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가 계속되면서 어느 순간 약간 시들해지는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특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법이니까요. 게다가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는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서도 "아, 음정 나갔어"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오디션 프로의 폐해 중 하나겠지요. 그나마 요즘 K팝 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모양인데, 영 저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겁니다. 왠지 저는 어린 친구들이 나와서 노래하는 것이 썩 편하게 들리지 않더라고요. 연륜의 맛(?)이라는 걸 알아버린 건지.. http://thevoice.mnet.com/
그런데 어느 날 채널을 돌리다가 어떤 장면에 눈길을 뺏겨버린 겁니다. 오디션 참가자가 노래를 하는데 심사위원들이 죄다 뒤를 돌아보고 있는 묘한 상황.. 그들은 앞자리의 버튼을 만지작 거리고 있고.. 순간 결심한 듯 버튼을 누르자 의자가 휙 돌아가지요. 그리고 심사위원은 환호를 하면서 오디션 참가자에게 호응을 해주고요.. 사실 제가 처음 본 것이 노컷 버전이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편집 버젼 없이 노래만 쭉쭉 들었는데.. 선발된 사람들 것만 들려줘서 그런지 몰라도 기성가수들 뺨칠만큼 너무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네, 바로 엠넷에서 방송 중인 '보이스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일단 이 프로그램이 가진 컨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오로지 목소리로만 평가한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쫓는 인간의 시각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불과 10초만에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 결정이 되고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름다운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죠. 게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차기 스타를 발굴하는 게 목적이라면 상품성이 있어야 합니다. 실력보다는 외모와 끼, 게다가 나이는 어릴수록 좋지요. 그런 것들 때문에 오디션에 응모하는 것 자체에 여러 제약이 있었던 것이고요.
현재 방송 중인 위대한 탄생만 봐도 '엄친딸, 엄친아'급의 출연자들만 남아있습니다. 외모가 준수하고 깔끔한 편이지요. 그게 아니라면 아주 개성이 뛰어나서 시청자들의 뇌리에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정도여야 하고요. 그런데 그런 모든 편견을 걷어버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프로그램입니다.
멘토..라고 해야하나요? 여기서는 코치라는 단어를 쓰는데 자신들의 팀을 뽑는 코치들은 신승훈, 길, 백지영, 강타입니다. 약간 의외성이 있는 조합이면서도 장르를 생각하면 어딘지 납득이 가긴 하네요. 네 코치들은 무대를 등지고 앉아있습니다. 지원자가 노래를 부르면 감상을 하고요.. 내 팀으로 뽑고 싶은 목소리가 들리면 버튼을 눌러 지원자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 지원자를 선택하는 코치가 여러명인 경우, 지원자가 원하는 멘토를 선택하게 되지요. 각자의 팀을 뽑는데 - 사실 팀을 뽑아서 그 다음 스텝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의문이긴 합니다만 - 서로 눈치 싸움이 장난이 아니죠. 괜한 동정심으로 버튼을 눌렀다가는 원하지 않는 지원자가 선택될 수도 있으니 심사숙고 해야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홍보하기 위해 허각의 형제인 허공이 등장했네, 다른 오디션의 보컬 트레이너가 참석했네 하며 기사들이 났지만 사실 이런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이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무림에 숨어있던 절대 고수들! 보컬 트레이너도 여러명이고 심지어 기존 드라마 OST를 불렀던 가수들, 외국 유명 프로듀서의 눈에 들었던 사람들.. 스펙들이 정말 화려합니다. 스펙만이 전부가 아니라 실력 또한 기성 가수들을 능가하죠. 단지 그들은 스타가 되지 못했고, 알려지지 못했고, 다듬어진 외모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노래를 들으면서 소름이 돋고, 그 표정들이 심사위원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죠. 물론 뒤를 돌았을 때 당황하거나 감탄하는 표정도 그대로 드러나고요. 예능적 재미와 노래로 주는 감동이 모두 살아있는 간만에 눈길이 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 이 프로그램을 본 후에 위대한 탄생2를 보는데 영 성에 차지 않는 겁니다. 물론 보이스 코리아는 거의 프로급의 고수들이 참가를 하고 위대한 탄생은 순수 아마추어들이 참가한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또 한단계 눈이 높아져버린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오디션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덧글
Kraz K 2012/02/20 20:36 #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 기성 가수들보다 훨씬 좋은 보컬리스트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구요
근데 아직 저것보다 더 엄청난 물건들이 어딘가 웅크려있지않을까 싶네요 ㅋㅋ
미친공주 2012/02/21 09:43 #
퐁퐁포롱 2012/02/20 21:24 #
그리고 확실히, 여지껏 나왔던 오디션프로 중 고수가 가장 많은 프로가 보이스코리아 같아요 ㅠ
이제 슈스케나 위탄 요런거 못볼지도 ㅠㅠ 막귀인 제 귀의 수준을 너무 높여놨어요 ㅠ
미친공주 2012/02/21 09:43 #
Fun아이 2012/02/20 21:37 #
보이스 코리아는 보곤 좀 놀랐네요. 포맷은 한국판나오기전에 원판을 엠넷에서 틀어붜서 몇번봐서
그닥 신기하진 않았는데(탑밴드에서 한번했죠. 탑밴드에서 따라 한 거라더라고요)
비주류음악을 좋아해서인지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보이스코리아 나오는거보고 더 놀랐죠.
아 저 사람이 그렇게 안 떳떤가 하면서 말이죠
미친공주 2012/02/21 09:44 #
오엠지 2012/02/21 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