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친했던 친구 사이인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후배와 가볍게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튀어나온 이야기였다. 후배가 아는 언니 둘이 절친이었는데 결혼을 앞두고 웬지 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더란다. 둘 중 하나가 소위 말하는 '있는 집'에 시집을 가게 되면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있는 집' 남자와 결혼하게 된 언니가 절친의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음식 괜찮지 않니?"라는 친구의 질문을 계속 무시하더라는 것이다. 사실 약간 변두리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이어서 당사자도 약간의 자격지심이 있었을텐데, 돌변한 친구의 태도에 주위 사람들이 당황했다는 얘기였다.
그러고보니 여자들끼리는 결혼에 대한 묘한 경쟁 심리가 있다. 같은 날 결혼을 하게 된 친구가 하객으로 올 친구들을 쟁탈하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신부들의 전쟁'이라는 영화도 나왔을 정도다. 이 영화는 단지 '결혼식'을 테마로 사건이 벌어지지만 여자들끼리 결혼에 대해 가지는 묘한 경쟁심리는 단순히 결혼식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고의 결혼식을 하고 싶은 욕구
'결혼식' 자체에 로망을 가진 여자들은 꽤나 많다(남자에 비해서는 압도적이다). 어린시절 세뇌되다시피 했던 수 많은 동화에 등장하던 공주처럼 일생에 단 한번 드레스를 입고 주인공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은 쏘-쿨한 신부들도 많아서 단지 그 로망 때문에 결혼식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또래집단을 형상한 여자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서로가 서로의 비교 대상이 된다. 사실 긍정적인 역할도 많다. 좋은 것을 접하면 서로서로 입소문을 내고 추천을 해준다. 그렇게 다들 비슷한 문화를 형성해 가면서 공감대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악의가 없이 단순히 걱정하는 뒷담화도 돌고 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 발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결혼식 같은 경우는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거치는 통과의례이며, 또 모든 친구들이 참석하는 행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교가 가능하다. 누구는 예식장이 좋더라, 누구는 드레스가 예쁘더라는 칭찬 부터 누구는 화장이 좀 진했다, 누구는 시어머니 인상이 장난이 아니더라는 뒷담화까지 모든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는 행사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혼식 만큼은 보란듯이 하고 싶은 욕구가 없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또, 절친이 결혼하면 덩달아 빨리 결혼하려는 심사도 이런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결혼식보다 중요한 것이 '결혼 생활'

결혼 생활, 절대 저렇게 살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그 결혼식은 그저 하루의 행사에 불과하다. 결혼 시즌이 지나면 잊혀져버릴 일이니까. 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와 결혼을 했느냐'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부모님을 선택할 수도 없고, 내 미모를 선택할 수도 없다. 그저 타고난 대로 자라고 그 안에서 친구들을 만나 비슷비슷한 문화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인생을 좌우하는 아주 중요한 것, '배우자'는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30년을 비슷비슷하게 살아온 친구들의 인생이 판이하게 바뀐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든 자기가 잘 살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단지 주변의 상황과 비교를 하면서 내가 잘 살고 있구나, 못 살고 있구나를 판단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있는 집에 시집 가 손하나 까닥 안하고 사는 친구도 생기고, 있는 집에 시집 갔지만 들들 볶이며 고생하며 사는 친구도 생긴다. 없는 집에 시집 가 남편을 성공시키는 친구도 생기고, 그냥 평범한 집에 시집 가 지극히 평범하게 사는 친구도 생긴다. 만일 크게 차이없이 비슷한 결혼 생활을 한다면 친구들끼리도 서로 큰 문제 없이 만남을 이어가겠지만, 너무 잘 살든 너무 못살든 차이가 나는 친구는 어떻게든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다. 공감대가 없기 때문이다.
후배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나는 은근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반 결혼한 우리 친구들도, 내 여동생도, 나도 서로 비슷비슷한 결혼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오래오래 만남을 지속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덧글
朱淵 2010/05/18 19:29 #
미친공주 2010/05/19 09:30 #
구름우산 2010/05/18 20:56 #
미친공주 2010/05/19 09:30 #
미스트 2010/05/19 00:15 #
미인은 가공식품! 이라는 대사가 있더라구요.
피부 관리 몸매관리 무슨 관리 무슨 관리 등등... ....
비슷한 토대를 가져도 관리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천양지차라는 뭐 그런 말을 하는데
아 그런건가 하고 납득이 나름대로 가더라구요. ^^;;;
당장 여기저기 다이어트(몸매관리) 이야기가 잔뜩 나오는가 하면
살 좀 뺐더니 애가 이렇게 됐어요 류의 이야기도 종종 들리니... ... ;;;;
미친공주 2010/05/19 09:31 #
그래서 나도 관리 안해서 이런거다...하며 위안하며 삽니다 ㅋ
도시조 2010/05/19 00:38 #
미친공주 2010/05/19 09:31 #
K 2010/05/26 21:29 # 삭제
미친공주 2010/05/27 09:54 #
지니 2010/05/27 01:02 # 삭제
그래서 여자는 의리가 없다는 말을 하나봐요
수능 다가오는데, 이런 생각 많이 해요.. 아무리 친하더라도
누구는 좋은 대학 가고 누구는 별로고 그러면 그 관계 지속되기 어려울 거라는 것..
어쩔 수 없이 저도 그렇게 되겠지만 씁쓸하네요ㅋ
미친공주 2010/05/27 09:54 #
결혼적령기녀 2010/05/29 22:50 # 삭제
결혼식을 아주 소박하게 하고 신혼여행을 배낭여행처럼 길게 간 친구가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결혼식을 여러번 다녀볼수록 사람들의 평가를 무시하긴 힘들더라구요. 난 사람들의 평가 신경안써야지 안써야지 나답게 해야지....이랬던 마음이 점점 작아집니다. 결혼이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날 맞나 싶기도 하구요 ㅋ 씁쓸~하죠
미친공주 2010/05/30 13:58 #
그치만 남의 눈, 특히 부모님 눈, 부모님 친구들 눈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남들하듯 하게 되는거 같아요 ㅜ.ㅡ
2010/05/30 00:41 #
비공개 덧글입니다.팅팅 2010/06/01 11:24 # 삭제
아직 결혼을 생각하기엔 조금 여유가 있는 나이라서 절친 중에 결혼예정인 친구는 없지만,
저도 가끔 저런 생각을 해요.
그럴 땐 종종 슬프기도 하고, 진정한 우정은 뭘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결국 한 마디로 정리하면 요런 마음 아닐까요?ㅋㅋ
'친구들도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근데 그 전에 우선 내가 먼저 행복해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