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번씩 죽고 싶다는 이들에게 '127시간' 조조할인

대개의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다 평범하게 죽어간다. 물론 그 평범함 속에서는 먹고 사는 문제로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과 나름대로의 고비들이 굽이지어 있겠지만,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 돌아온다던가 하는 극단적인 일은 매우 드물다. 그래서 재난을 겪고, 그 재난에서 구조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해외토픽 거리와 영화 소재거리가 되는 걸거다. 그렇지만 재난을 당한다고 해서 100% 구조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되지 않은 사람들은 '실종'으로 남는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는채, 혹은 몇년 몇십년 후 우연히 사체로 발견되는 것이 다행인...

그래서 이 영화는 더욱 소름이 돋는다. 127시간, 재난에 처한 한 남자가 스스로를 구조한 이야기이다. 얼마나 놀라운 사연이기에 영화로 제작이 되었는지.. 그리고 이것이 정녕 실화라 믿을 수 있는 건지.

** 스포일러 많습니다. 돈 안아까운 영화이니 고민중이신 분들은 더 읽지 마시길

대개는 포스터에 적힌 말들이 오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라든가,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꾼 위대한 감동실화"라든가..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본 저 글귀는 오버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전혀 스토리를 모르고 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다 알고 가게 되었다. 남친이 단 한마디로 스포일러를 발설했기 때문이다. "어떤 남자가 손이 바위에 끼었는데, 자기 팔을 잘라버리고 살아나왔대."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봤던 건, 일단 그 스토리도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한 마디로 정리되는 그런 상황을 대체 어떻게 영화로 표현한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대니 보일' 감독에게 감탄을 하고 말았다.

여기 유쾌한 남자가 있다. 아론 랠스턴. 그는 주말이면 블루 존 캐년을 홀로 등반하는 재미에 흠뻑 빠진 사람이다. 그곳 지리를 가이드만큼 잘 아는 그이기에 가벼운 차림으로 나선 등반길에서 사고를 당하게 된다. 바위에 팔이 끼어서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외부에 연락할 길은 없고, 그곳에 그가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는 살기 위한 몸부림과 절망을 넘나들면서 1시간.. 2시간.. 그렇게 127시간을 홀로 보낸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포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절망 속에서 미쳐가면서.. 당장 나라고 해도 그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겠다. 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얼만큼 강할까.. 그건 죽음이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단순한 스토리임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지겹지 않은 건, 순전히 감독의 센스이다. 신나는 음악과 영상, 속도감으로 바위에 끼어있는 한 사람을 이곳저곳으로 보낸다. 재난에 빠진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생각과 감각들을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러서는 숨막히는 긴장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느낌.. 물론 잔인한 장면을 잘 보지 못하는 나로써는 막판 5분 정도는 진짜 거의 눈을 못뜨고 있었다. 뻔히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역시 충격은 충격이었다고나 할까.

팔을 끊어내고 생을 선택한 그에게는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아이를 두고, 또 나름대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누리지 못할 뻔한 인생을 누린다. 127시간의 사투로 얻은 몇십년을 그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등반을 즐기면서.. 그가 더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매 시간의 중요함, 물 한방울의 간절함을 절절히 알 것이기 때문이다.

살짝 반성이 되기도 한다. 살면서 내가 이 사회속의 아무것도 아닌 부속품 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가치'라는 측면에서 요즘 사회는 철저하게 인간이 돈에 져버린 사회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생을 끊어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진다. 마치 생을 저버리고 싶은 유혹이 인간들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 때에 이런 영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인간, 생, 의지. 역시 포스터의 글귀처럼 '살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실화라는 것에서 우리는 더욱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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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얼음거울 2011/02/15 16:15 #

    역시 여행은 같이 가야해요 ..
  • 미친공주 2011/02/15 19:03 #

    최소한 어디가는지 알리고 가야..
  • 얼음거울 2011/02/15 21:04 #

    ㅡㅡ 설레여서 답글 들어왔더니 네놈이냐
  • Tinwest 2011/02/15 16:38 #

    으음 보고 싶은데 상영 기간이 끝났어요 ㅠㅠ 흑 비디오로 꼭 봐야지
  • 미친공주 2011/02/15 19:04 #

    엥 =-ㅁ-;;; 이제 개봉인데
  • Tinwest 2011/02/16 05:12 #

    미쿡이에여 ㅠ.ㅠ
  • 미친공주 2011/02/16 09:44 #

    OTL
  • 3ㄱㄱ3ㄱ 2011/02/15 16:40 # 삭제

    저거 베어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한번 소개한 사례죠,
  • 처리 2011/02/15 16:40 # 삭제

    저는 완전히 재미 없던데요
    차라리 원작책을 읽는 편이 나을듯
  • 욧커 2011/02/15 18:20 #

    스포일러 당하셨다고 이렇게 대놓고 스포일러 하시면 안됩니다. ㅠ_ㅠ
  • 미친공주 2011/02/15 19:04 #

    ㅋㅋ 스포있다고 분명 말씀드렸는데 -ㅁ-;
    근데 스포 알고 봐도 잼나는 영화입니다 ;;
  • TokaNG 2011/02/15 20:05 #

    이제 개봉을 했나요? 시사회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를 보고 엄청 기대가 되던 작품인데..
    이 작품은 귀찮더라도 극장 가서 보고 싶네요.
    최근 귀차니즘을 이유로 그냥 보낸 영화가 너무 많아요.ㅠㅠ
  • 미친공주 2011/02/15 20:15 #

    저도 한동안 그러다가 요새 급 삘받아서 또 보고 있습니다.
    그런 시기가 있죠 ^^;; 개봉날짜가 이번주 목욜로 되어있네요 -ㅁ-;; 헉 전 지난주 일욜 극장에서 돈주고 본건데 ㅋㅋ
  • 푸른미르 2011/02/15 21:37 #

    저도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고 긍정적인 남자이지요.
    웬만한 사람이면 백이면 백 모두 죽었을겁니다. 저도 자신 없네요.
  • 미친공주 2011/02/16 09:45 #

    ㅜㅜ 그러니까요. 정말 대단 ;
  • 2011/02/15 22:12 # 삭제

    전 이거 당시에 뉴스로 봤었기 때문에;; ㅎㅎ
    작년이었나 제작년이었나 그랬죠
    뉴스볼 당시에 베르세르크의 일식에서 살아남은 가츠가 생각났다는 ㅎㅎ
  • 미친공주 2011/02/16 09:45 #

    ㅋㅋㅋ 비유 죽이네요 ㅋㅋ
  • 오엠지 2011/02/16 10:25 #

    정답인듯 ㅋㅋ
  • 2011/02/16 00: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11/02/16 09:46 #

    그렇게 토할정도로 불편하지 않던데.. 몰입이 잘 된다면 말이죠.
    오락영화 기대한 사람들에겐 당연히 실망스러운 영화였겠죠 ㅋㅋ
  • 오엠지 2011/02/16 10:24 #

    보통 너무 지루하다, 같은 패턴이다 하던데..........
    다큐를 기대하고 가도 지루하다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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