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없는 흑백 영화가 이렇게 재밌다니! '아티스트'

흑백 무성 영화에 대한 기억이라면, 찰리 채플린 정도가 고작입니다. 그래서 흑백 무성영화가 코믹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았지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네요. 사실, 흑백 무성 영화라는 이야기에 아예 이 영화를 볼 생각조차 않고 있다가 지난주 영화 소개 프로그램 '영화는 수다다'에서 너무 재미있게 소개를 하는 바람에요.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스포일러 때문에 썩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숨은 보석을 찾아내 줄 때는 꽤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 스포일러 좀 있습니다.

어쨌든 '아티스트'는 말씀드렸듯 흑백 무성영화입니다. 3D에 4D, 이젠 배우들까지도 디지털로 그려내는 시대에 과거로의 회귀라는 것은 의외의 선택이긴 합니다. 하도 현란한 것들이 눈을 현혹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대단하지도 재미있게도 느껴지지 않아요. 그러니 당연히 흑백 무성영화가 얼마나 시선을 끌까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지루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었지요. 그 모든 것이 기우에 불과했지만 말입니다.

아티스트의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무성영화 시대의 최고의 스타 조지 발렌타인과 유성영화 시대의 신예 페피 밀러 간의 사랑 이야기이지요. 복잡한 인간관계들과 얽히고설키는 스토리의 힘이 주목받는 요즘 세상에,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대사 없이 '재미있게' 그려낸다는 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요?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지루하지도 않고요. 매 장면 전환이 빠르고 장면에 적합한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합니다. 대사가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렵거나 힘들지도 않고요. 그 뿐만 아니라 단순해진 스토리와 화면 때문에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남녀 주인공들에게 빠져 본 것도 오랫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어디서 나타난 배우들일까 궁금할 지경이었지요.

조지 발렌타인 역의 장 뒤자르댕은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그려집니다. 스타로써의 여유있는 모습, 자신감, 단정한 콧수염과 머리, 완벽한 핏의 수트까지.. 어찌보면 참 촌스러워야 할 그 스타일이 흑백 화면 속에서는 빛을 발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어떤 배우인가 찾아 사진을 봤을 때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그만큼 아티스트 속의 조지 발렌타인은 완벽했습니다.

페피 밀러 역의 베레니스 베조는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어떤 배우를 보고 그 미소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건,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 이후 오랜만입니다. 마치 정말 1920년, 30년대에서 튀어나온 듯했지요. 수다스럽고 쾌활하며 긍정적인 이 여배우는 보는 이의 기분마저도 즐겁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더라고요.

그러나 각 주인공의 매력보다는 함께 있을 때의 시너지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사실, 러브스토리 치고는 정말 뭐가 없습니다. 그 흔한 키스신마저도 허락지 않던 시대였던가요.. 그렇지만 묘하게 두근거립니다. 두 사람의 만남도, 재회도.. 특히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영화를 반복해 찍는 신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가셔지지 않더라고요. 근래 본 어떤 사랑 이야기보다도 마음을 따뜻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준 영화였답니다.  

오래전의 영화 스타일을 따랐지만 올드하거나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매우 세련된 기법으로 재탄생시킨 흑백 무성영화 '아티스트'. 그래서인지 칸이니, 골든 글로브니.. 어지간한 대회에서 수상이란 수상은 다 휩쓴 모양이더라고요.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한다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한번 관람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흥행'감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지 상영 극장이 그리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놓치기엔 아쉬운 영화라 강추드립니다.

ps: 아.. 정말 영화 내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이 강아지. 정말 귀여웠어요.

    미국에서 쇼프로그램에 나와 정말 총질에 쓰러지는 시늉을 했나 보더라고요. 대박! ㅇ 뒤


덧글

  • 휘오름 2012/02/25 03:54 #

    아..무성영화라길래 고전영화인줄 알았는데 현대에 만든 무성영화군요. 정말 비주얼이 극에 달한 요즘에 흑백 그것도 무성영화라니 정말 대담하고 대단한것 같네요. 트레일러 동영상만 봐도 재미있을것 같네요. 극장에서 내리기전에 얼릉 보러가야겠습니다..ㅎ..리뷰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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