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은 테러범? 우리가 가진 지독한 편견들 활자이야기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저자마비쉬 룩사나 칸
출판사바오밥 (2009년 06월 10일)
카테고리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을 이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은 아직도 피부로 느껴집니다. 네,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인종에 대한 편견이지요. 피부색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 생긴건 100년도 채 안되었을텐데, 백인과 흑인, 동남아인과 아랍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백인은 추앙하고, 동남아인은 무시하고, 흑인과 아랍인은 막연히 무서워하지요. 과거 일제 식민지 시절에 조선의 핏줄을 가졌다는 이유로 똑같이 멸시 당했던 과거를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10여년 전 터키, 이스라엘, 이집트 같은 중동 국가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전까지 왠지 무서운 이미지였던 아랍계 사람들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죠. 가장 놀라운 경험은 제가 '팔레스타인' 사람을 만났던 일이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이스라엘에 폭탄테러가 자주 일어났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 원인이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하면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들일 거라는 편견을 깊이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제가 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한 아줌마, 아저씨였습니다. 

필리핀에서 잠시 거주할 때는 필리핀 사람들을 저도 모르게 무시하게 되더군요. 필리핀에 거주하는 교민, 유학생 등 한국인들의 영향이 컸습니다. 저렴한 물가로 사람을 부리고 쓰기 때문인지, 필리핀 사람과 친구라도 한다면 비웃는 분위기까지 형성이 되었었습니다. 그 사회 밖으로 나와 지켜보니 지독한 편견에 사로잡힌 집단이더군요. 그 분위기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코피노 문제로까지 번지게 되더란 말이지요.  

그런 경험들 탓인가요?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읽으며 마냥 손가락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네, 이 책은 몇년 전에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미군 수용소의 실상을 폭로하여 충격을 주었던 책입니다. 그리고 매우 불편한 책이기도 하죠. 그래서 읽고 싶은 생각이 썩 들지 않았던 책입니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인물들, 탈레반, 알카에다 등의 위험 인물들을 무작위로 쓸어 모아 관타나모 수용소에 처넣습니다. 아랍인들, 특히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가 극에 달했을 때였지요. 그들은 수치스러운 강간과 끔찍한 구타와 고문,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수모를 겪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을 가장 억울하게 만든 건,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네, 그 위험 인물들이라고 잡혀온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그저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그럼 그들이 왜 잡혀왔는가? 당시 미국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조직원을 잡아오면 2만 5000달러의 현상금을 내어줬다고 합니다. 그 막대한 돈에 눈이 멀어 이웃의 평범한 누군가, 혹은 자신과 원한이 있는 누군가를 밀고하는 일들이 생긴 거죠. 그리고 그것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무조건 그들을 수용소에 처 넣어버린 겁니다.

그 실상을 폭로한 건 아프가니스탄계 이민 2세인 '마비쉬 룩사나 칸'이라는 여자입니다. 마이애미 대학 로스쿨을 다니며 통역자원봉사에 나섰던 그녀조차도 무시무시한 범죄자를 맞닿뜨릴까 두려워했던 관타나모 수용소. 그곳에서 그녀가 만난 평범한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이 책에 담았습니다.

국제정세를 쥐고 흔드는 미국, 늘 선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나라가 강대국의 힘을 이용해 월권을 행사하는 일은 막연히들 알고 있겠지만, 실제로 적나라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더 역겹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우리도 그들과 다름 아니라는 것을. 우리도 우리를 점령했던 나라에게 강간, 고문, 짐승 취급을 당했었고 우리가 우월하다고 느낀 나라에서 또 비슷한 일을 자행해 왔습니다. 그럼 현재는 달라졌을까요?  

네, 지금은 전시가 아닙니다. 물론 휴전 상태이기는 하지만 마구잡이 약탈이 벌어질만큼 난잡한 상태는 아니지요. 그렇지만 이 순간에도 베트남 신부는 한국 신랑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죽임까지 당하기도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부당한 대우에도 억울함을 토로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전부가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렇지만 내 자신, 그리고 우리 사회가 가진 지독한 편견을 씻어내기까지의 시간은 꽤나 오래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글

  • 절망향 2011/03/04 17:31 #

    내 자신속 뭔가와 대면할거 같아 읽기가 좀 두려워 지는 책이긴 한데; 언제 한번 읽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 미친공주 2011/03/04 17:43 #

    원래 이런건.. 그냥 회피하고 싶죠 ㅎ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