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가수다'의 명예졸업만이 가수의 실력이나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가수가 가진 각자의 개성들은 다르고, 그 중에서 나는 가수다와 잘 맞는 가수와 그렇지 않은 가수가 있을 뿐이죠. 선곡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혹은 무슨 논란이나 분위기에 휩쓸려서 저평가 되기도 하고 좋은 이미지로 포장이 되어 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자우림, 김윤아는 특별히 호감 이미지를 구축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순위에 초연한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비호감에 가까운 이미지마저 만들기도 했었지요. 그런 시기를 거쳐 나가수의 '실험, 도전, 파격'을 담당한다는 이미지를 쌓은 건 순전히 그들이 보여줬던 무대 때문입니다.
7-1 고래사냥(송창식) -1위
7-2 뜨거운 안녕(쟈니리) -7위
8-1 왼손잡이(패닉) -6위
8-2 재즈카페(신해철) -1위
9-1 가시나무(시인과 촌장) -3위
9-2 꿈(조용필) -3위
10-1 사랑밖에 난 몰라(심수봉) -4위
10-2 라구요(강산에) -4위
11-1 아브라카타브라(브아걸) -5위
11-2 1994년 어느 늦은 밤(장혜진) -7위
12-1 얘기할 수 없어요(사랑과 평화) -3위
12-2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산울림) -2위
13-1 정신차려(김수철) -4위
13-2 하루(김범수) - 2
14번의 공연 동안 그들이 불렀던 노래와 순위의 기록입니다. 쟁쟁한 가수들 틈에서도 불과 4번 정도만 하위권에 떨어졌을 뿐, 상당히 좋은 성적을 보여왔던 그들에게 '명예졸업'이란 타이틀은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초반의 선호도 평가나 뜨거운 안녕, 왼손잡이를 보며 처음 그들이 나가수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고래사냥으로 1위를 거머쥐었을 때만 해도 예상못했던 부진에 퍤으로써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내가 아는 자우림은 이렇게 허탈하게 물러날 팀이 아닌데.. 걱
그 이후로 자우림은 매번 독특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제 3세계 음악과의 접목, 다양한 악기들, 다양한 분야의 특별 게스트들, 아이돌 노래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자우림 화'해 나갔죠.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내면을 파고드는 바닥까지 우울한 노래부터 사회를 비판하는 이야기, 달콤한 사랑의 이야기, 따뜻한 가족간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색의 노래를 하는 밴드라는 사실을요. 어떨땐 순수한 소녀 같다가 어떨땐 마녀 같다가, 어떨땐 4차원에 가 있는 듯하다가.. 어떤 변신도 가능한 김윤아의 다양한 매력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런 자우림에게 14번의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일은 어렵지만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정반 기대반으로 지켜본 다음 무대 '재즈카페'로 '감'을 잡은 모습을 보며 '역시 자우림'하며 어찌나 뿌듯하던지요.
나가수 14곡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무대는 참 많습니다. 어떤 무대는 감동에 비해 순위가 너무 안나온다고 한탄이 나올 정도였지요. 그만큼 그들의 도전은 마니아적인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단 한번도 '자우림'답지 않은 무대는 없었지요.
지난 무대를 하나하나 떠올려 봅니다. 저에게 최고의 무대는 역시 '가시나무'였습니다. 경건하게까지 느껴졌던 그 무대를 보며 전 처음으로 눈물을 글썽여봤습니다. 아마 당시의 제 마음과 너무도 비슷한 노래였기 때문에 더 감정이입이 컸겠지요.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도 좋았습니다. 전혀 모르던 노래였는데 가끔씩 머릿속을 울리는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라는 후렴구에 정말 주문에 홀리기라도 한 듯 했지요.
'사랑밖에 난 몰라'도 좋았습니다. 정열적인 두 사람이 서로 할퀴듯 사랑하는 모습. 제가 간절히 그리워하는 그 열정을 듀엣곡에서 볼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듀엣곡이란 늘 달콤해야 하고 서로 부드럽게 조화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저에게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밖에 재즈카페, 꿈, 라구요, 정신차려.. 그리고 마지막 곡 하루. 모두 원곡과는 다른 '자우림'스러운 맛으로 표현했던 감동적인 노래들이었습니다.
여성으로써는 매 공연때마다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변신하는 김윤아의 드레스를 보는 맛도 쏠쏠했었지요. 때로는 성녀같고 때로는 마녀같은 분위기를 옷에서부터 표현을 했고, 저는 침을 줄줄 흘리며 예쁘다를 연발하기 바빴었습니다. 참 무슨 복을 타고 난 걸까요.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나가수를 무슨 낙으로 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가수다 안에서는 김범수처럼 도전과 변화의 담당이자, 박정현처럼 비쥬얼 담당이기도 했는데... 남은 가수들 중 누가 그 역할을 맡게 될까요? 국민언니로 떠오른 김경호씨가 그 명맥을 이어가줄지 어떨지..
명예졸업이 감사한 건, 그만큼 자우림의 무대를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이상 자우림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팬으로써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콘..콘서트에 가야겠죠? ㅎㅎ




덧글
TokaNG 2012/01/02 23:13 #
박정현, 김범수에 이어 세번째네요.
안타깝게도 무대는 그다지 많이 보지 못했어요.;ㅅ;
항상 본방을 놓치면 무편집 버전이라도 다시 보기로 봐야지 싶은데, 그 마저도 자꾸 까먹어서.ㅜㅡ
미친공주 2012/01/03 15: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