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 '더 킹 투 하츠' 미분류

꽤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도 리뷰 쓰기가 망설여지는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단순히 사랑 이야기가 주가 된다거나 00앓이처럼 신드롬이 되는 드라마는 조그만 계기가 있어도 막 끄적거려지게 되는데,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도 사랑 그 이상의 내용을 담아 조금만 난해해지면 쓰기가 어려워져요.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오늘 마지막회를 맞아 더 늦기 전에 끄적거려보려고 합니다.   

드라마 '더 킹 투 하츠'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남한의 왕 이승기와 북한 특수부대 여장교 하지원과의 휴먼 멜로 블랙 코미디라고 홈페이지에도 쓰여있습니다만, 이게 그런 이야기였던가요? 대다수의 시청자는 가벼운 판타지,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상상했을 테지만 이 드라마는 전혀 그런 드라마가 아니었습니다. 판타지라고는 하나 오히려 직설적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고, 생판 남처럼 생각하던 북한을 자꾸 들먹여 스멀스멀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사랑과 애틋함도 있어야 하지만 '절대 악'과 맞서 싸움도 해야 하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살려내야 하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대체 이게 어떤 내용의 드라마인가 혼란스럽겠지요. 그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아쉬운 점입니다.

더 킹 투 하츠는 상당히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영상미도 꽤 괜찮고 스토리도 단단한(개연성 측면에서) 편이고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는데다 매 회 뭔가 깨달음을 주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1회부터 쭉 이어서 보면 영화처럼 몰입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 보면 드라마보다는 영화 같은 느낌의 드라마거든요. 그런데 그래서 어렵습니다. 대충대충 봐서는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깨알 같은 의미들을 파악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냥 큰 스토리 라인만 보면 남한 왕과 북한 여자가 다국적 군사복합체의 수장과 겨루다가 뭐, 이기겠지.. 이렇게 결론지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 건 캐릭터와 동화된 배우들의 열연이었습니다. 북한 사투리를 능숙하게 써 가며 액션과 멜로를 오가는 어려운 역할을 맡은 하지원은 명불허전이었고요. 이승기라는 스타에 대해서 저는 '배우'라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새로이 보게 되었습니다. 앳되고 착하게 생긴 얼굴과 일찍 스타가 된 배우라 연기자로 성장하기엔 썩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어요. 

그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는 눈에 안 들어오는 연기자가 없더라고요. 이순재, 조여정 등 말 하면 입 아픈 중견 배우들의 활약부터 하반신 마비 열연으로 시선을 끌었던 이윤지, 늘 코믹하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멋진 왕의 모습을 보여줬던 이성민.. 늘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윤제문과 섬뜩한 악역 연기로 시선을 끌었던 사만다 데니얼까지..  

그러나 더 킹 투 하츠의 최고의 수혜자는 아마 은시경, 조정석일 겁니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캐릭터로 시선을 끌었던 조정석은 더 킹 투 하츠에서 킹 재하 이상의 인기를 끌며 여심 몰이에 성공했죠. 어제 은시경의 죽음으로 저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가 공황상태에 빠질 정도로.. '뿌리 깊은 나무'에서 무휼이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충성스럽고 우직한 캐릭터는 늘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나 봅니다. 그리고 조정석은, 그야말로 은시경 그 자체였고요. 아마도 예상외로 인기를 많이 끌어서 더 비중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바람에 죽어야 했고요.. ㅠㅠ

이렇게 감탄할만한 배우들의 연기와 허술하지 않은 연출, 개연성 있는 스토리로 꽤 재미있는 드라마가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썩 열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니아층이 더 많은 느낌이었죠.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다름 아닌 '과유불급' 넘치는 것이 부족함만 못했기 때문입니다. 개연성 따위를 다 무시하고 그저 달달한 사랑을 보여주는 데만 올인한 옥탑방 왕세자에게 시청률 역전을 당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더 킹 투 하츠의 처음 시작은 화려했었죠. 수목 드라마 최고 시청률로 시작되었거든요. 그러나 이승기와 하지원의 달달한 연애를 예상하고 봤던 사람들은 죄다 옥탑방 왕세자로 채널을 돌렸을 테고, 뭔가 진지한 드라마를 보려고 했던 사람들은 적도의 남자를 볼 테고.. 그저 10% 초반대에서 명색만 유지하게 된 건 아마도 욕심이 과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모든 내용을 다 품고 싶었던 작가와 감독의 욕심이 느껴지거든요. 로맨스도 놓치기 싫고, 남북관계와 국제 정세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도 담고 싶고.. 게다가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도 살려주고 싶고..

차라리 월, 화 드라마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혹은 남남북녀의 판타지 사랑에만 올인을 했거나, 아니면 한국의 가상 왕족과 군사복합체 수장과의 대결을 주로 했던가 선택을 했었더라면.. 싶기도 하고요. 한 드라마 안에서도 시즌 두 개 이상으로 나눌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오늘, 더 킹 투 하츠는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나약한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지만, 결말만은 강해진 한국을 보고 싶네요. 아.. 그리고 은시경, 부활시켜주면.. 아니 될까요??


덧글

  • 2012/05/24 18: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미친공주 2012/05/24 20:13 #

    그르게요 ㅠㅠ 제 주변은 다 옥세자 홀릭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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