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파단 섬에서 상어보다 무서운 것은? 바람이야기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시파단 섬에 가는 날입니다. 마불섬에서 보트를 타고 약 3~40분 정도 이동하자 조그마한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파단 섬에 들어갈 때는 방문객 리스트에 이름을 적어야 합니다. 각 다이빙 샵마다 5명, 7명 등으로 인원 제한이 되어 있습니다. 섬 입구에 써있는 시파단 섬의 유래를 듣고 빵- 터졌습니다. 이곳에서 발견된 '시 파란'이라는 시체의 이름을 딴 섬이랍니다. 헐~

시파단 섬에서의 다이빙은 섬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한번씩 포인트로 나가서 다이빙을 하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시파단 섬 주변의 포인트만도 저렇게 많은데 저는 이틀 동안 6번의 다이빙을 하면서도 반도 못다녀 왔습니다. 같은 포인트를 들어가더라도 첫날, 둘쨋날 본 바다 생물이 다릅니다.

누군가 시파단 섬을 수족관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뭐..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거대한 바다 생물들과 물고기떼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대신 아기자기한 산호초나 마이크로 생물은 많지 않아요. 필리핀 다이빙으로 따지면 보홀+모알보알+말라파스쿠아를 합쳐놓은 느낌이랄까요? 한번에 다양한 바다 생물을 보기에는 좋은 곳이긴 합니다. 대신 최소 2일 이상은 해야 제대로 볼 수 있을 겁니다.

거북이입니다. 시파단 섬에서는 거북이를 동네에서 강아지 보는 것보다 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북이가 나타나도 "나왔구나~" 합니다. 나중에는 그냥 거북이랑 같이 사진찍기 놀이.. 뭐, 그런 걸 즐겼죠.

시파단 섬에서 거북이 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상어입니다.

예전에 말라파스쿠아에서 처음 상어를 봤을 때만해도 후덜덜 떨렸는데, 시파단의 상어는 크기가 작아서 그런가 전혀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역시 사진 같이 찍기 놀이 가능합니다.



너무 자주 보다보니 상어가 나타나도 "나왔구나~" 하게 됩니다.

시파단에서는 많은 물고기 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거대한 구름은 잭 피쉬 떼입니다.

처음 잭 피쉬 떼를 봤을 때만해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몇 번 봤다고 이제 가까이 다가갈 여유가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잭 피쉬 떼를 뚫고 지나가기 놀이도 가능하지요.

두둥두둥두둥~~! 평생 처음 보는 거대한 물고기 떼가 머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 정체는 바로 험프헤드 패롯피쉬(humphead parrotfish)였지요.

못생긴 걸로 따지면 1, 2위를 다툴 수 있는 녀석입니다. 한 녀석을 만나기도 힘든데 이렇게 떼거리로 있다니.. 경탄스럽습니다.

험프헤드 패롯피쉬 사이에 못생긴 걸로 따지면 역시 1,2위 하는 나폴레옹 피쉬도 한 마리 섞여 있네요.


머리가 툭 튀어나온 모습도 정말 독특한 모양새이지만..

사람 이빨처럼 생긴 못생긴 주둥이가 대박이죠. 이 입 모양 때문에 패롯피쉬라고 불립니다. 물론 이 아이들은 보기에는 못생겼지만 위험한 아이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얌전한 아이들이죠. 정말 조심해야 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시파단 섬에서 만난 곰치입니다. 곰치류가 위험하다는 건 다들 아는 상식이지요? 지난번 마불섬에서 한 곰치녀석을 촬영하는데 이 놈이 뚫어지게 저와 눈을 맞추는 겁니다. 갑자기 확 튀어나와 물 것만 같아서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도망을 쳤다니까요?

스톤 피쉬입니다. 물고기인지 산호인지 돌인지 자세히 안보면 모르겠죠? 이 물고기는 공격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독을 품고 있어서 산호인 줄 알고 잘못 건드리면 쏘이게 될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 할 물고기 중 하나죠.

바라쿠다 떼입니다. 이 녀석도 대표적으로 위험한 어종 중에 하나입니다. 이렇게 떼거리로 모여있을 때는 아래쪽에 잘 숨어서 지켜봐야 합니다. 이 녀석들 사이로 들어가면 위험해요!

하지만 가장 위험한 물고기는 타이탄 트리거 피쉬(Titan Triggerfish)입니다. 역시 독특하게 생긴 물고기죠? 시파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고기입니다.

만날 때마다 바닥의 무언가를 쪼고 있어요. 대개의 경우 그렇게 지나가면 그만인데, 잘못해서 알을 낳은 트리거 피쉬를 만나면 지옥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어떤 것에도 마구 공격을 해대거든요. 이야기만 듣고 실제로 경험은 못해봤었는데, 시파단에서 진정한 지옥을 맛봤습니다. 잘못해서 트리거 피쉬의 영역에 들어갔더기 갑자기 마구 달려들지 뭐에요. 호흡기를 문 채로 "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핀으로 마구 차며 미친듯이 도망을 나왔는데, 함께 있던 친구가 재밌다고 찍다가 본인도 그 영역에 들어가서 쫓기게 된거죠. 정말 치떨리는 트리거 피쉬입니다.

보기에는 매우 여유있게 수영하는 것 같나요?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실제로 이 녀석에게 귀를 뜯겼다는 다이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ㅠㅠ

그렇게 환상적인 시파단에서의 이틀이 훌쩍 지나갑니다. 원래 다이빙 계획은 여기까지였는데 미련이 남아 다음날 쉬지 말고 또 다른 섬으로 다이빙을 가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마불섬도 이제 안녕입니다. 다시 셈포르나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