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나길 바라는 남편? '내 아내의 모든 것' 조조할인

'내 아내의 모든 것' 개봉 당시부터 너무너무 내용이 궁금했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결혼, 권태, 바람.. 그 모든 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대체 어떤 스토리일까 호기심이 생겼었거든요. 안타깝게 개봉 시기를 놓쳤지만 결국 VOD로 찾아보게 됐지요. 영화 자체는 완성도가 아주 높다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는데, 웃기기도 하고 묘한 매력이 있긴 하더라고요. 물론 생각할 거리도 꽤 많았고요. 딱 신혼의 단맛을 지나 권태를 느끼는 부부가 보기에 좋은 영화라고나 할까요?  

*** 스포일러 좀 있습니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내 와이프가 나에게나 '헌 여자'지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는 '새 여자'라고요. 언젠가 아무리 예쁜 와이프와 함께 살아도 최고의 여자는 새 여자라는 유머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농담을 주고 받는 남자들이 들으면 뜨끔할 수 있는 이야기겠더라고요.

이 영화도 저 유머와 상통하는 내용입니다. 남들 하듯이 죽고 못살게 연애를 하고 부부가 된 지금, 남편 이두현은 아내 연정인이 몹시 지겹습니다.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은 아내의 수다를 들어주는 일도 고역이고, 하다못해 아내가 해주는 요리를 먹는 것도 지겨워합니다. 남들은 예쁜 와이프랑 살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하지만 남편은 그저 "한 번 살아보세요, 어떤가"라고 응수합니다. 이런 대사, 결혼한 남편이나 아내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들 아닌가요?

사실은 이런 부부가 꽤 많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특히 아내가 집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까지 없는 상황에서 아내의 관심사는 오로지 남편일 수 있습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없다보면 숨이 막히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고요. 특히나 남편들 같은 경우, 그런 아내를 점점 피하게 되고 아내는 점점 더 집착을 하게 되는 악순환인거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어찌됐건 약간의 거리는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어느 한쪽만의 바램인 경우 "사랑이 식었어" 같은 대사가 튀어나오는 거죠. 연애할 때, 그리고 신혼 초에 서로 붙어있고 싶어 안달을 했던 경우라면 더 그렇겠고요.

남들은 꽃단장한 아내를 "와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남편의 얼굴에는 혐오가 서려있습니다. 얼마나 아내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으면 옆집에 사는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꼬셔달라고 애원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애원을 하면서도 성관계는 안된다며 못을 박는 이 남편의 모습은 정말 찌질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니, 남자들이 가진 이중적인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는 듯도 하지요. "우리 마누라 같은 여자를 나니까 데리고 살지"라고 큰 소리 치던 남자들이 정작 아내가 바람이라도 난다고 치면 눈이 확 뒤집혀서 분노로 펄펄 뛰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지요.

카사노바 장성기는 두현에게서 '내 아내의 모든 것'을 적은 내용을 전달 받습니다. 내용도 참 꼼꼼합니다. 아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평소 사고방식이나 행동방식 하나하나까지 적어서 보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내에 대해 이렇게 잘 알면서 왜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고요. 장성기는 카사노바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기 이 정보들을 활용해 정인과 가까워지는데 성공합니다.

남자들은 카사노바의 작업 멘트를 보면서 그럴 거에요. "저게 좋아? 저렇게 느끼한 게?"라고요. 예를 들어보지요. 여자들이 가끔 느끼한 화이트 소스 파스타가 땡기는 날이 있다고 칩시다. 그렇지만 아무리 화이트 소스 파스타라고 해도 맛이 없는 건 먹기 싫지 않겠어요? 가끔 느끼한 말을 듣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아무 사람이나 아무 남자한테가 아니에요. 내가 관심이 있는 사람한테서 진심이 섞인 느끼한 농담을 듣고 싶은 거죠. 그럴 때 손발이 오그라들면서도 까르르~ 안 웃고 넘어가긴 힘들답니다.

카사노바 성기의 작업 방식이 조금은 과장됐고 웃기지만, 그의 매력에 끌리는 이유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판타지 때문일 겁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취향을 척척 알아주는 남자. 내가 심심할 때 내 옆에 항상 있어주는 남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처럼 좋아해주는 남자. 모든 것이 너무나 잘 통해 마치 운명같이 느껴지는 남자 말이죠. 물론 저 또한 그런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도 남을 나이입니다만.. 그래도 그 '판타지'를 간접적으로 채워주는 것이 이 카사노바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었지요.  

그런데 유독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정인의 말이 있었답니다. 카사노바의 작업을 받으면서 정인은 남편 두현과의 첫만남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고 해요. 정인이 느끼게 된 설렘과 끌림들은 당연히 남편과의 첫 만남에서도 느껴봤던 감정이겠고요. 또 남편에게서 계속 받고 싶었던 애정이었겠지요. 그녀가 끊임없이 남편을 들볶았던 이유 역시 그 애정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을 거고요.

카사노바 장성기가 말하는 여자를 유혹하는 비결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단지 '당신의 아내를 한 사람의 여자로 대했을 뿐'이라고요. 내가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이지만 여전히 '여자'이기도 하다는 사실, 물론 여자 스스로도 계속 어필을 해야 할 부분이고요. 내가 결혼 전 좋아했던 그 천사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한탄을 하는 남자들, 그 천사가 사라진 것에 대한 반 이상의 책임이 스스로에게 있지는 않을까요? 뭐..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 어쨌거나 권태를 느끼는 결혼 3~7년차 부부들이라면 가볍게 즐기면서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영화였습니다.


덧글

  • 2012/08/13 17: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14 09:2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egane 2012/08/14 02:36 #

    한 명의 여자로서의 아내. 그리고 어머니. 그리고 누나. 다 여자인데...
    왜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도록 서로 노력하는가.(오타 아닙니다.) 이건 평생의 의문입니다.
    부부 클리닉 관련 방송이나 심리학 사례들을 보면, 부부들, 특히 또 다른 이성을 가지기를 원하는 분들을 보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해가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만든 생각을 서로에게 말하려 하지 않는데 특별히 애를 쓰고, 결국 그렇게 쌓인 오해는 이혼이거나 불행으로 이어지죠. 분명히 빛나던 연인의 시절이 있었을텐데...
    그 결과, 대부분의 여인들은 한 번 살았던 남자와 내세에 다시 살겠냐 물어보면 대부분이 No, 남자들은 이 여자와 다시 살겠냐고 물어보면 Yes!
    그 슬픈 남자와 여자의 관계 속에서 그래서 빛났던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보다 더 가혹해 보입니다. 냉정하고도 가혹하리만큼 잔인한 생각과 생각의 충돌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그 존재들은... 그래서 부부(夫婦=不不)라고 불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영화 두 번 봤어요. 물론 저녁시간대에 봤습니다만....
    한국 영화를 싫어하는 저도 요즘 마음이 많이 사랑의 갈증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이런 영화]따위라면서 3류 영화취급하고도 남았을 영화를 두 번이나 볼 줄이야...
  • 미친공주 2012/08/14 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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