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만난 황당한 커플, 당신이라면? 바람이야기

비행기를 처음 탔던 날을 기억하시나요? 제가 처음 비행기를 탔던 건 제주도 수학여행을 갈 때였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모든 학생들이 "어어어~!"하고 소리를 질렀던 재미있는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두근두근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요. 그런 기억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비행기를 처음 타게 되면 이것저것 신기한 것이 참 많습니다. 가장 기대됐던 건, 기내식이었습니다. 비행기 값에 다 포함이 되어있지만 어떤 음식이 나올까 기대도 되고, 공짜로 음료수며 술이며 심지어 와인까지 마셔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즐겁게 느껴졌지요. 그러던 것이 비행기를 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괜히 많이 먹고 그저 앉아만 있으니 속이 더부룩하니 안좋아 기내식을 적당히 남기게 되었지요. 화장실 가는 것이 귀찮아 음료수는 최소한도로만 마시고, 맥주같은 술은 더더욱 삼가게 되었고 잠이 잘 오게 와인 한 잔 정도만 먹구요. 아마 사람마다 비행기 안에서 자기만의 룰이 있으시겠죠? 그러다가 저가 항공을 이용하게 되면서 기내식을 구경한지 오래 되어 버렸지요.

좌석은 또 어떤가요? 사람마다 선호하는 좌석이 있을 겁니다. 화장실 가기 편한 복도쪽 좌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바깥의 경치를 보기 좋은 창가쪽 좌석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전 보시다시피 창가쪽이지요. 누구나 싫어하는 좌석이 아마 낀 좌석이 아닐까 합니다. 양쪽에 사람들이, 그것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 앉아 가는 것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요. 아주 드물게 붙어있는 비행기 좌석이 다 마감되어 일행들과 그렇게 떨어져 가야 할 때는 고역이 따로 없습니다. 비행기 좌석이 좁기 때문에 더 그럴 거에요. 양쪽에 덩치 큰 아저씨 혹은 외국인들과 앉아서 가면 가는 내내 움츠리고 가야 해서 몇 배는 더 피곤한 느낌이 들게 되거든요.

이번에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2좌석씩 연결되어 있는 좌석은 이미 없었습니다. 친구와 별 수 없이 떨어져 앉게 되었어요. 특히나 저가 항공인 세부 퍼시픽은 좌석이 양쪽으로 세개씩만 있는 좌석인지라, 낀 좌석일 건 뻔해보였지요. 그나마도 전 운이 좋아 세 좌석 중의 끝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옆에는 커플이 앉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친구였습니다. 친구는 그야말로 낀 좌석에 앉게 되었지요. 세 자리 중에서 가운데에 앉게 되는 이유는 거의 90% 이상이 양쪽에 일행하고 혼자 떨어지게 됐거나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이 앉는 경우일 겁니다. 그런데 보기좋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어요. 

친구를 사이에 두고 커플이 앉은 겁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여자분은 창가 쪽에, 남자분은 복도 쪽에.. 그리고 친구는 그 사이에. 양쪽에 일행이 앉은 걸 알게 된 친구가 자리를 바꿔드리냐고 물으니 일부러 그렇게 앉았다는 겁니다. 즉, 그 커플은 각자 자기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은 거지요. 그리고 친구를 사이에 두고 말을 주고받기고 하고 물건을 건네받기도 하면서.. 비행 내내 그러는 거였지요.

전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 눈엔 그 커플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게 합리적인 거라고 해야할까요? 커플 두 사람 간에 누구 한 사람의 양보 없이 그냥 서로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는 것이 소위 말하는 "쿨"한 경우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가운데 자리에 앉게 될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였어요. 그 친구는 비행 내내 너무 불편해서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하더라구요. 저라도 썩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비행기는 좌석이 워낙 좁아 개인공간이 거의 확보되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서 안쪽 자리에 앉아 화장실 한 번 가려고 해도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미안한 마음으로 가게 되지요. 특히나 옆 사람이 자고 있는 상황에서 깨우기 미안해 화장실을 조금 더 참는 것.. 그런 미안한 마음이 바로 '배려'는 아닐까요?

여태 많은 여행을 하면서도 비행기 좌석에서 이와 같은 경우를 보지 못해서 더 황당했던 거겠지만.. 이런 일들이 추후로는 더 많이 생기게 되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적이 되고, 합리적이 되고 '쿨'해질테니까요. 어쨌거나 저런 커플을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특히나 내가 그 가운데 낀~ 자리에서는요. 


덧글

  • TokaNG 2011/08/18 19:50 #

    오~ 정말 불편하고 짜증이 났겠는데요?
    저라면 죽빵을.. (야)

    지네들 편하자고 중간에 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건 정말 개념없는 행동이죠.
    서로 편한 자리에 앉았으면 가운데 낀 사람도 편하게 갈 수 있게 얌전히 가던가..

    절대 가만히 있진 못했을 것 같습니다.;;
  • 미친공주 2011/08/19 09:19 #

    쩝;;
  • 피스타치오 2011/08/18 21:07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서울에서 뉴욕까지 13시간 비행하는데 4인 가족이 창가-복도 2열을 예약했더라구요. 전 가운데 껴서 왔구요. 양옆에 앉은 부부는 저를 사이에 두고 잡담을 끝없이 했고 나중에 아주머니 주무시니까 아저씨가 제 호구 조사를 하더라구요. 제 인생 최고로 불쾌한 비행이었습니다 ㅠㅠ
  • 미친공주 2011/08/19 09:20 #

    헉.. 그 가족 대박이네요. 헐;;;
  • deepthroat 2011/08/19 00:15 #

    이래서 사람은 커플을 멀리하고 솔로로 지내야 합니다.
  • 미친공주 2011/08/19 09:20 #

    솔로부대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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