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움과 외설스러움의 차이? 아프리카 미술관 잡담

흔히 밥을 먹으면 차 한잔을 하는 것이 당연한 코스처럼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오랜만에 한 삼청동 나들이, 식당도 카페도 즐비한 그 거리에서 오히려 낯선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요? 오히려 삼청동 뒷골목의 띄엄띄엄 가게가 있는 한적한 길이 더 살갑게 느껴집니다. 그러다보니 차 한잔 마시러 어느 카페에 들어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어디를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차라리 작은 전시관에 들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평소 가보고 싶었던 '아프리카 미술관'이 떠올랐어요.

아프리카 미술관은 경복궁 옆 삼청동 가는 길, 미술관 몇 개가 모여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그것도 2층에 자리잡고 있어 눈에 잘 띄지는 않아요. 그만큼 규모도 작은 곳입니다. 규모가 큰 전시장을 생각하신다면 다른 곳으로 가셔야 할 거에요.  

3천원의 입장료에 차가 제공되니 차 한 잔 하는 셈 치고 방문하기엔 딱 좋지 않겠어요? 그런데 왜 하필 아프리카냐구요? 뭐랄까.. 타고 난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살아있는 곳,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는 곳, 제가 막연히 동경하는 그런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문화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겁니다.

2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저 인상적인 조각상과 큐레이터 언니입니다. 저 조각상은 부족의 다산을 상징하고, 목이 유독 긴 건 이 부족이 새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해요. 네, 큐레이터 언니가 친절히 설명을 해주셔서 알았습니다. 입구 뿐 아니라 전시장을 돌면서 친절하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확실히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귀여운 조각상들 말이에요. 표정이나 동작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두 팔을 위로 든 건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끄덕끄덕 바로 납득이 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참 적나라한 조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산을 상징하기 위해 큰 가슴을 강조한 조각상들은 많이 봤지만 직접 젖을 물리고 있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었거든요.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오히려 감동적인 일인진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 시선에 민망함이 먼저 깃들여지는 것은 '문명'이라는 이름의 수치심 탓인듯 합니다.

관장님이 직접 아프리카를 돌며 모은 조각들이 전시된 작은 홀을 지나면 아프리카 현대 미술이 전시된 홀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도 정말 다양한 느낌의 미술가들이 많았어요. 새롭게 공부하게 된 기분입니다.

물론 그 공부는 3층에 올라와서 했지요. 제 마음에 와닿았던 건 에티오피아의 아세파라는 작가가 그린 여인들이었어요. 여인들과 색감이 너무너무 아름다웠거든요. 물론 그 외에도 흥미로운 작가들이 꽤 많았답니다.

3층에는 아프리카 조각들과 그림들이 보관되어있는 곳이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한쪽엔 테이블이, 다른 한쪽엔 소파가 있어요.

테이블과 소파 앞에는 아프리카 미술에 관한 책들이 있는데 아랫층에서 본 그림들을 찾으며 뒤적거리다보니, 어느새 탐독하게 되었습니다. 각 색깔이 가진 의미들, 화가들의 그림이 가진 상징성들이 매우 쉽고 간결하면서도 꽤 재미가 있게 설명이 된 책들이었거든요.

이건 무료로 제공되는 루이보스 티입니다. 깔끔한 맛이었어요. 날씨가 은근히 쌀쌀해서 더욱 반가웠지요.

악어 모양을 닮은 현악기 입니다. 꼬리 부분에 현이 네줄 있어서 튕겨볼 수 있어요.

문간에 있던 이 조각상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묘한 어울림이 느껴져서 재밌어서 카메라에 한장 담았습니다.

야외 테이블도 하나 있어요. 날씨 좋은 날엔 야외에서 차 한잔을 마셔도 좋을 것 같은데 어제는 좀 추워서요. 대신에 저의 눈길을 끌었던 건, 테이블 뒤에 서 있던 한 남성이었습니다.  

테이블 안쪽에서 볼 때는 팔을 뻗은 줄 알았는데, 헉! 아니었어요. 또 보자마자 민망함이 뇌리를 스칩니다. 그런데 정말 솔직한 조각 아닙니까? 본인과 똑 닮은 자손들을 줄줄이 낳는다는 의미, 즉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조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조각이 상징하는 의미 역시 타고 난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일진데,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역시 문명이 가져온 수치심 탓이려니 하고 말이죠. 인간이 타고난 본성을 부정하고 살아하는 요즘, 그만큼 우리는 더 '문명인'이 되었을까요? 더 행복해졌을까요?

02.730.2430 / 종로구 사간동 64번지

아프리카 미술관은 경복궁 옆 금호 미술관 근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말 작은 미술관입니다. 기대치 낮추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