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이렇게 통쾌한 전쟁 영화는 처음 조조할인

6.25를 기념하며 전쟁에 대한 드라마, 전쟁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에 전쟁을 떠올리는 일에 사실 불편함이 먼저 앞선다. 전쟁을 접해본 것은 그나마 영화나 미디어를 통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그 속에 그려지는 전쟁을 보자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본성들이 괴물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마련이어서 그저 외면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쟁 영화를 거의 보지 않으려 하지만 뭔가 계기가 생기면 마지못해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여태껏 봤던 전쟁 영화 중 최고는 '허트로커'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최고인 전쟁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바스터즈', 사실 전쟁 영화라는 단어로 표현 하기에는 뭔가 한참 부족한 영화다. 전쟁 당시의 상황이 배경이지 정작 전쟁씬은 거의 없는 영화기 때문이다.

바스터즈는 작품은 보지 않아도 이름은 다들 알만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다. 나도 이 감독의 광팬이 아니어서 그의 작품을 본 것이 데쓰 프루프가 전부다.

근데 그 영화, 정말 쇼킹했다. 지독하게 나쁜 놈이 나온다. 그 놈이 저지르는 범죄는 잔인하기 짝이 없다.(가뜩이나 잔인한 장면을 못보는 내가 숨도 못쉬고 봤다는...) 그런데 그 나쁜 놈을 응징하는 방식이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카타르시스 해소의 절정이라고 할만하다.

그 영화 덕에 이번 영화 '바스터즈'도 보게 된 것이다. 사실 플롯 만으로는 나를 잡아 끌 내용은 아니다. 각종 영화에서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던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잔인하게 유대인을 학살하던 때의 이야기이다. 배경이 이렇다보니 언뜻 떠오르는 것은 눈물 어린 휴머니즘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은 철저하게 배재되어 있다.

원래 공포 영화나 잔인한 장면을 잘 못보는 나지만, 미드 덱스터는 본다. 주인공이 살인마이기 때문에 살인 자체의 잔인함이 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바스터즈 역시 잔인한 장면이 예상되었지만 눈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기 때문이었다.

배경은 2차 대전의 전시 상황이지만, 나치는 예상대로 그의 전 영화에도 등장했던 그 '나쁜 놈'에 불과하다. 그 나쁜 놈이 저지르는 만행에 경악을 하다가 쏘- 쿨~ 하게 그 놈을 해치우는 장면에서 역시 영화 보는 내내 쌓였던 스트레스가 훅- 내려가는 시원함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어느 시골 식당에 악당이 나타나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을 때,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서 밥을 먹던 여자가 그 악당을 총으로 빵 쏴버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던 듯 밥을 먹는 것, 거기다 "이혼한 남편과 닮았어요" 정도의 한 마디를 덧붙이는.... 쿠엔틴 타란티노 방식의 유머는 예를 들자면 저런 방식이다. 지나치게 쏘-쿨한 방식이 마니아적인 요소가 많아서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싫어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게 바스터즈는 봤던 전쟁 영화 중 최고로 통쾌하고 다음 작품은 또 어떤 것일까,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 추가로 배우들에 대해 한 마디

이 영화에 나왔던 나쁜놈 크리스토프 왈츠는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다. 정말 캐릭과 너무 일치해버린 덕에 볼수록 밉상이어서 진짜 미워할 뻔 하게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꽃미남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기 위해 무던히 연기 변신을 꾀하는 그. 역시 이 영화에서도 특이한 말투에 특이한 표정을 가진 미군 게릴라(?)로 열연을 펼쳤다. 하지만 상복은 저 멀리에... 안타깝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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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무한의주인 2010/06/24 17:55 #

    아아 피트님도 늙었어요 목에 주름 안습...
    ㅎㅎ
    저도 이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그리고 역시 피트님이 나오는 영화는 다 재미있다는걸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ㅎㅎ
  • 미친공주 2010/06/24 18:28 #

    ㅋㅋ 범상치 않는 역할만 맡으시죠.
    늙는 모습 안습이지만, 배우로써 멋진거 같아요 ㅎㅎㅎ
  • 리엘 2010/06/24 23:17 #

    저도 이 영화 꽤 재미있게 봤어요! 좀 잔인해서 식겁한 장면도 있긴 했지만요(저 감독이 그렇다는 건 알고 갔는데도 적응이 잘 안되더라고요^^;). 저는 영화 보면서 크리스토프 왈츠가 너무 연기를 잘해서 오히려 브래드피트가 묻힌다는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상 받는 거 보고 역시나 했더랍니다.
  • 미친공주 2010/06/25 09:22 #

    ㅋㅋ 진짜 리얼했어요. 완전 밉상이었다니까요. ㅋㅋ 그래서 나중에 더 통쾌한 듯 ㅎ
  • 타치코마 2010/06/25 08:32 # 삭제

    아~ 좀 잔인하긴하죠^^; 느낀점들에 대한 공감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재밋게 봤긴했는데 왠지 찝찝했더랬죠....
  • 미친공주 2010/06/25 09:23 #

    음. ㅋㅋ 찝찝한 기분은 나치와 유태인이라는 설정 때문일거 같아요.
    그냥 단순한 착한놈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해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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