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를 연상케 했던 '뱀파이어 검사 4회' TV이야기

정규방송 보다 더 재미있는 케이블 드라마가 종종 등장하지만, 시간을 맞춰 시청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처럼 케이블 드라마를 보지 않고 있었는데, 방송 시간대도 괜찮고 주제도 독특해 시청하게 된 드라마가 OCN에서 일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뱀파이어 검사'라는 드라마입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검사 민태연(연정훈)은 자신도 모르게 뱀파이어에게 물려 뱀파이어가 됩니다. 1,2회를 제대로 보지 못해 정황은 알 수 없지만 이 최신식(?) 낮에 활동하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단지 신체적인 힘이 더 강해졌고 핏자국을 읽는 힘이 있으며, 죽은 사람의 피를 마시면 그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잔상을 볼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갖게 되었을 뿐이죠.

함께 일하는 황순범(이원종) 경장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황경장은 발로 뛰는 형사 스타일의 수사를 해나가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유정인(이영아) 검사는 감정적이지만 이론 위주의 수사를 펼져나갑니다. 그 두 사람의 수사가 균형을 맞추며 민검사의 특수한 능력과 결합해 매 회 사건을 해결해나갑니다.

설정만 보면 판타지 장르기 때문에 매우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매회 다루는 사건들이 꽤 흥미진진합니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이슈를 응용해 재구성 하는데, 그것을 엮어 가는 과정이 나름의 반전과 함께 꽤 상세하게 다뤄집니다. 물론 CSI를 포함해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들이 워낙 많아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약간은 싱거울 수 있지만, 그것이 판타지스러운 연출력으로 커버가 되며 제법 재미있는 화면을 만들어 냅니다.

12부작 완결에서 아직 4회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더욱 기대가 되는 건, 3회보다 4회가 더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점점 자리를 잡고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이야깃거리는 충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 회, 한 회씩 끊어볼 수 있는 사건 중심의 드라마인 장점도 뒷심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3회에서는 혼자 사는 싱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발바리 범죄로 시선을 끌었는데, 4회에서는 척봐도 '도가니'를 연상시키는 범죄가 등장합니다. 빵목사로 유명한 성직자의 죽음, 그 뒤에는 커다란 비밀이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그가 세운 보육원에서 살았던 4명의 아이들은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아픔을 가지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어른이 되어 철저한 살인 계획을 세웁니다. 뱀파이어 민검사가 그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목사의 더러운 이면이 드러나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전에 반전을 그리며 꽤 촘촘한 스토리로 그려집니다. 정말 재미있는 한 회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뱀파이어 검사가 전지전능해 모든 사건을 해결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랬다면 드라마는 지나치게 단순해지고 가끔은 손발이 오그라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드라마는 가끔 그의 능력이 범죄자를 오판하게 하거나, 그의 능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만들어 판타지스러운 설정을 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쉬움이 듭니다.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꽤 많은 드라마들이 정말 발로 만들었는지, 뭐로 연기하는지 모르게 형편없기 짝이 없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져가곤 합니다. 1주일에 2편을 제작해야 하는 공중파 방송과 1주일에 1편을 제작하는 케이블 방송의 차이련가요? 이렇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들이 공중파를 타지 못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일단 우리나라 귀신을 제외하고 '흡혈'에 대한 스토리가 드라마로 다뤄진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마이너적인 요소 때문인가요. 게다가 뱀파이어 검사 4회처럼 범죄자도 '이유'가 있다면 당당히 풀어주는 권선징악을 떠난 결론도 공중파라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떠나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드라마를 보는 건 시청자로써는 즐거운 일입니다. 혹시 범죄 사건에 대한 드라마를 좋아하거나 판타지적 느낌, 흡혈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일요일 저녁 11시 OCN에서 '뱀파이어 검사'를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ps: 평소 연정훈을 괜찮은 배우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뱀파이어로 분한 그의 느낌은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이원종씨와 함께한 호흡은 괜찮네요. 이영아씨가 분한 유검사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인물이라 좀 거슬립니다. 항상 감정적인 역할은 여자가 맡아야 한다는 무슨 법칙같아서요;;


덧글

  • 호떡님 2011/10/24 16:14 #

    저도 어제 재방으로 3화를 처음으로 봤는데요 진행이 흥미진진하더라구요.
    하지만 왜 뱀파이어가 됐는지나 중간에 이해가 안가는 장면(과거 회상장면 등)은 도무지 봐도 모르겠어서...
    중간부터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갈무리 한번 해주면 어떨까 싶더라구요.
    방영시간이 차라리 토요일 밤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일요일밤 11시는 직장인에게 너무 가혹하네요 ㅠㅠ
  • 미친공주 2011/10/24 16:41 #

    헉 일찍 주무시나봐요. 전 이거 보고 12시에 딱 자면 좋겠구나 ㅋㅋ 그랬거든요.
    저도 재방으로 1, 2회 봐야지 하고 있습니다.
  • 호떡님 2011/10/24 16:52 #

    아..일찍자는건 아닌데 왠지 출근 앞두고 있어서 마음이 앞선달까요?ㅎㅎㅎ
    1,2방 재방 시간 찾아서 한번 봐야겠네요~
    근데 케이블 드라마 완성도 높게 잘 짜여져서 나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한것같아요
  • 미친공주 2011/10/24 18:02 #

    맞아요. ㅎㅎ 일욜저녁 볼거리 생겨서 좋습니다 큭
  • 달노래 2011/10/24 18:09 #

    지나가다 뱀검 애청자라 뱀검 글이 보여 반가워서 들립니다.^^
    연정훈씨가 마시는 것은 와인이 아니라 피(...)입니다. 와인같지만 피.....;;;
    1~2화를 보시면 이해가 되실텐데 뱀파이어들만의 공간, 바가 있습니다. 거기서 피를 마시는 거죠.
    다른 뱀파이어와는 달리 죽은자들의 피만 마시고 그곳의 주인(?)이랄카 암튼 다른 뱀파이어가 죽은 피를 구해다줍니다.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내용이 개연성없이 뚝뚝 끊어질 때도 있지만 연느님의 섹시함에 반해서 계속 보고있어요ㅋㅋㅋ
  • 미친공주 2011/10/24 18:40 #

    수정했습니다. 감사드려요~
    1, 2화 꼭 봐야겠네요 ^^
  • 에인샤르 2011/10/24 20:07 #

    다른 글에서 본 이야기인데, 케이블이 웰메이드일 수 있는 이유가
    공중파에 비해 심의가 좀 말랑해서 주제 선정이 자유롭고, 19금 등급을 받아도 별 상관없어서라고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뱀파이어 검사의 시나리오는 공중파에 들고가면 아웃이라는 말이 되는게 아닐까요.
  • 미친공주 2011/10/25 09:38 #

    그럴지도 모릅니다. ㅎㅎ
    그런데 그 심의 때문에 공중파에서 맨날 똑같은 스타일의 드라마를 봐야하는거라면 ㅠㅠ 곤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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