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남친'과 친구의 '남편'의 차이 연애이야기

오랜시간 함께 해온 친구들끼리라면 서로의 연애 역사를 훤히 꿰뚫고 있기 마련입니다. 팔랑귀인 사람에게나 아닌 사람에게나, 친구의 조언이란 꽤 위험하고도 요긴한 것이긴 합니다. 때론 잘 되고 있었던 연애가 친구 몇 마디에 흔들려 버리기도 하고, 때론 내게 콩깍지가 씌여져 볼 수 없었던 진실을 일깨워주기도 하죠. 사실 20대 때에는 그런 조언을 하는 것이 꽤 쉽고 편한 일이었습니다. 꼭 친구의 조언 때문이 아니고서라도 만남과 헤어짐의 경험들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구요.

30대에 들어서면서 친구의 남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왜냐면 30대에 만나고 있는 남친이라면 남편이 될 확률이 꽤 높기 때문이고, 남편과 남친의 위상이란 천지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이나 20대 초반에 단짝인 친구들 사이에서는 여러 미묘한 감정이 흐릅니다. 그때만 해도 단짝이란, 정말 연인보다 더 가깝게 모든 걸 공유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두 친구에게 동시에 남자친구가 생기면 금상첨화이지만, 대개는 그 시기가 엇갈립니다. 한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다른 한 친구는 섭섭함을 느끼거나 소외받게 되거나, 또는 그 커플과 한데 어우러져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묘한 상황도 생기기도 하는 거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남친이 생겼더라도 남친과 문제가 생기면 쪼르르 달려가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는 것이 바로 절친입니다.

절친이 바라보는 눈으로는 친구의 남친이 만족스러울 리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 친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게다가 친구가 남친과의 관계가 안좋을 때만 찾아가 이런저런 뒷담화를 하고, 막상 관계가 좋을 때는 싱글인 친구 앞에서 자랑질하기도 뭐해서 입을 닫고 있다면.. 남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자리잡겠죠. 그 남친이 친구가 만나고 헤어지는 많은 남자들 중 하나라면 큰 문제는 안되지만, 결혼을 해 남편이 된다고 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절친 > 남친'

절친과 남친을 둔다면 장기적으로는 절친이 우선입니다. 절친은 평생 갈 친구고 남친은 헤어지면 그만인 남에 불과하니까요.

'절친 < 남편'

그렇지만 절친과 남편은 당연히 남편이 우선입니다. 내 사람, 내 가족, 영원한 반려자이니까요. 말 그대로 '내편'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미주알 고주알 남친의 뒷담화를 함께 해 왔거나, 남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절친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게 됩니다. 만일 절친이 결혼 전에 대했듯이 남편을 함부로 대하거나 남편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면 분노하게 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서른 넘은 친구들끼리의 관계는 학창시절 때처럼 모든 걸 함께 하는 딱 붙어다니는 절친이 아닌 것이 더 편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 절친 두 사람 모두가 결혼 생각이 전혀 없고 연애도 하지 않는다면 또 모를까요. 친구 하나의 배신(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어쨌든 감정적으로)은 남겨진 친구에게는 꽤 큰 상처가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개는 20대 후반이면 둘 중 하나가 외국에 나간다거나, 전혀 다른 업종의 직장에 다닌다거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간다거나 하면서 학창시절 같은 절친한 관계는 서서히 접히게 됩니다. 당시에는 그렇게 생긴 절친과의 거리가 섭섭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이었더군요. 

삶은 뜻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흘러갑니다. 그 물길이 흐르는 곳곳의 작은 도랑이나 방해물들은 물길의 흐름이 잡히면 흔적도 남지 않게 되는 법이구요. 그러니, 지금 그 도랑에 살짝 발이 빠진 친구들이 무사히 갈길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_^


덧글

  • 호오 2011/01/25 22:52 # 삭제

    그런 친구들이 있다니 부럽습니다. 꼭 만화나 드라마 같군요~
    저희 팀이 오늘 저녁 먹고 놀다가 이 글을 읽고 나름 돌아가며 감상을 말해 봤는데요...
    과반수는 친구들이 30대 넘어선 지금도 남친/여친이 없어서 저런 상담할 일 없었고 있었다 해도 만났을 때 그 남친/여친얘기 할 일은 잘 없었다네요. 친구 애인인데 잘 알리가 없지 않냐면서 -ㅅ- ㅎㅎㅎㅎ 저도 제 친구 애인은 얼굴만 아는 정도입니다만
  • 미친공주 2011/01/26 10:18 #

    하하 그런가요 ㅋㅋ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우리들이 드라마 찍고 있는 거로군요. ㅋ
    친구 애인 얼굴만 서로 알더라도 미주알 고주알 연애상담 공유하거든요 --;;;;
  • 지나가다 2011/01/26 00:16 # 삭제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동감합니다. 20대가 되니깐, 절친이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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