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년 간 바람이 만든 예술 '돗토리 사구' 바람이야기

돗토리현에 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바로 '돗토리 사구'입니다. 돗토리 사구는 10만년 간 바람이 모래를 옮겨 만든 모래 언덕으로 동서 길이 16km에 남북 2km의 대 사구라고 해요. 저는 진짜 사막에 가본 적이 있어 약간 감흥이 덜 했지만, 한번도 사막을 경험해보지 못한 분이라면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돗토리 사구는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1000엔 택시가 멈춘 곳은 사구로 향한 계단이 있는 주차장이었지요.

계단을 올라서자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아 자연적으로 생긴 바람의 그림인 풍문이나 사주, 사렴 등의 흔적은 전혀 찾아보기 어렵지만 멀리 보이는 모래 언덕의 풍광이 얼른 이 모래로 발을 디디라고 유혹합니다.  

신발을 벗고 모래위에 올라섭니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 그런데 옆에 계시던 1000엔 택시 기사님이 얼른 모래 바닥을 만져보십니다. 혹시라도 모래가 너무 뜨거워 제 발이 델까 걱정하신 모양입니다. 감동의 눈물이.. ㅠㅠ 모래를 걸어가려는데 기사님이 뒤따라 오십니다. 긴팔 양복 상하의에 구두까지 신으셨는데. 만국 공용어 바디 랭귀지로 여기 계시면 다녀오겠다고 만류를 하고 천천히 모래 위를 걷기 시작합니다. 정말 몇 번째 감동인지 모르겠습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이 느낌을 모두 담기엔 정말 부족합니다. 사막은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멀더라고요. 사람들이 깨알같이 작은데도 쭉 이어지는 모래에서는 그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사막에서 길 잃기 딱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 고난도의 경사입니다. 모래의 빛깔이 살짝 바뀌지 않았나요? 사구로 올라가는 경사가 생각보다 가파릅니다. 60~70도 정도 되려나.. 경사로 인해 발이 푹푹 빠지니 안쪽에 있는 젖은 모래가 자꾸 바깥으로 나오더라고요. 사구는 운동화나 신발보다는 맨발로 음미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헥헥 거리며 모래 산 꼭대기에 올라서니 탁 트인 바다가 저를 맞이 합니다. 사구를 걷는 동안에도 바람이 세게 불어 별로 덥지 않았는데 이 꼭대기에서 맞는 바닷 바람은 장난이 아닙니다. 모자가 날아갈까봐 계속 잡고 있어야 하더라고요. 이 바람이 바로 이 모래산을 만든 작가로군요. 성격 좀 있는데요? ㅎㅎ 

오른쪽으로 펼쳐진 풍광입니다. 이 사구의 꼭대기 부분을 따라 천천히 바닷가로 내려가보기도 하나 봅니다. 저도 아마 기다리시는 기사님이 없었다면 좀 더 머물며 놀았을 것 같긴 합니다.  

사구 꼭대기에서 이렇게 바닷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쉬다가 오고 싶더군요. 흔들리는 카메라로 찍은 360도 영상을 감상하시죠? ㅎ


아.. 뭔가 살짝 아쉽네요.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시간입니다. 올 때보다는 시간이 적게 걸린 느낌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사구 왕복하는데만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것 같으니 시간적 여유를 넉넉하게 두시고 찾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쪽에서는 낙타 체험이 있더라고요. 역시 사막에 못가보셨던 분들은 한번쯤 낙타 구경도 하시고 타시는 재미도 느껴보세요~ 샌드보드 등의 스포츠 체험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사실 저 경사면을 내려오면서 푸대자루라도 깔고 미끄러져 내려오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더랬죠.

사구 입구에는 이렇게 테이블도 있습니다. 다들 한참을 쉬었다 가시더군요. 저는 기사님을 찾아 총총..  

쿠폰카드로 받아야 할 선물인 것 같은데 미리 받아놓으신 모양입니다. 아직 시간 여유가 좀 남았는데 왜 이리 서두르시나 했지요. 애초에 3시간 동안 보고자 했던 하쿠토 신사, 샌드 뮤지엄, 돗토리 사구까지 다 봤으니 역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기사님이 저를 데려간 곳은 왠 쌩뚱한 해변이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와도 해안 쪽인 것 같았어요. 왜 왔냐고 궁금해하니 저 멀리에 사구를 가리키시더군요. 아.. 이쪽 해안에서는 저 멀리에 사구의 반대쪽 모습이 보이는 군요. 

굳이 들르지 않아도 될 곳을 시간이 남아 들러주신 모양입니다. 이렇게까지 안해주셔도 되는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들르신 곳은 '돗토리 성'이었어요. 앗! 시간은 불과 20분 남짓 남았습니다.

돗토리 성은 일본 전국시대에 건축된 성으로 지금도 돌담과 문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봄이 되면 벚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요.  

성 위로 올라서는데 '진푸카쿠'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1907년에 옛 돗토리 영주 이케다 후작의 별장으로 건축되었다고 합니다. 프렌치 르네상스 양식으로 나라에서 지정하는 중요 문화재래요. 입장료를 내고 내부로 들어가면 당시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들르시게 되시는 분들은 참고 하세요~  

마쓰에 성을 보고 왔던지라 눈이 높아져서 돗토리 성은 썩 볼 건 많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봤죠. 돗토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광이 볼만하긴 하더라고요.

물론 진푸카쿠도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올라왔던 길로 내려올걸 반대편 길로 내려왔더니 조금 헤매다가 진푸카쿠를 가로지나서야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의 표정이 초조하더라고요. 시간을 보니 3시간을 불과 5분도 안남긴 시각! 여지껏 보지 못했던 스피드로 역으로 되돌아갑니다. 아마 돗토리 역과 가까워서 이곳에 차를 세워주셨던 모양인데 제가 너무 오래 있었나봐요.

그렇게 3시간을 꽉꽉 채운 1000엔 택시 투어는 끝이 났습니다. 1000엔은 내릴 때 기사님께 드리고 내리는데 뭔가 매우 죄송스럽더라고요. 이런 날을 대비해서 외국에 갈 땐 작은 기념품 같은 걸 가져가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미처 성함도 여쭤보지 못한 1000엔 택시 기사님 때문에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엄청나게 좋아졌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교관이라는 말을 몸소 체험하게 해주신 기사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덧글

  • 멘붕한 승냥이 2012/07/10 18:49 #

    우와!!!!!!!!!!!!!!!!!!!! 모래언덕 끝내주는거 같아요~ :D
  • 미친공주 2012/07/11 09:43 #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고 하니 놀랍더라고요 ㅎㅎ
    계절마다 높이도 바뀐다고 하네요 ㅎ
  • 은화령선 2012/07/10 19:17 #

    으음.... 뭔가 옆으로 기다란 모래사장이 아니라 앞뒤로 기~~~다란 모래사장의 느낌이 나네요?? ㅋㅋㅋㅋㅋㅋ
  • 미친공주 2012/07/11 09:43 #

    ㅋㅋㅋㅋ 옆으로도 더 길답니다. ㅋㅋ 높은 언덕이 있는 엄청나게 큰 모래사장?ㅋ
  • JinAqua 2012/07/11 22:30 #

    오와우 만화 '허니와 클로버'의 그 모래언덕이군요 'ㅇ'!!
    택시기사아저씨가 모래 만지는 부분이 진짜 감동이네요
  • 미친공주 2012/07/12 09:49 #

    ^_____^
  • 아자잣 2012/07/13 17:59 #

    저도 1000엔 택시 기사님께 참 감동 했었더랬죠.
    새삼 다시 새록새록 한것이 가슴이 간질간질 해 집니다.

    돗토리 성에서 바라보는 시내 정경도 좋았는데. 너무 잘봤습니다~
  • Megane 2012/07/14 00:45 #

    낙타고기하면 칭기스칸 요리...
    뭐든지 먹을 것으로 연결짓는 내가 미워라...
    우리나라에도 어디에 모래섬이 있다던데 바다모래 채취를 너무 많이 해서 사라질 위기라는 기사를 텔레비젼에서 봤었는데, 역시 일본이란 나라는 어딜가도 배울 게 많긴 합니다.
    게다가 상냥하신 택시기사님의 배려도 그렇고...
    너무 좋으셨겠습니다. ㅠㅠ (근데 왜 눈에서 눈물이... 너무 부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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