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대본과 생방 촬영의 폐해? 옥탑방 왕세자 미분류

올해 '해를 품을 달' 이후로 뭔가 사람들을 "와아~" 열광시킬만한 드라마는 아직 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해품달 보다 훨씬 열광했던 드라마는 '아내의 자격'이긴 했지만요. 그렇다고 형편없진 않고 재미도 있지만,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한 것이 수, 목 드라마 '더 킹 투 허츠' '옥탑방 왕세자'입니다. 저는 그 두 드라마를 돌아가면서 열심히 보고 있지요. 완성도 면에서 손을 들어준다면 '더 킹 투 허츠'가 단연 우세하지만, 가볍게 편하게 볼 수 있는 건 '옥탑방 왕세자'쪽이 더 낫고요. 배우들의 매력과 연기력은 양쪽 다 누가 낫다고 꼽기 어렵고요.

'더 킹 투 허츠'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옥탑방 왕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타임슬립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이지요. 세자빈 살해 사건의 미스테리를 풀고자 고군분투하던 왕세자가 세 명의 신하들과 현대로 건너와 생기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단 배우들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박유천은 1인 2역, 아니 3역을 연기 중인데 꽤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선보이며 아이돌 출신 가수에 대한 편견을 깼지요. 엄격하고 도도한 모습부터 허당에 귀여운 모습까지 다양한 매력들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상대역인 한지민은 정말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왈가닥 매력을 발산할 때도 사랑스럽고 그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할 때도 사랑스럽습니다. 둘 사이의 케미도 괜찮은 편이고요. 특히 왕세자가 박하의 입을 다스린다, 눈을 다스린다며 키스할 때는.. 꺅!

악역인 이태성과 정유미의 연기도 좋은 편입니다. 특히 정유미는 불과 몇 달 전 알츠하이머인 수애에게 결혼할 남자를 빼앗기고도 그저 오빠 바라기인 천사표 역할로 시선을 끌었었죠. 당시 정유미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는데, 옥탑방 왕세자에서 계속되는 거짓말과 악행으로 제대로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무척 기대되는 배우에요. 신하 3인방도 나름대로 각각의 매력이 있는 배우들인데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좀 안타깝지요. 어쨌든 드라마를 계속 보게 하는 힘의 80% 이상은 배우들 때문입니다.

다른 장점이 있다면 미스테리가 섞여 있다는 거지요. 아마도 첫회에 등장한 세자빈 시해사건의 전말은 마지막회가 되어서야 밝혀질 것이고, 왜 타임슬립을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극 말미에나 나올 테니까요. 대체 어떤 사연일까 궁금하다면 어찌 되었건 끝까지 봐야 합니다. 또 과거의 사람인 왕세자 이각과 현대의 사람인 박하의 사랑의 결말도 어떻게 그려질지 불투명하고요. 그래서 일반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보다 결말을 더 궁금하게 하는 요소들이 있지요.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보면서 한숨이 나오게 하는 요소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저는 쪽대본과 생방 촬영 때문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정말 완성도가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밤과 낮이 엉켜있거나 장소와 장소를 급작스럽게 뛰어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시간상으로 이미 어디론가 갔어야 하는데 아직 있거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느낌.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것이 불과 몇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든지 하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의 상황들 말이죠. 게다가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장면도 여러 번이나 그대로 방송되었습니다. 배우가 급하게 대본을 외웠던가, 촬영하는 감독도 그걸 인식 못 할 정도로 정신이 없던가, 편집할 때 발견했더라도 재촬영이 불가하고 대체 할 수 있는 화면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방송에 내보내는 상황이라고 밖에 설명하기 어렵네요.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스토리상의 개연성이 없는 것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손주가 여러 번 바뀌고 결혼이 쉽게 파혼이 되어도 쿨하게 넘어가는 할머니,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조 핸드폰, 하다못해 용태용 행세를 하던 이각이 사기꾼으로 밝혀졌는데 옥탑방의 박하는 그냥 살면 되는 건가? 이런 식의 사소한 궁금증들이 매회 생겨나요. 그러다 보니 3인방의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하는 아쉬움쯤은 너무 거창한 바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고요.

흔하지 않은 소재와 미스테리를 다룬 '옥탑방 왕세자'. 만약 쪽대본과 생방 촬영의 우리나라 드라마 풍토가 아닌, 사전 제작으로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이 아까울 정도예요. 박유천이 정말 이각 연기를 잘해주고는 있지만 '성균관 스캔들'에서의 선준 역할 때만큼 '앓이' 현상이 생기지 않는 것도 캐릭터를 잘 살려내지 못하는 스토리 라인과 대본 탓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청률도 10% 초반대에서 지지부진 하는 걸거고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드라마라 한 마디 남깁니다. 미스테리적 요소가 궁금해 끝까지 시청은 하겠지만, 시청 후 다른 사람들에게 이 드라마 꼭 봐~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덧글

  • 이요 2012/05/18 15:41 #

    맞아요, 절절 공감. 용태용과 용태무 헷갈리게 말하는 걸 몇번이나 봤고, 어제는 정말 최고였어요.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람이 없어졌는데 경찰들은 찾지도 않아,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하나 있는 손주는 빈소를 안지켜, 이렇게 상황이 급박한데 데이트나 하고 있어 도대체 얼마를 더 이해해줘야 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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