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결혼일까? 부모도 울고, 당사자도 울고.. 연애이야기

오늘도 뉴스에 기사가 났습니다. 결혼 비용이 평균 2억을 돌파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별로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지요. 제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할 때 들었던 비용을 따져보면 얼추 비슷하더라고요. 2억. 평범한 직장인이 숨만 쉬면서 모아서 1년에 2천만 원 정도를 저축한다고 쳐도(실제로 그 정도의 저축이 가능하기란 쉽지 않지만) 10년 이상이 걸려야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

주위에서 매년 결혼하는 친구들이 한, 두 명 이상은 되어서 매번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감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면 가관인데, 그 속에 들어갔을 때 나도 그렇지 않을 거란 장담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 애를 낳기 전에는 자유방임으로 키우겠다고 결심했던 부모가 애를 낳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10년을 편하게 사귀어 온 커플도 결혼 앞에서는 장사 없더군요. 얼마 전 결혼한 선배가 치를 떨면서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결혼에 관한 두 사람의 의견은 잘 맞았습니다. 서로 여유가 넉넉지 않으니 대부분의 과정을 생략하고 간소하게 결혼식을 하자고요. 제 주변의 모든 친구가 그 소리를 합니다. 상견례 때는 "서로 간소하게 합시다~" 꼭 그런다고요. 그렇지만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뭐가 하나씩 자꾸 붙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집값"이더군요.

우리보다 더 잘산다는 나라들의 결혼 비용이 반값, 1/3도 안 드는 가장 큰 이유는 집 때문입니다. 요즘은 무조건 자가를 장만해서 결혼하는 추세는 아니라지만, 전세만 해도 1억은 당연히 넘고 시작하니까요. 그리고 남자가 집은 장만해와야지 하는 통념 때문에 결혼 비용 전쟁이 시작됩니다.

남자의 부모가 전세든 자가든 집을 마련합니다. 그런데 그게 여자의 마음에 들기란 또 쉽지 않습니다. 시댁과 처가의 위치, 그리고 각자 직장의 위치들이 모두 고려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특히나 결혼 전에 다른 고려 사항 없이 부모님께서 미리 아들 장가보낸다고 준비해 놓은 집이면 더더욱요. 남자 쪽에서는 집을 해주는 것만도 감지덕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자 쪽에서는 원했던 집이 아니라 실망하게 됩니다. 특히나 요즘은 여자들이 맞벌이에 육아의 이중고를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불만은 더 클 수밖에요.

남자가 집을 해오면 여자 쪽에서는 가전 살림은 물론 집값의 몇%에 준하는 예단을 보내야 합니다. 남자 쪽에서는 금액으로 따졌을 때 집값보다 예단이 적기 때문에 이것저것 바라는 것이 많아지게 되고, 여자 쪽에서는 당장 써야 할 모든 것들이 현금이기 때문에 부담이 큽니다. 남자는 집을 해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자 쪽에 서운함이 쌓이고, 여자는 집을 해왔다고 유세 부리며 이것저것 바라는 남자 쪽에 서운함이 쌓이죠.  

그것뿐인가요? 주위에서는 훈수 두는 사람도 많고 비교 대상도 많습니다. 누구 며느리가 뭘 해왔다는 자랑은 엄마들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는 친구들끼리도 비교합니다. 누구는 예물로 명품 가방을 주셨다 어쩌고.. 만약 결혼 금액을 다 까놓고 본격 비교를 하면 꼭 미치고 팔딱 뛰는 친구들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적게 주고 가장 많이 받은 친구가 시집을 제일 잘 간 게 되어버리지요. 내가 뭐가 못나서 이런 대접밖에 못 받나.. 이래저래 우울하기만 하죠.

부모 입장도 그렇습니다. 허리 휘도록 결혼비용을 마련하면서도 사돈 눈치를 봐야 합니다. 서로 생략하자고 했지만, 정말 생략했다가 좋은 소리 못 들으면 어쩌나 나중에 말 나오면 어쩌나 어디까지가 생략이고 간소화인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뭐 하나라도 해서 보내면, 상대방 집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아 뭐 하나라도 돌려보내야 하고.. 이런 식으로 따라붙는 것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눈치싸움에 서운함이 더해지고 그러다 자칫 서로간에 감정이 격해지기라도 하면 파혼이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요.

결혼식에 남은 전통이 '악습' 뿐인 것도 문제입니다. 서양식 예식을 해야 하니 예식장 비용과 스드메(웨딩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 비용)는 드는데 전통식 폐백은 또 따로 해야 하니 한복도 하고 폐백 음식 등등도 해야 합니다. 집을 새로 장만해서 결혼하지 않고 부모 집에 3대가 같이 살던 시절에 존재했던 예단이니 예물이니 함이니 하는 풍습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집을 장만하면서 그것까지 하려니 허리가 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외국처럼 쿨하게 서로 능력 되는 만큼 모아서, 혹은 반반 비용으로 월세부터 시작하면서 사는 게 나을 텐데 못 그러겠는 자식들이 있고 못 놔두겠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양가 부모와 당사자들의 모든 의견이 저렇게 맞아떨어지기란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결혼식을 준비하는 당사자도 부모도, 뭔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하고 억울한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 뻔한 행사를 꾸역꾸역 해나갑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결혼일까요? 결혼식을 하면서 전쟁을 치른 친구들이 1, 2년이 지나니 다들 그러더군요. 그때 왜 그렇게 이것저것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지 모르겠다고요. 쓸데없는 겉치레에 돈 쓴 게 너무 아깝다고요.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말에 부모도 당사자도 휘둘려 웨딩업체 배만 불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만 '집값'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이 무의미한 결혼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덧글

  • TokaNG 2012/05/14 19:23 #

    공감합니다.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여주기식, 혹은 자랑거리 만들 양으로 지나치게 무리하는 모습을 종종 봐서,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그 어마어마한(?) 결혼비용이 아니면 좀 더 일찍 가정을 꾸려서 잘 살 수도 있을 사람들이 돈 때문에 미루거나 급기야 갈라서기까지 하니,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결혼에서 '식'만 빠지면 정말 행복할 텐데요.
    '식'이 결혼을 좌지우지 하니...
  • 미친공주 2012/05/14 20:21 #

    안그래야지 하던 사람들도 막상 닥치니 파도에 떠밀리듯 하더이다
    ㅠㅠ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 ㅠㅠ
  • 2012/05/14 22:33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12/05/15 09:43 #

    헐.. 헤어지기 잘하신듯.
    안그런 사람도 있을거에요 ㅠㅠ
  • 로보트 2012/05/14 22:36 #

    이런글 볼때마다 회의가 듭니다...
  • 미친공주 2012/05/15 09:45 #

    ,.. 그래서 모를때 멋모르고 해야하는건데 ㅜ
  • 나이스샷 2012/05/14 22:37 #

    제가 결혼준비 시작하면서 느낀건
    내 결혼이지만 내 소신따위 개나 줘버려야 한다는겁니다.
    결혼식이란게 대체 누굴 위한건지 모르겠어요ㅠㅠ
  • 미친공주 2012/05/15 09:45 #

    그르게나요.. 에효
  • pugsley 2012/05/15 14:08 #

    양가의 도움을 포기하면 간섭도 상대적으로 가뿐히 무시할수있어서
    많은것이 쉬워집니다.
    저흰 그랬어요. 지금도 후회 없고요.
  • 미친공주 2012/05/15 18:17 #

    참.. 그게 베스트인데 ㅠㅠ 말처럼 쉽지가 않네요
  • 라비안로즈 2012/05/15 16:04 #

    저도 슬슬 이제 결혼하려고하는데..
    남자친구가 월세로 살고있는집에서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물건대로 살려고 이미 부모님꼐 못박아뒀어요 ㅎ
    근데 부모님들은 또 어떻게 될련지.. 모르는거죠.. ^^;;;
    저희가 부모님을 설득해야 될지도 ㅎㅎㅎ

    남친도 저도 아직 애 없는데 뭐할러 큰집부터 가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ㅎㅎ;
  • 미친공주 2012/05/15 18:17 #

    ㅎㅎ 홧팅입니다. 행복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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