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관객의 마음 훔친 '도둑들'의 비결? 조조할인

새로운 천만 관객의 역사가 쓰여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보게 되는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도둑들'이지요. 김윤식, 김혜수, 전지현부터 해품달로 대세가 된 김수현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의 등장으로 개봉하기 전부터 시선을 끌었던 '도둑들'은 개봉 2주가 채 되기도 전에 680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상승세라면 정말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럴만한 가능성이 다분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도 하고요.

일단 대진운이 괜찮은 편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붙었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그냥 아무에게나 권할 만큼 쉽고 재미있는 영화가 아닌지라 저조차도 누구에게 보라고 권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약간 마니아적인 성향도 있고요. 이번주에 '나는 왕이로소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의 코믹한 한국 영화들이 개봉하지만 장르가 겹치지는 않아서 이 상승세는 이어질 것 같습니다.

게다가 무더위도 한 몫 합니다. 집 밖에 나가면 무조건 어디든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살인적인 더위! 올림픽 마저 하지 않았다면 이 상승세가 더 가파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죠. 극장도 뭐 아주 시원하지는 않지만, 10분 이상 길거리를 헤맬 수조차 없는 더위에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재미가 있나요? 볼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네, 680만의 관객들이 괜히 본 건 아니겠지요? 그럼 찬찬히 제가 느꼈던 재미 포인트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스포일러 살짝 있습니다.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7개가 넘어가며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도둑은 10명이나 됩니다. 물론 그 중에서 한, 두어명은 존재감이 없긴 하지만, 주인공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 각각의 캐릭터를 이해하거나 몰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요. 

도둑들과 많이 비교되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서도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 두 사람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은 조연 느낌에 가까웠죠. 그에 비해 도둑들은 10명 안에서 여러 개의 관계적 원이 있고, 그 원들의 교집합끼리의 관계가 얽혀있어 각 캐릭터에 몰입하는 이해를 돕는 느낌이 듭니다. 

처음 등장하는 미술관 터는 씬에서 '뽀빠이, 씹던껌, 예니콜, 잠파노'의 한 팀을 인식시키고, 그 후 '펩시와 마카오박과 뽀빠이'가 얽힌 관계를 인식 시키고, 그 후 홍콩 도둑팀의 구성원을 인식시키고.. 이렇게 차근차근 캐릭터를 주입하는 방법이 매우 쉽지요. 특히 저같이 아무리 읽어도 누가 누군지를 외우기 어려워 무협지를 못읽는 사람까지도요.   

일단 캐릭터를 인식하고 몰입하게 되면 그 뒤의 스토리를 끌어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도둑들'에는 많은 이야기들과 사연이 얽혀있습니다. 어찌보면 오션스 일레븐이 더 단순한 편이지요. 여러가지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어렵지 않은 것.. 그것이 최동훈 감독이 만들었던 과거 영화들의 스타일에서 이어집니다. 물론 도둑들은 그보다는 약간 덜 정돈된 느낌은 있지만, 그것이 지루함이나 군더더기나 재미없음의 의미는 아닙니다. 건질 것이 많다는 이야기지요.  

김혜수와 전지현의 매력 대결을 건져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김혜수야 원래 매력이 철철 넘치는 배우였지만, 전지현이 보여준 섹시하면서도 쿨하고 심플한 성격의 캐릭터는 의외다 싶었습니다. 확실히 눈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확 튀어 드러나지는 않지만 은근히 바닥에 깔려있는 김윤석과 김혜수의 묘한 케미스트리는 마냥 거친 남자 영화일 수 있었던 영화에 부드러움과 납득할만한 '이유' 같은 걸 던져주지요. 나도 금괴~~~ ㅠ.ㅠ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사라져간 김수현에 대한 누나들의 탄식도 있을 거고요. 두 번의 키스씬 모두 꽤 강렬하더라고요. 흐흐흐..  

그러나 두고두고 잔상에 남는 묘한 커플이 바로 이 커플이었으니.. 영화를 보신 분들만 아시겠지만, 씹던껌과 펩시가 나누는 대사들이 있습니다. 도둑들이라고 해서 특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때는 펩시처럼 화려하고 젊었던 시절을 지나 말년에는 결국 술로 연명하는 고달픈 엄마가 된 씹던껌.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도둑들에서 보여준 전지현-김혜수-김해숙으로 이어지는 여성 라인이 한 여자의 인생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마냥 원하는 것을 쫓고 쿨할 수 있었던 2~30대의 느낌의 전지현과 물질적인 그 이상의 감정 교류를 원하는 3~40대같은 김혜수, 그리고 엄마로써의 인생을 살면서도 여자였을 때를 그리워하는 5~60대의 김해숙.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돌아서서 자꾸만 제 뒤통수를 당기는 것이 아마도 제가 여자이기 때문인가봐요. 지금의 펩시가, 지금의 예니콜이 씹던껌의 나이가 되었을 때 그때도 마냥 해피엔딩일까, 아닐까에 대한 해답을 미리 준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전 씹던껌과 첸의 만남이 마냥 처연하게 아름다왔고, 그런 결말 또한 지지하는 바입니다. 혹자는 왜 그래야만 했냐고 물을지라도요.

어찌됐건, 이런저런 생각 없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는 분명합니다. 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물론 올해 내가 본 최고의 작품은 아닙니다만, 최고의 작품이 늘 최고의 흥행은 아니지요.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 될 수 있는 작품.. 정도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PS: 그러고보니 참 뽀빠이 캐릭터는 비중이 높은데도 잔상이 오래 남지 않네요. 워낙 비호감 캐릭터가 되놔서 그런가...^^; 정작 제 마음을 훔친 건 최고령자 임달화 아저씨 ㅜㅜ


덧글

  • 동사서독 2012/08/06 16:35 #

    도둑이 아니지만 호구로 나온 신하균도 임팩트가 있었지요.
    영화의 앞뒤 짧은 등장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쳤으니 그 역시도 '도둑'인가 싶기도 해요. ^^;;
  • 미친공주 2012/08/06 18:29 #

    ㅋㅋ 맞습니다. 아.. 신하균도 정말 대박이었어요. 존재감이 쩔어요 ㅎㅎ
  • 미츠루 2012/08/06 19:19 #

    동감합니다. 세명의 여도둑들이 각자의 연령대를 대변하는 포지션을 맡았고 저는 역시 혜수언니에게 가장 감정이입을;; 김윤석과의 캐미스트리 덕분에 더 몰입되기도 했구요. 임달화 아저씨와 씹던껌의 로맨스는 정말 강렬했습니다. 두분이 죽음으로 퇴장한 뒤에도 계속 잔상이 남더군요^^
  • 미친공주 2012/08/07 09:52 #

    인상적이었죠. ㅎㅎ
  • MCtheMad 2012/08/07 10:58 #

    여자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총을 쏘는 중년의 남자라니.. 으아.. 진짜 너무 멋있더라고요
    김수현-전지현 라인도 너무 귀엽구요

    이정재는 ㅋㅋㅋ 찌질이 캐릭터를 이렇게 잘 소화하다니요 ㅋㅋㅋ 달수 형님보다 더 찌질이 캐릭터..
  • 미친공주 2012/08/07 13:44 #

    임달화님 잘 몰랐었는데.. 판타지 완전 충족입니다. 역시 제 취향은 꽃미남보다 꽃중년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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