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대처하는 닭살 커플의 자세 연애이야기

내가 아는 대부분의 남자들은 '커플티'에 대해 그닥 호의적이지 않다. 커플티를 입고 다니는 남자들을 보면서 같은 남자 입장에서 쪽팔린 짓이라고 궁시렁대는 경우도 봤다. 물론 그러던 놈들도 눈에 하트가 그려지는 연인을 만나는 순간 핑크색 커플티까지도 입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어쨌거나 커플티에 썩 호감도가 높지 않은 남친이 먼저 커플티를 맞출거라고 말을 꺼냈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그 커플티의 정체가 월드컵 응원티라는 것을 아는 순간 맥이 빠져버렸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남들 다 하는 단체티는 절대 커플티가 아닌것이며, 특히나 운동복은 커플티로 취급되지 않는 품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월드컵 붉은 티는 장롱속에 최소 1장씩은 갖추고 있는 것이라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닌지라 영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그래도 남자라고 매년 월드컵 경기 때만큼은 들떠서 티셔츠를 장만하곤 했나보다. 내가 이 사람과 만난 것이 지난 2006년 월드컵 직후였으니 함께 맞는 첫 월드컵이기에 뭐~ 할테면 해보라고 했다.

짜잔~ 드디어 커플티가 도착했다. 월드컵 선수 유니폼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한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사실 큰 감흥은 없다. 다만 내 마음을 기쁘게 했던 건 등번호 때문이다. 대개는 7번이 박지성 선수라고 알고 있고 25번은 누구?라는 의문을 가졌을 텐데... 저 7과 25라는 숫자는 우리가 만난 날을 의미한다. 으~ 닭살!

유니폼을 뒤집어 본다. 등판에 새겨진 '냥'과 '뭉'이라는 이름. 서로의 별명을 서로의 티셔츠에 새겨넣었다. 그런 의미가 부여되고 나니까, 이제야 커플티 같은 느낌에 흡족해진다. 그리고 그런 것을 알아서 생각해내서 티셔츠를 맞춘 남친의 센스가 퍽 기특하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구석구석 디테일들이 꽤나 예쁜 것도 같다.

정품 인증 샷! ㅋㅋ

앗! 이건 정말 몰랐던 건데, 가슴팍에서 뛰고 있는 호랑이의 뒷면에는 '투혼'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선수들이 가슴속에 모두 투혼을 품고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

이렇게 나름 월드컵을 준비했는데... 3경기 밖에 못보게 될꺼라고 초치는 사람들, 꼭 있다! 부디 올해는 신명나는 월드컵이 될 수 있길 기원해본다. 아자아자 파이팅!!!


덧글

  • 아롱이 2010/06/08 17:39 #

    어머 남친분 센스가! 부럽네요 ^^
  • 미친공주 2010/06/08 18:04 #

    ㅋㅋ 가끔 나오는 센스지만 뭐, 없느니 보다 낫죠 ㅋ
  • harpoon 2010/06/08 17:46 #

    저는 2002년도 티를 꺼내입을 생각입니다. again 2002 ㅋㅋ
  • 미친공주 2010/06/08 18:04 #

    ㅎㅎㅎ 다들 그때 장만한 티 꺼내 입지 않을까요?
    티 잘 안팔린다던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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