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뮤지컬을 보게 되어 기대에 찬 마음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CGV 아트홀을 찾았습니다. 타임스퀘어에 처음 가봤는데 어찌나 넓고 미로 같은지, 한참을 찾아 헤매서야 도착할 수 있었지요. (추후에라도 저 공연장에 가실 분들은 시간 넉넉하게 잡고 가시길..)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2005년 강도하 작가에 의해 웹툰으로 연재된 동명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입니다. 자그마치 6년도 더 전에 본 웹툰이라 선명하게 남은 기억이 없었지요. 어렴풋이 고양이 얼굴로 젊은 청춘들의 연애담을 재미있게 그려낸 만화다.. 정도의 기억이랄까요? 만화의 기억 때문에 뮤지컬도 당연히 괜찮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찾았고, 그것이 살짝 독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캣츠비가 다시 이슈가 된 건, 데니안과 심은진 출연이라는 것 때문인 듯 했습니다. 두 사람이 등장하는 공연을 보지는 않았지만, 막상 공연을 보고 나니 두 사람의 공연을 굳이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뮤지컬은 배우들의 열연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최악의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 공연이었거든요.
친구 하운두 집에 얹혀 사는 백수, 남자 주인공 캣츠비는 6년간 사귀어온 페르수에게서 청첩장을 받습니다. 페르수가 돈많은 남자와 재혼을 한 건 캣츠비의 문제로 그려지죠. 캣츠비는 그녀를 잊기 위해 선을 만납니다. 선과 만나던 그는 페르수가 그를 떠나갔던 것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구요, 이혼을 하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그녀를 다시 내 사람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중간중간의 감정들이 썩 와닿지 않습니다. 페르수라는 여자, 정말 이상한 여자야라는 생각. 캣츠비라는 남자 선에게 너무 못됀거 아냐?라는 생각. 친구 하운두는 대체 뭐 저런 인간이 있지?라는 생각. 청춘의 설레임이나 혼란 등이 아니라 뭔가 어설픈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본 기분이 듭니다. 함께 본 동생은 웹툰을 보지 않았는데 "정말 저런 내용이냐?고 의아해 할 정도입니다.
오죽했으면 뮤지컬이 끝나고 다시 웹툰을 뒤져봤을까요? 웹툰에서 그려지던 섹스와 관련된 노골적인 표현들, 재개발 산동네의 일상들, 처음에 그들이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된 이야기 등 기타 디테일들이 생략된 뮤지컬 속 주인공들의 연애담은 그냥 겉도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노래를 부르고,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지루함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내실을 다지기보다 스타를 섭외하여 객석 많은 으리으리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에 더 치중한 것은 아닐까요? 공연장을 돌아 나오면서 자꾸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의 뮤지컬이 몇만 관객을 끌어모으고 장기적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 믿어지지도 않구요. 그동안 봐왔던 대학로 소극장의 연극들보다도 마음을 끌지 않네요. 내 돈 주고 본 것도 아닌데 이런 마음이면.. 후우..
원래 웹툰의 컨셉은 유명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따왔지요. 한 여자만을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파멸에까지 이르는 한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인데..(아? 그럼 주인공이 하운두가 되려나..) 그것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카툰을 한번쯤 보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청춘의 엇갈림과 사랑으로 힘겨워하는 분들이라면 더더욱요.




덧글
chizuru 2011/03/09 17:33 #
미친공주 2011/03/09 19:42 #
ㅎㅎ 2011/03/09 21:28 # 삭제
전형적인 남자가 생각하는 나쁜여자 착한여자 캐릭터들이에요. 전 웹툰 볼때도 멍미.. 하면서 봤는데
뮤지컬은 절대로 보면 안되겠네요.
미친공주 2011/03/10 09: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