한 여겨지는 이 나라에서
    자식자랑을 안 하게 되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요.
    또 자기 자식이 남보다 더 뛰어나길 바라고 혹은 강요하지 않을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뭐 그게 너무 지나친 부모도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자식들이 부모님 그러시는걸 이해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 미친공주 2009/11/03 09:47 #

    이해하면서 살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울컥울컥 할때가 있습니다. ^^;;;
  • ALICE 2009/11/03 01:00 # 답글

    떠오르는 일이 있어서 트랙백했습니다.
  • 미친공주 2009/11/03 09:46 #

    ^_^ 크아.. 좀 심하네요 ;;
  • 솔직녀 2009/11/03 11:44 # 답글

    저도 트랙백하고 갑니다.
  • 2009/11/03 15:55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09/11/03 16:08 #

    ^^;;저는 반대의 상황이라.. 큽. 이래저래 참 결혼하기 힘드네요
  • 2009/11/04 21:4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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