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나요? '세 얼간이' 조조할인

드물기는 하지만 입소문만으로도 꼭 봐야겠다고 벼르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세 얼간이' 또한 그런 영화 중 하나였지요. 많은 사람들이 본 것 같지는 않은데 본 사람마다 재밌다고 추천하는 영화, 그래서 일반 개봉관에서 개봉하는 영화인 줄 알았더니 인도 영화라고 몇 군데에서 상영도 하지 않는 영화더라고요. 볼 기회를 잡지 못한채 상영은 끝이 나고.. 그래서 VOD로 나오길 고대하고 있던 영화였습니다.

저는 꼭 봐야지 하는 영화일수록 스포일러에 민감해서 일체 정보를 보고 듣지 않습니다. 이 영화도 인도 영화라는 것, 그리고 교육에 관한 영화라고만 얼핏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교육에 관한 영화가 재미있을 수도 있나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인도가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졌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 스포일러 꽤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도의 학교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카이스트 정도 되는 모양입니다. 그곳만 졸업하면 안정된 직장, 외국계 기업, 심지어 미국으로도 갈 수 있는 미래가 보장된 학교죠. 인도의 교육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지금은 많이 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저도 어린시절 암기력이 우수한 것이 최고였던 시스템에서 자라온 사람 중에 하나이지요. 엄한 아버지의 기대 속에 이 학교 졸업 이외에 다른 것은 꿈도 꿔보지 못한 '파르한'과 가난한 가족의 부양을 짊어진 개천 용 '라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란초'라는 친구가 이 학교를 들썩이게 합니다. 교수님의 주입식 수업방식에 대놓고 의문을 품고 항명하기도 하고 기이한 기계를 만들어 동료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단순한 문제아가 아닌 진심으로 공학을 사랑하는 호기심 많은 한 인간이죠. 유일하게 그 학교에서 자신의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파르한과 라주도 란초 때문에 원하는 것을 찾고 미래를 그려가게 되지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오류'를 세 얼간이가 꼬집는 방식은 유쾌하고 코믹합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인도식 뮤지컬도 한 번 등장하지만 내용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그리 거북스럽지 않습니다. 머리 아프게 진지하게 보지 않아도 되는 영화이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생각도 많아지는 그야말로 좋은 영화죠. 그래서 이 영화 곳곳의 진부한 설정, 뻔한 반전조차 모두 용서가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니 그 뿐 아니라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과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에게도 한번씩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를 본다고 해서 답답한 한국의 교육 현실을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내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고나 있을까..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요?

사실 저도 그 한국식(혹은 인도식) 교육 시스템의 피해자이지요. 공부만 잘하는 것이 최고라고 알았기 때문에 어릴 때 제법 재능이 있었던 그림 그리기, 서예 쓰기를 구준히 배우지 못했어요. 대학에 가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기에 그 이후의 삶의 목표를 찾는데 한참이나 걸렸지요. 사실 지금의 저를 만들었던 건, 가장 공부와 거리가 멀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어요. 제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건, 치열한 경쟁과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지요. 

한가지 아쉬운 건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거에요. 그나마도 블로그에 글은 쓰고 있으니 어느 정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뭔가에 미쳐서 할 수 있는 것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뒤늦게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잘 할 수 있는 거라는 란초의 생각에 공감을 하면서도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기는 해요. 그래서 더 란초를 보며 대리만족 하는 걸지도...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참 쉽지 않은 일인 듯 합니다.


덧글

  • 2011/12/28 16:5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11/12/29 09:20 #

    꺄악 ㅋㅋ 로맨스 ㅋㅋㅋ
  • 고시스트 2011/12/28 22:34 #

    알이즈웰~
  • 2011/12/29 07:0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11/12/29 09:22 #

    ^^ 감사합니다. 전 이 영화 덕에 한해를 더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됐네요.
    신년에는 으샤으샤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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