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kg 넘는 초등생, 방치한 부모 욕해야 하나 TV이야기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아이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면 자연스레 채널이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날은 차마 채널이 돌아가지 않더군요. 화면에 등장한 아이들의 포스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 제목을 보니 '수퍼키즈', 그런데 뭔가 한 분야에서 특출난 것이 아니라 '수퍼사이즈 키즈'라는 의미로 보였습니다.

오디션을 거쳐 특별히 선발된 10명의 아이들은 또래의 기준 체중보다 최소 2배씩은 더 나가는 아이들입니다. 기본 20kg씩 더 나가고 체지방은 기본 50%, 13살짜리 아이가 82kg이라고 하니... 한 명 한 명이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입이 떡떡 벌어집니다. 아니 대체 이 아이들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반에서 뚱뚱한 아이를 보는 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두명의 뚱뚱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돼지'를 운운하는 별명이 붙긴 했었지요. 그런데 요즘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상대적으로 통통한 아이들을 발견하는 일이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뭐, 좋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영양가 많은 음식을 먹어 발육 상태도 좋고, 적당히 살이 찐 건 나중에 키로 갈 수도 있다고..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고도비만이 되는 이유는 여러 유전적 이유나 환경적 이유 등등을 거론하고서라도,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식습관은 쉬이 예측할 수 있습니다. 패스트 푸드를 좋아하고 피자에 있는 야채까지 골라낼 정도로 야채를 싫어하며, 짜거나 단 음식에 중독이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밥을 간장에만 비벼먹는 아이도 있습니다. 처음에 반찬없이 간장만으로 밥을 잘 먹으니, 예쁘다 예쁘다 한 것이 식습관으로 굳어졌다는 말에 할 말을 잃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식습관은 벌써 이 아이들의 마음에 많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반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거나, 벌써 여러가지 병으로 시달리고 있거나.. 볼수록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니, 대체 어떤 부모들이 저렇에 애들을 방치해 놓냐"며 화가 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들의 입장도 들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어렵게 얻은 늦둥이라 원하는 것, 먹고 싶다는 것을 다 들어준다는 부모부터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밤낮없이 일하는 통에 아이의 음식에 신경쓸 여유가 없는 부모까지.. 대개의 공통점은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봐도 배부르기 때문에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을 말리지 못하는 유약한 성격의 부모거나, 혹은 아이가 밥먹는 것을 챙길 여지가 없는 지나치게 바쁜 저소득층 워킹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에 보았던 또 다른 다큐들이 떠오릅니다.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비만이 늘고, 그 비만은 대물림 된다는 통계들이요. 즉,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칼로리만 높은 음식들을 계속 섭취하게 되고, 그 빈 칼로리로 인해 고도비만이 되어간다는.. 또한 요즘 젊은층의 식습관도 예전과는 많이 변했지요.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미 조리된 음식들을 간편하게 먹는 것이 일상화 됩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저 하나 먹자고 거창하게 요리를 해 먹느니, 이미 조리된 음식을 사먹거나 외식을 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히기도 하고 시간이 절약되기도 하니까요.

아마도 이 아이들의 부모들만이 아니라 더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을 은연중에 방치아닌 방치를 하고 있을 겁니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도 아직은 저 통통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이 아이들의 20년 후의 모습을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140~150kg의 거구가 되어 있는 모습을 직접 보자 별안간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요, 다들 보기 전까지는 모릅니다. 내 자식에게 콩깍지가 쓰여있지 않는 부모는 없으니까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프로그램이 단지 아이들을 방치한 부모를 비난하고자 만들어진 건 아닐 겁니다. 단지 자녀의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살을 빼면서 어떻게 성격이 변하는지, 사회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식습관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총체적인 해결책을 어느 정도 제시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거라 기대합니다. 그러니 아이가 있는, 그리고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시청해서 절대 손해볼 일은 없겠죠?

케이블 TV 스토리온 Story On에서 매주 토요일 밤 12시(본방송), 일요일 오후 4시, 밤 11시(재방송)에 방송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덧글

  • 2011/03/29 18:4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11/03/29 19:28 #

    ㅜㅜ 그나마도 조부모님하고 있으면 야채를 잘 먹게 되는 집들도 있던데요.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집이 제일 무서운 것 같습니다.
  • dudadadaV 2011/03/30 01:22 #

    부모가 맞벌이인 가정의 아이들이 비만이 될 확률이 더 높다는 걸 어디선가 본 기억이;;
    끼니를 제 때 챙겨주지 못하니 미안한 마음에 퇴근할 때 치킨이나 피자같은 야식을 잔뜩 사들고 오는 게 습관이 되나봅니다. -_-
    그나저나 저도 그 프로 봤는데요, 제가 한때 비만이었어서 그런지 그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그냥 팍팍 와닿고 엄마들이 20년 후의 모습을 보면서 막 충격받고 울고 하는 거 보니 진짜 눈물이 죽죽 ㅠㅠㅠ
    그래도 그 아이들은 이런 프로그램이라도 만나서 다이어트할 기회가 생겼으니 그나마 행복한 편이라고 해야할지..;
  • 미친공주 2011/03/30 09:39 #

    에효.. 그러게요. 보면서 여러모로 충격적이었슴다 ^^*
  • 4월 이야기 2011/03/30 10:28 # 삭제

    어른들도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데 애들이라고 오죽하겠어요.
  • 잠팅이 2011/04/03 20:26 # 삭제

    그니까요...특히 야식은 더하죠..평소보다 두배로 더 먹고싶고, 살도 두배로 찌는...아 끔찍ㅠㅠㅠ
  • 잠팅이 2011/04/03 20:25 # 삭제

    ....이거 보고 솔직히 충격먹었어요.... 나보다 나이가 한살밖에 작지않고..게다가 진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드네요. 제가 좀 많이 먹고, 부모님들도 결국에는 살이 다 키로간다고해서 안심하고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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