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알보알, 천국같은 여행지에서도 사람이 문제 바다 갈증

필리핀 세부의 한 해변 모알보알, 정확히 2년 전 다녀왔던 그곳은 내게는 '천국'이라는 기억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또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왔지요. 모알보알은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가졌던 완벽했던 기억에 비하면 이것저것 실망스러운 기억도 함께 얻게 되었지요. 그 모든 것이 사람 탓입니다.

모알보알에 가는 방법은 일전에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항공권은 저가 항공에 프로모션 가격으로 역대 최저가 왕복 15만 원에 구매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여행비용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세부 공항부터는 시간 절약을 위해, 그리고 4명이어서 나눠서 부담할 수 있기 때문에 van을 예약해서 갔습니다. 인당 왕복 5만 원 정도가 들지만, 약 2시간 반 정도 꼬불꼬불한 시골 길을 달려야 하는 코스라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길이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 들었지요. 더 빨리 간 것 같아요.

새벽 2시경쯤 세부 공항을 나와서 리조트에는 5시경쯤 도착을 하게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세부 공항에서 면세품 단속이 심하더라고요. 참고하시길..) 일단 짐을 풀고 한숨 자고, 슬슬 모알보알을 돌아봅니다.

모알보알의 파낙사마 비치의 메인 로드입니다. 아주 좁아요. 해변 쪽으로 리조트들이, 그리고 가운데 메인 로드가 있고, 다시 리조트나 바들이 있는 형태입니다. 최근 많이 알려진 것에 비해 다행히 변화 속도가 빠르지는 않네요. 치안도 안전하고 사람들도 순박합니다. 초보 여행자들도 다니기에 편한 곳입니다.

각종 서양식과 고기류의 요리들도 많지만, 그날그날 잡은 물고기나 오징어, 새우 등을 골라 요리를 부탁해 먹을 수 있는 곳도 몇 군데 보입니다.

지나가다 본 어마어마한 크기의 물고기입니다. 이 아이의 정체도 궁금하지만, 누가 먹을지도 궁금하네요.

조개류와 옷가지 등의 기념품을 파는 곳도 몇 군데 있습니다. 제발 조개나 산호를 막 주워가지 말고 가공된 물건을 사 가시길 바래요.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공항에서 적발되는 사례가 왕왕 있다고 들었습니다. 모알보알의 물가는 다른 필리핀의 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허리에 두르는 살롱 등은 200페소(약 6,000원) 미만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저희 일행들도 여러 개를 사면서 가격 흥정을 더 해서 싸게 잘 구매 했습니다.  

리조트의 미니바 가격도 1,500원 전후로 저렴한 편이지만 더 저렴하게 사려면 길거리의 구멍가게들을 이용하면 됩니다. 특히 물 같은 경우는 가격 차이가 크게 나더라고요. 큰 통의 물을 25페소(약 700원)부터 50페소(약 1,500원)까지 다양하게 구매를 하게 됐었습니다.

나무에 저렇게 술병이며 음료수병 등을 매달아 놓은 모습.. 대체 무엇 때문인지 궁금했습니다. 아시는 분?

도마뱀을 본 것보다 오히려 고양이를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둘 다 정말 귀엽습니다. 고양이들도 대개 크기가 작은 새끼 고양이들이더라고요.

이렇게 글을 적고 보면, 2년 전과 변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우후죽순 리조트들이 들어서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상업적으로 변하거나 동네가 번잡해진 것도 아니에요.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씁쓸한 이야기들은 들려옵니다.

첫째로 페스카도르 섬에 있었던 어마어마한 정어리 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입니다. 하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그랬는지 어쩐지, 예전만큼 근사한 정어리 떼는 보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로 한국인들에 대한 이미지입니다. 모알보알에는 한국인 다이빙 샵이 세 군데나 있습니다. 대개 세부에 있는 유학생들이 놀러 오거나 한국에서 카페 등을 통해 단체로 방문하는 모양입니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에서 다이빙하던 방식으로 거북이를 막 만지거나 조개류를 따 오는 일, 산호를 훼손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던 모양입니다. 소문이 안 좋게 났나 봐요. 그래서인지, 2년 전만 해도 한류 탓에 한국인이라고 하면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번에는 썩 반기질 않더라고요. 걱정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중국인들의 역습(?)입니다. 현지인들이 '차이니즈'라고 통칭해서 진짜 중국인지 대만인지 홍콩인지 어딘지는 알 수 없습니다. 중국말을 하는 건 분명하고요. 8시에 스쿠버 다이빙 시작인데 나타나지 않습니다. 8시에 일어났다고 그러네요. 필리핀 사람들이 차이니즈라 그렇다고 오히려 우리에게 미안해합니다. 일어나서 심지어 아침까지 챙겨 먹고 온 모양인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습니다.

바닷속에서는 또 어떤지요? 마구 몰려다니고 밀쳐댑니다. 장비들은 또 화려해서 다들 카메라는 들고 있는데,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찍으면 될 걸 밀쳐대며 찍습니다. 막대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을 공기통을 찍어 내리기도 하고요.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더라고요. 함께 다니는 서양인들하고 비교체험 극과 극입니다. 동양인은 어떻고 서양인은 어떻다는 식의 편견을 갖기는 싫은데 이런 사람들은 처음이었어요.

샵에서 씨푸드를 흥정할 때도 사건은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이미 가격 흥정을 마친 알리망고 게를 갑자기 옆에서 끼어들어 흥정하려고 합니다. 오죽하면 샵 주인이 우리가 이미 산 거라고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런데도 계속 그곳을 떠날 줄 모르고 맴돕니다. 우리 떡이 커 보였나 봐요.

이런 사소한 기억들이 모알보알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좀먹고 말았습니다. 모알보알은 여전히 천국이지만, 만난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역시 여행지에 누구와 함께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가서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우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네.. 다 사람이죠. 우리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매너있는 여행객이 되어야 할 거고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정말 천국 같을 곳입니다. 모알보알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갖지 마시기를 바래요.  


덧글

  • 대건 2012/04/10 17:02 #

    역시 즐거운 여행을 하려면 운도 좀 따라줘야 하는것 같아요.
    날씨라든지,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관광객이라든지 말이죠.
  • 미친공주 2012/04/10 17:37 #

    날씨 운은 죽였습니다. ㅋㅋ 뭐.. 다 완벽하기가 쉽진 않죠 ㅠ
  • 하로 2012/04/10 20:53 #

    사람에 대한 편견은 갖지않으려 하는데 중국사람은 그게 안됩니다.
    보다보면 "이 종족들은 틀려먹었어." 란 생각이 저절로 들지요.
    그건 그렇고.. 저 큰 생선은 꼬리나 비늘모양새가 삼치종류같습니다.
    저 동네 삼치류가 덩치하고 힘이 좋아서 낚시하러들도 많이 가지요.
  • 미친공주 2012/04/12 10:01 #

    오오.. 삼치류인가요? 엄청 크고 멋있더군요 ㅋㅋ
  • A군의 소소한 일상 2012/04/11 02:28 #

    맑은 바다에 스쿠버 다이빙이라..
    진짜 좋았겠네요
    게다가 역대 최저가....
    제주도 가는 비용보다 싸게 들었겠네요
    가서 먹는 거 포함해서 ^^

    세계 어느 민족이나 개념없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인데
    중국은 그 개념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특히 주요 관광지에서요
  • 미친공주 2012/04/12 10:02 #

    네.. 포사지게 먹고 놀고 제주도 보다 쌌습니다. ㅠㅠ 감동의 눈물.
    중국인들을 보며..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우리 생각도 나지요.
    나아지려나요.. 후
  • 푸른별출장자 2012/04/11 11:11 #

    남이 사진 찍고 있는 앵글 안으로 과감하게 들어 오는 인간들은 10에 1-2은 한국인 8-9는 지나인
    자신이 사진 찍은 앵글 좋은 곳에 버티고 서서 수다 떠는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
    남 한참 카운터에서 프로세싱하는데 과감하게 밀고 들어와 씨부리는 인간
    새치기는 기본 밀치기는 옵션 (제가 덩치가 크고 험하게 생겨서 그럴때는 큰 소리로 Fuxx 하면 알아서 도망)
    참 이것들도 인간인가 싶더라는...

    그나저나 어디가서 낙서하는 버르장머리 요거 하나는 한국인이 좀 심한 듯 합니다.
  • 미친공주 2012/04/12 10:02 #

    쩝;;;;
  • 포비당 2012/05/15 14:40 #

    ㅎㅎ 여행블로그 재밌게 잘 봤습니다. 참고로.... 나무에 병 달아놓은 그 가게.... 가게이름이 bottle's museum 인가 합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병을 모아서 달아놓는게 취미인가 본데. 병 마다 작은 종이에 주로 성경 문구들을 적어서 돌돌 말아서 병에 넣어놓습니다. 주렁주렁 달려 있는 가지각색의 병들이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을 느끼게 해주지요. 아쉽게도 까페처럼 커피나 차를 팔지는 않습니다. 가게안에 들어가면 앉을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는데 손님을 위한 자리는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냥 작은 기념품(종이로 만든 상자.... 비누...) 등을 판매합니다. 아쉬운 부분이죠.

    그리고....

    한국사람을 능가하는 차이니즈들... 진짜 문제죠. ㅎㅎ 근데 솔직히, 말씀드리기 껄쩍지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곳 모알보알에서는 특히 한국학생분들에 대한 평가가 아주 안좋답니다. 숙소에서 밤새 술마시고 떠들고.... 어지르고... 식사도 레스토랑에서 하지 않고 방에서 해결하고... 아마도 대학때의 mt식으로 노는것에 익숙한지라 다들 그렇게 하는가 본데. 여긴 엄연히 외국인지라.... 필리피노들은 그 부분을 이해를 못하죠. 왜 한국학생들은 항상 저러냐고 묻곤합니다. 자성할 부분인듯....

    그래도 인종주의로 흐르는 부분은 항상 경계해야겠죠?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이고, 예ㅢ의 문제이니깐.... 어느 나라 사람이건.... 무식한 놈도 있고, 예의바른 훌륭한 사람도 있고....

    다음부터 물속에서 다이빙할때 누군가 님을 확 밀친다거나 하면.... ㅎㅎ 뒤로 돌아가서 밸브 잠궈버리세요. 다이빙에도 엄연히 매너가 있거든요. ㅋㅋ (농담입니다.)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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