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 가입했다는 엄마 때문에 식겁한 사연 잡담

지난 주말 오랫만에 집에 갔다가 동생으로부터 식겁할 만한 뉴스를 접했다. 엄마가 상조회사에 가입했다는 이야기 였다. 어이도 없고 화도 나서 펄펄 뛰었더니 상조회사 가입을 바로 취소했다고 하시긴 하는데, 곰곰히 되짚어봐도 여러모로 착잡한 일이었다. 엄마가 가끔 내 블로그를 들여다보는지라 글을 쓰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기막힌 사연이라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첫째, 아직도 정정하신데... 별 걱정을 다!

모든 자식들이 가지고 있는 착각 중에 하나는 부모님이 우리와 오래오래 함께 하실 것이라는 것이긴 하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부모님 늙는 건 의식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소위 말해 자식들 보다 건강한 것이 요즘 부모님들이라고, 늘 운동도 하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면서 벌써 그런 걱정을 하시다니... 또 부모님의 장례에 대해서는 아직 상상조차 하기 싫기도 하고, 자식들이 어련히 그런것도 못 챙길까봐 걱정할만큼 형편없는 자식들이었나 싶기도 하고. 착잡했다.    

늘상 뭔가를 걱정하시는 것이 낙(?)인 엄마를 너무 무료하게 해드린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원래 자식들 결혼 걱정이 컸었는데 이젠 포기를 하셨는지 지레 앞서서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엄마가 기막히기도 하고 좀 그렇다. 참고로 어머니 연세는 아직 50대 중반이니.. 쯥! 

둘째, 이놈의 상조 회사들!

물론 상조회사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제작년 할머니 장례식 때도 아빠가 상조회사에 가입해둔 덕에 갑작스러운 장례를 무탈하게 치뤄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급작스럽게 상조회사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우후죽순 상조회사들이 생겨났다. 문제는 그렇게 과열 경쟁을 하면서 부실한 경영으로 망하는 회사들도 속속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거의 상조업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보람상조도 지난 3월 고객의 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곤 했었다.

어쨌거나 상조회사들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가지 마케팅 방법을 사용하곤 하는데, 그중 공짜표 남발이라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최근들어 엄마가 친구들하고 공짜 영화를 봤다고 하면서 연금보험이나 효도보험, 상조 등에 대해 급작스러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뭐, 말씀으로는 공짜 영화를 잘 보고 그 사람들이 설명하는 걸 듣기만 하지 굳이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는 하시지만 그런 마음의 빚 때문에 뭔가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드셨던 모양이다. 어머니들의 정을 이용한 그런 식의 마케팅, 정말 유쾌하지 않다.

셋째, 엄마 친구들끼리의 경쟁 심리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도 평생 경쟁 심리에 시달리는 것이 여자인듯 하다. 오죽하면 엄마 친구 아들, 딸들에 대한 열등감을 반영한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그런데 그 관심사가 남편자랑, 자식자랑을 지나 며느리나 사위 자랑까지 옮겨갈 때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모임을 많이 하다보니 생겨나는 문제들이 있는 듯 하다.

하다못해 공짜 영화를 보러갔다가 같이 간 친구들은 다 보험을 들었는데 나만 안들면 내가 못사는 것 같거나 내 자식들이 욕을 먹는 것 같은 기분에 휩쓸리는 듯 하다. 뭐, 엄마가 관심을 기울인 상조나 보험은 돈이 된다고 하니까 혹하셨던 것도 있겠지만...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친구들과 여행이라도 가시면 쓰지 못할 물건들을 방에 가득 쌓일만큼 사 나르는 분도 계신다는 것이다. 그걸 사지 못하면 병이 난다고 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하면 자식들한테 대우 못받는 사람인 양 취급당할까봐 겁이 나시나보다. 그래서 또 그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상술이 판을 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엄마가 이런 생각을 하시고 있다는 것도 그 근황을 몰랐던 자식들 탓이 크다. 나름대로 엄마와 이메일이라도 자주 주고 받고 연락도 한다고 하는 편인데도 속 이야기까지 터 놓을 만큼 가까운 시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성도 되지만, 엄마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엄마, 그런 걱정은 접어 두시라구요~~ 셋이나 있는 자식들이 그리 못 미더우세요?"


덧글

  • 니힐 2010/06/08 21:17 #

    저는 상조회사들이 할머니들(제 경우는 할머니가 가입하시려고 하신 경우라...)에게 하는 말이 가관이라서 질색하게 되버렸어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으면 상조에 가입하라 라는 식으로 권유하는데
    사실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제일 큰 협박 아닙니까...
    자식생각하는 부모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제가보기엔 협박에 가까운듯...) 상조회사들이 너무 싫더군요....
  • 미친공주 2010/06/09 09:25 #

    그렇죠. 협박이죠. 진짜 짜증나요 ㅜ.ㅡ
  • 라일락 2010/06/10 06:14 # 삭제

    보람상조도 오너가 회원회비를 300억횡령해서 구속되었대요. 미리 돈 내는 상조회사 믿을 수 없어요. 이자주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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