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 팬이 울랄라세션의 우승을 바라는 이유 TV이야기

작년 슈퍼스타K2 결승이 있던날, 저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집들이를 했습니다. 한참 놀고 있는데 다들 엠넷을 켜달라고 난리더군요. 저는 당시 슈스케를 보지 않았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허각의 우승을 지켜보다 다들 왜 감동을 해야하는지도 몰랐고요. 그런데 슈스케3의 결승이 있는 오늘, 친구의 생일이고 다들 한 친구의 집에 모여 결승을 보기로 했답니다.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보고 싶고, 봐야 하는 이유 말이죠.

슈스케3 시즌은 일찌감치 울랄라 세션의 우승이 점쳐졌기 때문에 나중에 결과만 봐도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보고 싶고, 그렇습니다. 결과가 아닌 그들의 무대가 더 궁금하다고 해도 좋겠지요. 더욱이 제가 응원하던 버스커버스커가 결승까지 진출한 이상, 꼭 보고 싶은 무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설마 버스커버스커가 결승까지 올라갈 거라고 생각은 못했고, 덕분에 슈스케에 대한 포스팅을 생각보다 많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또 안 쓸 수가 없더라구요.

울랄라세션은 처음부터 우승이 예상되었던 팀이었습니다. 저도 울랄라세션을 참 좋아하고, 그들의 무대에 매번 감탄합니다. 특히 미인, 스윙베이비처럼 화려하고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일 때마다 소름이 쫙- 돋지요. 연이은 슈퍼패스와 늘 90점을 웃도는 심사위원의 점수, 반칙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저 역시도 울랄라세션의 콘서트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에 비해 버스커버스커는 모두에게 '이거다!'싶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었던 무대는 '막걸리나' 하나였을 뿐입니다. 특히 막걸리나로 기대치가 상승했던 지난 준결승에서 보여준 무대는 팬으로써도 여러모로 맥이 빠지는 무대였긴 합니다. 덕분에 결승도 시시해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 점쳐질 정도로 다시 기대치가 급 다운 되는 분위기 입니다.

하지만 버스커버스커는 정말 매력적인 팀입니다. 그들의 음원을 하루종일 듣고 있어도 질리지 않아요. 특히나 이 가을날의 감성에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 매력과 점점 발전하는 실력으로 어려울 것 같은 매번의 무대에서 살아남고 살아남아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쯤 되면 버스커버스커의 예상을 뒤엎는 우승이 더 짜릿하게 느껴질 법합니다. 뭐, 그런거 있쟎아요. 슈퍼스타K3의 최대의 이변, TOP10에도 뽑히지 못했던 밴드의 우승! 이런 반전 드라마 같은 사건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커버스커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전 이들의 우승을 바라지 못하겠습니다. 원래 경쟁자들의 팬끼리도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 당연하긴 하지만, 어딘지 묘하게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이 된거죠. 버스커의 멤버들이 울랄라세션에 비해 훈남들이고 - 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상대적이겠죠 - 소위 말하는 '빠순이'들이 버스커버스커를 지지한다는 식으로 비하되고 있는 겁니다.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데는 울랄라세션이 워낙 완벽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버스커버스커는 실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비판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밴드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베이스 너무 못친다, 세 사람이 흥분하면 박자며 호흡이 엉망이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보컬을 좀 듣는다는 사람들이면 노래 너무 못한다, 밴드를 장악할만한 카리스마가 없다고 이야기 하죠. 그러니 실력도 안되는 팀을 응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단순한 팬심에서 비롯된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마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유독 지지난주 윤종신 심사위원의 말이 자꾸 떠오릅니다. 버스커버스커를 기존의 잣대에 놓고 평가하려 했지만, 그들은 그 잣대를 벗어나 있는 팀이라고요.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청중에게 '투표'라는 권력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음악을 재단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저 조차도 그랬습니다. 나는 가수다만 봐도 그래요. 날고 긴다는 개성 넘치는 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누구는 어땠네, 누구는 저땠네라고 평가하기 바빴지요. 나에게 좋은 무대가 남에게도 좋은 무대일 수 있지만, 내가 싫어하는 무대가 남에게는 좋은 무대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 같은 것들이 '대중'과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단순히 너는 이런 음악을 좋아해? 나는 저런 음악을 좋아해~라는 감상이 아니라, 저 가수는 노래 못불러, 저 가수는 소리만 질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진 거지요.

그러니 버스커 고유의 매력을 느끼고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조차 싸잡아 폄하되더라구요. 외모로 따지면 잘생긴 아이돌들이 수많이 있는데, 아이돌에 질려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빠순이 취급을 당하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팬으로써 더 걱정이 되는 건 혹시라도 버스커버스커가 우승하게 됐을 때 다가올 후폭풍입니다.

오히려 여태까지 쌓아왔던 호감이 비난으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우승을 하고도 말도 안된다며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상처받게 될 거라면 그냥 준우승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처음부터 우승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버스커버스커, 즐기려고 온 그들의 목적을 이룰만큼 이룬 것도 사실이니까요. 저 역시도 이들의 음원을 끝까지 듣고 싶어서 준우승까지 열심히 문자 투표를 했지만, 이제는 다음 무대가 없기 때문에 굳이 투표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이 막걸리나 때처럼, 우승을 하더라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만한 무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져보게 됩니다. 팬이니까요. 반전 드라마는 언제나 재미있잖아요?

그러니 갈등입니다. 팬으로써 그들이 이겼으면 좋겠고, 이기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렇습니다. 그저 그들이 충분히 즐기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여태 보여왔듯이 버스커버스커가 신나게 무대에서 한판 놀았으면 좋겠고요. 2011년 11월 11일 11시를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화이팅!!!


덧글

  • 핀치히터 2011/11/11 20:17 #

    저랑 어쩜 100프로 같은 의견을!! 저도 정말 같은 이유로 버스커 팬이지만 울랄라가 우승했음 좋겠어요ㅜㅜ 오늘 정말 기대됩니다!!
  • 미양 2011/11/11 20:40 #

    비슷해요 저도 ㅎㅎ 전 강승윤-버스커 요 라인의 음색이좋아요 그 나즈막한 남자목소리 먼가 섹시한 느낌도있는것이 ㅎㅎㅎ
    물론 그냥 울랄라는 킹왕짱이고 조기축구회에 놀러나온 박지성마냥 좀 사기캐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승감이라면 당연히울랄라죠 ..걍 다 잘하니까...
    모 여튼 그런건있어요 버스커멤버들 당사자부터도 자기들 실력이 울랄라한텐 안된다는거 알거에요 음악하는사람들이니까 더 잘알겠지..그래서 그들이 지금껏 올라오면서도 늘겸손함을 유지할수있었던거아닌가싶구요
    팬들도 생각을 잘해야하는게 진짜 대이변나서 우승을해서 국민비호감이 되느냐... 그래도 우리가마니좋아해주면돼여데헷^*^ ←이건좀..-_; 너무 수니스러운마인드니까 적당히해야된다고보고...
    이미 충분히 할만큼했다고보고 준우승가져가서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쭉 하고픈음악 즐겁게했음좋겠어요 많은사람들이 응원할수록좋잖아요 괜히 빠수니매니악그룹되는거보단ㅎㅎ
    여튼 이번 슈스케 재밌게잘봤는데 보내려니까 이쉽네요 흑흑 ㅠㅠ
  • TokaNG 2011/11/11 21:22 #

    울랄라가 우승하지 못하는 그림은 그려지지도 않아요.;;
    버스커는 제 취향이 아니라서인지 인기비결도 잘 모르겠고..
    왠지 그 둘이 결승전을 치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무튼 오늘 결승전 완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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