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황홀한 키스 VS 비극적이고 아슬한 키스 활자이야기

언젠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기가막힌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부부들 중에서 잠자리를 하는 사람의 비율보다 키스를 하는 사람의 비율이 적다는 것. 의무방어전처럼 잠자리는 하더라도 서로 키스는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래서 키스라는 것이 더욱 사랑을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인양 느껴지기까지 한다.

키스의 정의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아무래도 '귀여운 여인'일 것이다. 거리의 여인 '킷'은 비비안에게 조언한다. 몸은 팔아도 절대 키스는 하지 말라고. 키스를 하게 되면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KISS. 연인 사이에 사랑을 나누는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날카로운 첫키스에 대해 노래하고, 예술가들은 키스에 대한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유명한 명화 속에도 키스를 나누는 장면들은 등장한다. 그런데 그런 그림들을 다 모아놓고 보니, 새삼 키스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흔히들 '키스'를 뜨겁고 황홀한 느낌으로 기억한다. 키스에 대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클림트의 '키스'. 나 역시도 최고의 작품으로 손에 꼽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 속의 여인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 평안하고 황홀해보이는 그녀,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이 지금 나누고 있는 키스만이 현재 그녀의 세계의 전부이다. 그러나 계속 들여다보면 그와 그녀가 존재하는 세계는 지나치게 몽환적이고 아름답기만 해서 이 순간이 지나면 바로 산산히 흩어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니던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가장 불안한 것.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키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하나였던 영혼과 육체가 떨어져있다가 간신히 다시 만난 것 같다는 표현을 한다. 이 작품의 연인은 서로 다른 듯 너무 닮았으며, 서로가 없으면 하나가 될 수 없는 가장 완전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등뒤로 곱게 포개진 손놀림에서 하나가 되고픈 서로의 마음을 소중히 아끼는 느낌이 든다. 이렇듯 완전한 사랑도 역시 찰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키스가 늘 이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 처음 봤을 때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작품이다. 키스를 나누는 연인의 얼굴에 뒤집어 씌어진 저 천의 의미. 우리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때,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지 않는가.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 그의 전부는 아닐테요, 내가 그에게 보여주는 것이 나의 전부는 아닐텐데... 속속들이 상대방을 아는 양, 오만하지는 않았는가. 혹은 내가 사랑하는 그가, 단지 그 사람의 극히 일부분의 모습은 아닐까.

뭉크의 '키스'. 어찌보면 클림트의 키스보다도 더 정열적으로 느껴지는 연인들이다. 그런데 이 정열적인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왤까? 지나친 정열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이성을 마비시키며,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곤 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평범한 연인들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건 정열이라는 마법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마법에서 깨어나서 만나게 되는 현실은 가혹하고 권태롭기만 한 건 아닐까.

에곤실레의 '추기경과 수녀'. 몰래하는 키스, 금지된 사랑, 육욕.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추악 하기만한 사랑일런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풍자된 연인의 모습이 클림트의 키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것이다. 똑같은 사랑이라도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는 말처럼. 사랑이라는 것은 연인, 그 둘 사이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어떤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키스에 대한 갖가지 명화들과 작가들의 삶을 살짝이나마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이런 천재적인 작가들에게나 '사랑'이란 해답이 없는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가장 달콤하고 황홀하다가도 가장 잔인하고 비극적이 되어버릴 수 있는 것. 그래서 타인의 사랑이 끝없이 궁금한 건지도 모르겠다. 


덧글

  • TokaNG 2010/03/16 15:15 #

    음..
    확실히 키스의 의미가 중요한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마음을 처음 확인하는 방법도 키스였고 상대방의 마음이 떠나갔다는 것을 알게된 계기도 키스였으니..
    어찌보면 정말로 잠자리보단 키스가 더 중요한 것일지도..
  • 미친공주 2010/03/16 15:26 #

    ㅎ 상대방의 마음이 떠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다... 슬프네요 ㅜ.ㅡ
  • 금성과 화성사이 2010/05/22 21:07 # 삭제

    [세상이 저무는 풍경]


    약속해! 내가 싫어지면 꼭 먼저 말해주기로...
    식어가는 당신의 눈동자에 내가 서있지 않도록.. 부탁이야!

    여자의 눈물과 절규
    남자의 침묵과 가늘고 긴 한숨

    그리고 생담배 연기와

    새로 새겨진 한쌍의 묘비



    '외롭다 느끼는 건,

    자유롭기 때문이다'
  • 화성이 하는 말.. 2010/05/22 21:37 # 삭제

    [소리없는 '안녕']

    '어떻게 니가 싫어질 수 있겠니...
    여전히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한데.. 네 눈동자 속엔 온통 나뿐인 걸'

    하지만..

    '그래서 답답해!'


    더이상 벗어날 길이 없어
    숨이막혀 죽어가잖아!


    고독한 보헤미아의 운명

    서글픈 역마살


    '눈빛을 잃은 채 길들여져 살고 싶진 않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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