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이름만으로도 낭만적인 그 무엇이다. 물론 예전에는 흔했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살아온 나나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흔하게 볼 수 없는, 잊혀져 가는 것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딱히 반딧불에 관한 추억이 없음에도 막연히 연인과 함께 반딧불을 바라보고 싶은 로망이랄까, 뭐 그런 것들이 내겐 있었다.
이번에 필리핀 돈솔 여행을 하면서 '고래상어' 이외에도 내 마음을 끌었던 건, 바로 '반딧불 투어'다. 아직 한번도 반딧불을 보지 못한 나와 우리 일행들에게 이건 아름다운 '첫경험'이 될 터였다. 물론 연인과 함께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
여행 준비를 하면서 왜 반딧불 투어에 대한 사진 정보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럴만 했다. 칠흙같은 어둠 때문에 도저히 사진 촬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어둠 때문에 반딧불은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마음 속에만, 추억 속에만 담아올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돈솔 해변에서 반딧불 투어를 떠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저녁무렵이 되면 트라이시클들이 고래상어 오피스나 리조트 입구에서 파이어 플라이(firefly)라고 외치며 호객행위를 한다. 그 중 하나를 잡아타면 불과 10분만에 반딧불 투어 장소로 데려다 준다.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이지만 우리는 투어가 끝나고 나서 다시 데려다 주는 조건으로 인당 40ph(1,000원)씩 지불했다. 우리가 너무 늦은 시간인 8시에 투어를 하는 바람에 트라이시클 잡기가 힘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반딧불 투어를 하는 장소다. 왼쪽이 나름의 오피스(?)이고 오른쪽에서는 뱃사공들이 대기하고 있다. 오피스에서 바로 비용을 지불한다. 보트 당 1,250ph(약 3만 5천원)로 일행끼리 나누어 내면 된다.
이곳 역시도 나름대로 투어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보트 로테이션 순서대로 돌아감으로써 모든 보트맨들에게 공형한 기회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24번 준멜이라는 가이드의 보트에 탑승하게 됐다.
카누 정도의 크기가 아닐까 우려했던 것과 달리 보트는 의외로 크기가 컸다. 뱃사공과 가이드, 우리 일행 4명을 충분히 태울만한 크기. 혹시 몰라 구명조끼를 입긴 하지만 물에 젖을 일은 없었고, 아이폰을 들고 가서 자우림의 '반딧불'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가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그나마 불빛이 있는 다리를 뒤로 하고 돈솔 바다로 통하는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록 칠흙같은 어둠이 주위를 감싼다. 10여분 남짓, 가이드가 강 가장자리에 배를 멈춘다. 아앗! 반딧불이다.
보이시는지?? 그야말로 수백마리의 반딧불이 춤을 추고 있는데, 카메라에는 고작 저런 불빛만이 간신히 잡힌다. 가이드는 수컷 반딧불과 암컷 반딧불의 불빛의 차이와 짝짓기 등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사실 그런 내용보다는 눈앞의 반딧불에 혹해 있어, 죄송합니다. 한귀로 듣고 흘렸습니다;; 반딧불들은 바람이 불면 마치 불꽃처럼 우수수 흩어졌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불빛을 반짝거린다. 한 시도 쉴새 없이 움직이는 반딧불들.. 가끔 불빛 하나씩 강물로 뚝 떨어져 놀랐는데, 알을 낳느라 그런다고 한다. 우왕~
그러는 새에 뱃사공이 배 근처로 잘못 날아든 반딧불 한 마리를 우리 손으로 넘겨준다.
조심스레 손을 열어보니 아름다운 연노랑빛 불빛이 손 안에서 깜빡거린다. 우와~~ 금방 날라갈 줄 알았던 반딧불이 계속 손을 기어다닌다. 처음에는 왜 그런가 몰랐는데, 아마도 모기 물릴까봐 바르고 왔던 모기약에 살짝 취한 모양이었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불빛이 옮겨다닌다.
헉! 잘못해 후레쉬를 터트렸더니 적나라한 몸체가 드러난다. 이렇게 보면 딱정벌레나 그 비슷한 벌레류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어둠 속에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역시 인생이란,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아는 것보다 살짝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잘 나오지 않은 사진이라도, 은은하게 반딧불의 불빛을 즐기는 편이 나으리라. 반딧불 투어의 시간은 최대 1시간 반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일행들이 돌아가자고 하면 돌아간다고 한다. 참을성 없는 분들은 30분만에도 돌아간다는데 우리는 가이드가 틀어주는 다른 파이어플라이 노래도 듣고, 손에 날라와 앉은 반딧불 아이와 노느라고 1시간 반을 꽉 채운 듯 하다. 대신 하도 올려다 보는 통에 목이 마이 아팠다는 거?
위의 은은한 불빛 수백 개의 춤을 상상하며 자우림의 '반딧불'을 들어보시길.. 몽환적이고, 아름답고, 사랑의 추억이 새록새록 다시 샘솟는 노래다.
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고
끝도없이 이어지는 밤의 사이를
반짝이는 빛을 따라 거닐었었고
**
떠다니는 별과같은 반딧불 반딧불
쏟아지면 사라지리 애처로운 반딧불
여름밤의 사랑처럼
우리들은 젊었고 여름이었고
여름밤은 길었고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기억속에 몸을 기대면
어느새 밤하늘 가득히 별이 내리고
**
떠다니는 별과같은 우리들 우리들
쏟아지면 사라지리 아름다운 시간들
여름밤 반딧불처럼
달콤한 니 향기가 사랑스런 모습이 다시떠올라
잊었다고 생각한 그 밤에 거리가
마치 마법처럼 피어오르고
**
떠다니는 별과같은 우리들 우리들
쏟아지면 사라지리 아름다운 시간들
여름밤 반딧불처럼
- 자우림 '반딧불' -
물론 필리핀까지 먼걸음을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6월경에 무주 반딧불 축제가 있다고 한다. 가보지 않아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반딧불을 보고 싶은 분들은 참고 하시길.. ^^




덧글
TokaNG 2011/04/18 18:38 #
시골집에 내려가면 밤에 방안에도 들어와서 불꺼진 방안을 어지럽게 밝히며 돌아다녀 정신사납게도 했었는데..
그러고보니 반딧불은 본지도 상당히 오래 되었네요.;;
하긴, 요즘 보지 못하게 된 것이 비단 반딧불만도 아니니..
나중엔 밤에 빛을 내는 곤충이 있었다고 하면 뻥치지 말라고 할 세대가 나올까 걱정됩니다.;
미친공주 2011/04/18 19:18 #
나중에 진짜 빛이 나는 곤충이 어딨냐고 할법도 해요 ㅋㅋ 아님 인공 빛 곤충모양 로봇 ㅎㄷㄷ
봄이아빠 2011/04/18 23:36 #
현재는 미국에서 여름만 되면 반딧불이 지천으로 있는 동네에서 살고있습니다. 모기는 잘 안보이는 대신 반딧불이는 버글버글합니다.
오죽하면 주의 곤충이 반딧불이라는...
그나저나 참 특이하네요.. 배를 타고 반딧불 구경이라니....
미친공주 2011/04/19 09:20 #
봄이아빠 2011/04/19 09:46 #
얘는 아주 극성으로 사람한테 달려들지도 않고 순하디 순한 것이.. ㅎㅎㅎ
낮에는 아주 잘 숨어서 지낸답니다.
미친공주 2011/04/19 10:47 #
손등을 기어다니는데 간질간질~ 맘같아선 몇마리 집에서 키우고 싶더라구요 ㅋㅋㅋ 복받으셨어요 ㅋ
SouL 2011/04/18 23:41 #
정말 힘든 행군도중에
검은 산길의 좌우에 녹색 빛들이 아지랑이 피는데
정말 그 광경은 잊을 수가 없네요 ^^;;
미친공주 2011/04/19 09:21 #
통통! 2011/04/18 23:42 # 삭제
도처에 너무 많아서 근무 중에 손에 잡아서 가지고 놀기도 하고,
자기 전에 텐트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을 부지런히 밖으로 쫒아내기도 하고 했었지요.
사진을 보니 제가 봤던 우리나라 반딧불이와는 종류가 좀 다르군요.
참고로 이 곤충의 정확한 이름은 '반딧불'이 아니라 '반딧불이'에요. ㅎㅎ
미친공주 2011/04/19 09:22 #
라쿤J 2011/04/19 01:25 #
그 흐릿하면서도 선명한 녹색빛이 언듯언듯 보일때마다 내 눈이 잘못됐나 하다가 아닉나 하고 안심하곤 했지요.
미친공주 2011/04/19 09:23 #
아, 그 도깨비 불 말인가요?ㅋ
SouL 2011/04/19 12:25 #
타누키 2011/04/19 09:06 #
그래도 수백마리라니 한번쯤 보고 싶네요. ㅠㅠ
미친공주 2011/04/19 09:23 #
SvaraDeva 2011/04/19 21:39 #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미국가서 살 때 여름 저녁에 풀밭에서 나선형을 그리며 순식간에 불빛이 사라지는 좀 다른 종류의 반딧불도 있었구요.
그래도 저렇게 적나라한 벌레의 모습을 본 것은 첨이예요. 맨날 불빛으로만 밤에 보니 저런 모습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ㅋㅋ
미친공주 2011/04/20 09: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