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시의 한국 남녀의 차이 바람이야기

남동생이 지난 주말 1년 워킹 홀리데이 계획으로 호주로 떠났다. 그런 동생을 보며 여러가지 소회가 들었다. 2001년도에 내가 인생 최초로 배낭 여행지로 선택했던 것이 호주였었기 때문이다. 3개월 간의 짧지 않은 배낭 여행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그 이후에도 졸업 전까지 몇 번의 배낭 여행을 더 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이다. 8인용, 10인용의 도미토리룸과 공동 샤워실에서의 숙박이라니... 게다가 무계획으로 길거리에 버렸던 많은 시간들. 그때, 그 시기만 가능했었던 일이었기에 배낭 여행을 해보길 정말 잘 했다고 다시금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이다.

그런데 그렇게 떠난 막내 동생이 끝내 못 미더운 것은, 단지 동생이 막내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사실, 당시의 내 나이가 21살이었고 이놈은 26살에 떠난 거니 훨씬 믿음직스러워야 할텐데도 말이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배낭 여행에서 만났던 한국 남녀의 차이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몇 년이나 지나서 세태가 많이 변했겠지만, 당시에 느꼈던 것들을 정리해본다.

*** 읽기 전에 잠깐! 모든 한국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워낙 그런 놈들만 만났나 봅니다 ㅋ

1. 배낭 여행, 여성의 전유물?

배낭 여행을 하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상대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많다. 대신 여행이 아니라 유학 코스나 직접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워킹 코스에는 남자들이 많다. 그 이유는 바로 그놈의 '군대' 때문이다. 군대 가기 전에는 외국에 나가는 절차가 까다롭고, 군대에 다녀오면 사회로 뛰어들어야 하다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한국 남자들이 불쌍하게 느껴진다.

2. 배낭 여행, 마르는 남자와 찌는 여자

배낭 여행을 하다가 남자들끼리 여행다니는 친구들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어찌나 안쓰러운지 모르겠다. 거진 맥도날드를 주식 삼아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른 지역은 몰라도 특히 호주는 게스트 하우스 주방 시설이 좋고, 싱싱한 야채와 고기가 매우 저렴하다. 그래서 나는 여행 다니면서도 곧잘 밥을 해먹곤 했었기에 불쌍한 그들을 거둬 베이컨을 삼겹살 삼아 삼겹살 파티를 열어주곤 했다. 아마 그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천사 비스무레 쯤으로는 보이지 않았을까?^^

3. 친구 만들기 스킬은 여자만의 것?

배낭 여행의 묘미는 무엇보다도 사람 만나는 재미가 아닐까? 혼자가 아닌 둘이 왔다고, 함께 온 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쌓는 것만이 급선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은 언어가 약하더라도 특유의 친화력과 사교성, 웃음으로 외국 친구와도 급격히 가까워지곤 한다. 그런데 한국 남자들은 대개 얼굴이 많이 굳어 있고, 술을 먹기 전까지는 쉬이 풀어지지 않는다. 특히 외국 남자들에 비해서는 표현력이나 친화력, 즉 친구 만들기 스킬이 확연히 떨어진다. 아마 우리 사회가 남자들을 그렇게 길들여 온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한국 남자들이 불쌍해진다.

그러다 보니, 내가 외국에서 만났던 우울한 한국 남자들이 마구 떠오른다. 우연히 같은 키부츠에서 만난 한국 남자애는 내가 다른 외국 친구들과 같이 근처 지역 여행도 다니고, 음식도 해먹으며 파티를 즐기는 동안 내내 방 안에서 음악만 듣고 있었다. 호주 농장 체험을 하러 왔다가 돈버는 농장으로 흘러들어가 몇개월 동안 노예처럼 일만 하다 귀국을 앞두고 이제야 여행을 해보겠다고 나섰던 친구도 있었다. 동남아 어떤 유흥 지역의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장기 월세를 내어 놓고 매일 밤새 유흥업소를 전전하는 친구들도 봤고, 호주 모 지역 카지노를 죄다 먹여살리고 있다는 제법 있는 집 자식이라는 오빠도 만났었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만났던 한국 남자들처럼 내 동생도 구석에서 내내 청소나 하고 게임방에서 음침하게 앉아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나보다 조금은 아랫 세대이기 때문에 세상에 조금은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가뜩이나 비쩍 마른 녀석이 몸이 더 축나서 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 같은 여자 배낭 여행객을 잘 만나서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었으면 하는 바램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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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하르모니아 2009/11/03 23:15 # 답글

    저도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왔는데, 친화력.. 정말 동감합니다.
    여자들.. 특히 우리나라 여자 분들은 어느 나라에 내려놓아도, 그 엄청난 친화력으로 그 나라 사람들을 모두 친구로 만들 것 같은 기세는 정말 부럽곤 했습니다. 저랑 같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낸 한국인 누나도 그런 친화력으로 순식간에 주변 외국인들과 친해지고 저는 방에서 혼자 '무한도전' 보고 ( -_-);;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다음엔 어떻게 하면 되겠다 라는 것이 대충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일시적인 배낭여행에서 남자가 제때 밥을 못 챙겨 먹는건 아무래도 귀찮은 것도 있겠지만, 돈이 넉넉치 않아서가 아닐까요? 저도 이번 1월에 2주로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돈이 풍족하지 않다보니 먹는 건 하루에 천엔으로 잡아놓고 짜고 있다능... 흑흑. 벌써 배를 움켜쥐고 배고픔에 허덕이며 여행할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ㅠ_ㅜ
  • SADI妲己 2009/11/03 23:36 #

    무한도전ㅠ;
  • 미친공주 2009/11/04 09:29 #

    ㅋㅋㅋ 무한도전..
    아니에요. 밥을 사먹을 돈이 없는건 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ㅋ 일본과 달리 호주는 야채나 고기 뭐 이런게 싸서 맥도날드 먹는 값으로도 충분히 한끼...많게는 두세끼 식사를 먹을 수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귀차니즘과.. 밥해먹은 경험이 없거나 등등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
  • 일단 서 2009/11/04 10:36 # 삭제 답글

    친화력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히 남자들이 부족한거 같네요.
    그래도 남자끼리 모여있으면 금방 친해지던데요^^
  • 미친공주 2009/11/04 13:51 #

    술 있으면 금방 친해지더이다 ㅋㅋㅋ
  • 섬백 2009/11/05 17:48 # 답글

    저도 호주에 한 2년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국인들끼리 쉐어생활을 해봤는데, 확실히 아가씨들이 해외에서의 생활을 더 즐기는 것 같더군요. 개인차는 존재하지만요. 하지만 호주에서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요소는 역시 영어! 실제의 영어 실력이 어떻든 간에 자신의 영어 구사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호주에서의 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더군요.
  • 미친공주 2009/11/05 18:04 #

    그쵸.... 죽일놈의 영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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