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잡는 헌터 이야기로 돌변한 그림 동화 'Grimm' TV이야기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동화를 응용한 드라마들이 유행처럼 번지는 모양입니다. '원스어폰어 타임'과 '그림'이 대표적인데, 그림은 잔혹 버전이라는 말에 보기를 망설이다가 결국 보게 되었지요. 생각만큼 잔혹한 느낌은 아닙니다. CSI 와 슈퍼내추럴을 혼합한 정도의 수위에요. 단지 그림 동화를 응용했기 때문에 이 동화를 어떻게 비틀어 꼬아 내는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아이디어가 시선을 끌지요. 굳이 나누자면 원스 어폰어 타임이 여성 취향에 가깝다면 그림은 남성 취향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뭐, 어쨌든 저는 재밌게 보는 중입니다.

그림(Grimm)은 작년 10월에 시작해서 지금도 방송 중인 미국 드라마입니다. 14편까지 나왔나 그래요.

 http://www.nbc.com/grimm/ 

그림(Grimm)에 등장하는 기본 플롯은 꽤 인상적입니다. 형사인 닉(데이비드 지언톨리)은 '그림' 가문의 후손입니다. 그림 가문은 대대로 인간으로 둔갑한 동물 괴물들을 잡는 일을 해왔던 가문입니다. 닉의 눈에만 그들의 정체가 제대로 보이지요. 뒤늦게 자신이 그림 가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동물 퇴치 작업을 하지 않고 그저 죄를 짓는 이들이 죗값을 치르게 하는 형사의 본분에만 주력합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짐승 괴물들을 맞닥뜨리게 되죠.

그 괴물들은 아무 때나 막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매 회 첫 머리에 그림 동화의 어떤 부분을 응용한 에피소드인지를 알 수 있는 글귀가 나옵니다.

아래의 글귀는 그림 동화 중에서 잘 알려진 아기 돼지 3형제에 관한 이야기이죠. 늑대에게 쫓기는 아기 돼지 3형제 이야기가 '그림'에서 어떻게 재탄생 되었을까요? 스포일러를 살짝 말씀드리면 늑대에게 당하기만 하던 돼지 가문은 늑대에 맞서 같은 수법으로 살해를 시도 합니다. 집을 폭발시키는 방법 등으로요. 묘하게 어그러진 그림 동화를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죠.

14편까지 등장했던 괴물들은 에피소드가 많았던 만큼 종류도 정말 다양합니다. 늑대와 돼지는 물론, 비버나 뱀, 곤충에 이르기까지..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드래곤도 나왔고요. 이러다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이 다 나올 것만 같아요. 또한, 각각의 동물들이 가진 습성을 연상시키는 직업도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나뭇가지며 잡동사니를 모아 집 짓는데 선수인 비버의 직업은 고물상이라든가 드래곤의 직업은 대대로 불을 이용하는 용접공이니 하는 부분 말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동물들 사이에서도 그림 가문이 매우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도깨비 이야기를 하듯이, 힘없고 약한 동물들 사이에서는 "무시무시한 그림이 단칼에 목을 베어버린단다" 같은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지요. 그래서 그림을 맞닥뜨리면 당황하고, 두려워하다가 자신을 죽이지 않는 걸 의아해하지요.  

매회 등장하는 괴물들을 처음 접하는 닉은 조상이 대대로 동물들을 퇴치하면서 남겨놓은 자료와 책에 의존해 그들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또한 늑대 친구 몬로(실라스 웨어 밋첼)과 끈끈한 우애를 맺으며 여러모로 도움을 받기도 하죠. 형사와 괴물 퇴치사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를 하는 닉의 모습도 흥미롭고, 괴물이면서 닉의 친구가 되어주는 몬로의 컨셉도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사실은 다 사람의 탈을 쓴 어떤 동물이라는 점이에요. 우리가 대개 어떤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짐승만도 못하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딱 그 표현이 이 드라마에 가장 큰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차마 인간이 저질렀다고 믿기 어려운 범죄들을 차라리 어떤 동물이 인간인 양 둔갑하고 죽인 것이다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요? 또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도 너희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경고의 메시지 같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것을 떠나서 그림 동화를 비튼 에피소드 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한 드라마인 것은 분명합니다. 어지간히 잔혹 장면을 못 보는 분들을 제외한다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슈퍼내추럴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림은 더 재미있다고 느껴집니다. 등장하는 괴물에 관한 개연성이나 스토리가 익숙한 동화에서 비롯되기 때문인가 봐요. 요즘 어떤 미드를 볼까 고민 중이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덧글

  • 오가닉 냥이 2012/03/14 17:02 #

    아 저 요즘 이거 재밌게 보고 있어요^^
  • 미친공주 2012/03/14 18:01 #

    완결 안된거 보는 건 고통이에요 ㅋ
  • 하나또 2012/03/14 19:07 #

    저도 그림 좋아해요!!! 지금 저는 12화까지 봤어요 ㅋㅋㅋ
    전 주인공보다 블룻바드 친구 몬로가 더 좋더라구요 매력터져요ㅋㅋㅋㅋㅋ
  • 미친공주 2012/03/14 19:10 #

    ㅋㅋ 제대로 코믹 캐릭터.. 반면에 파트너 형사가 살짝 묻히죠 ㅎ
  • rururara 2012/03/14 21:52 #

    어제 꿈에서, 너무 재밋는 외국 드라마를 봤는데, 미처 제목을 못봤어요. 그런데 지금 이 글을 보고 있자니, 그 드라마가 이 드라마인가! 신의 계시였던가! 란 생각이 드네요-___-;
  • 미친공주 2012/03/15 10:00 #

    푸하하.. 신의 계시! 그만큼 재밌었음 좋겠네요 ㅎㅎ
  • 맛있는쿠우 2012/03/14 23:30 #

    맨 처음엔 별로엿는데 보다보니 괜찮더라구요ㅎ 개인적으론 남주보다 몬로 아저씨가 더좋아요 귀여운데 듬직해 뭔가ㅋㅋㅋ
  • 미친공주 2012/03/15 10:01 #

    다들 몬로를 좋아하시네요. ㅋㅋ 사실 주인공은 아직까진 좀 밋밋하죠
  • 유희마녀 2012/03/15 16:48 #

    저도 보고 있어요! 어서 퇴근하고 미드 보러 가고 싶은 마음ㅋㅋㅋㅋㅋ
  • 미친공주 2012/03/15 16:51 #

    ㅋㅋㅋㅋㅋㅋ
  • 레인 2012/03/15 19:35 #

    음...설명만 들었을 때는, 왠지 "그래 나쁜 놈들은 죄다 동물이고, 사실 사람들은 다 착한거야."같은 느낌을 받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하긴 지나친 확대 해석이겠죠.
  • 대공 2012/03/16 01:34 #

    재밌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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