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30대의 놀이공원 방문 '극과 극' 잡담

서른을 넘긴 나이에 놀이공원, 그것도 롯데월드를.. 연인도 아닌 서른살 동생과 가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발단은 백화점에서 받은 롯데월드 공짜 티켓.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용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버리기는 아까워 지난 연휴에 다녀오게 되었다. 하나뿐인(?) 남친은 사람많은 곳은 딱 질색이라며 매정하게 거절했고, 기타 다른 친구들도 죄다 반응은 시큰둥... 결국 그나마 노는 것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거부하지 않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동생만이 유일한 동반자가 되어 롯데월드, 그 지옥의 아비규환 속으로 발을 들이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간 롯데월드에서 나름 여러개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공짜 티켓 아까워 갔다가 티켓 여러개 살 돈 쓰고 오게 된다는 것.

먹고 마시고 하다보니 쏠쏠찮게 들어가는 부대 비용들이.. 그 돈으로 티켓 사고도 남겠더라는 것. 아~~~~~! 그래서 롯데는 공짜 티켓을 뿌리는 거구나!!!

둘째, 다시는 휴일에 놀이 공원을 찾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는 것.

아이를 가진 부모가 아닌 다음에야, 하루 종일 서있어도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의 10대가 아닌 다음에야, 뻔히 사람 많을 공휴일에 놀이 공원을 찾는 무식한 짓은 절대 해서는 안되었다. 네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뼈저리게 느낀 건,

10대와 확연이 보는 시각이 달라진 30대, 더이상 놀이공원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사연은 그렇다. 여러분의 예상대로 놀이공원은 붐비고 미어터지고 있었다. 기본 줄서기는 3시간이요, 먹은 것 하나 사는데도 줄을 안 서는 곳이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서울 시내 아이 가진 모든 부모와 엔간한 10대들이 다 모여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인간에 치이느라 정신줄을 살짝 놓으며 헤매다니던 와중에 문득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http://photo.naver.com/view/2007062622054011725

비눗방울을 만들어 내는 광대였다. 뭐랄까, 내가 아주 어렸다면 비누방울을 쫒아 다니며 터트리기 바빴을 것이고.. 10대였다면 비눗방울이 떠 다니는 것을 의식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30대의 내 눈에는 비누방울을 만들어 내는 광대옷을 입은 사람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곁을 지나치는데 동생이 물었다.

"언니, 저 사람 하루 종일 저거 하고 있는 걸까?"

그 사람을 보며 내가 했던 생각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질문이었다. 비누방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광대를 보며, 저 사람 하루종일 저 일을 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생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롯데월드는 몇가지 인기 놀이기구를 시간을 예약해 편하게 탈 수 있는 매직패스라는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그런데 사람이 많다보니 매직패스를 받는데도 줄을 서야 했다. 개인이 받으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양복입은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아이들 티켓을 받아 대신 발급해주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정말 무표정한 표정으로 티켓을 받고 매직패스를 발급하는 정말 단순한 동작을 쉴새없이 하고 있었다. 매직패스를 받아 돌아서면서 또 동생과 눈이 마추쳤다.

"아.. 저 아저씨. 진짜 힘들고 지루하겠다..."

그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30분 이상 줄을 서서 받은 점심밥, 주방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쉴새 없이 일하는 사람들. 얼마나 더울까, 얼마나 짜증날까. 왜 자꾸 일하는 사람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거지? 그건, 아마 내가 돈을 벌어봤기 때문일 것이다. 10대에는 그저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마냥 와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던 놀이공원이 서른이 넘은 내 눈에는 누군가에겐 일하는 일터로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 롯데월드를 들어서며 동생과 그런 얘기를 나눴었다. 요즘 부모들은 애들 대신 줄 서고 애들이 놀이기구 타는 동안 다른 곳에 또 줄을 서고 있다고. 그게 "현대판 하녀"와 다를게 뭐가 있겠냐고... 그런데 놀기도 힘들다고 투덜대던 내 눈에 자꾸 남들 노는 시스템을 돌아가도록 쉴새 없이 일해야 하는 그 사람들이 밟히는 것이다. 그래서 마냥 유쾌하게 놀 수가 없는 것이다. 남들의 휴일이 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끔찍한 날이 아니겠는가!

물론 오지랖이 참으로도 넓다고 하겠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원래 놀이공원이란 아무 생각없이 정신줄 놓으러 가는 곳인데 말이다. 그래서 놀이공원은 결국 아이들이 즐기러 오게 되나보다. 그리고 나도 진짜 어른이 맞기는 맞는가 보다.


덧글

  • Lauren 2010/05/25 14:27 #

    나이를 먹는다는건 동심을 잃어버리는 것도 있겠지만 배려라는 차원에서 일까요?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줄 아는 장점도 있는거죠^^
  • 미친공주 2010/05/25 16:02 #

    ^^ 뭐.. 그렇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좀 충격이었어요. 나이든 티가 팍팍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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