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에 반응이 폭발적이지도 않았고, 또 판타지 영화 자체에 크게 흥미가 있지도 않아서 그냥저냥 흘려보낸 영화 '헝거 게임'을 뒤늦게 보게 됐습니다. 기대치가 너무 낮아서 그런가, 생각보다는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캣니스의 매력에 훅- 빠져드는 바람에..(참고로 여자입니다) 어쨌거나 지나간 영화 뒤적거리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리뷰를 남깁니다.
** 스포일러 약간 있습니다.

일단 헝거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배틀로얄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짚고 넘어가야겠죠? 아주 오래전에 일본 만화 배틀로얄을 읽다가 꽤 충격을 받았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틀로얄은 원작은 소설이고 영화와 만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한 반의 학생들을 무인도에 가둬놓고 3일안에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여야 하는 몹시도 잔인한 게임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은유적으로는 서로를 밟고 살아남아야 하는 일본의 입시제도를 뒤틀었다는 평가도 받았고요.
많은 분들이 헝거게임을 미국판 배틀로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었어요. 저도 그런 줄 알았고요. 그런데 어린 청소년들이 서로를 죽이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게임의 룰은 비슷하지만, 은유적인 뜻은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더라고요. 그래서 혹여 배틀로얄을 봤다거나, 그만큼 잔혹하고 비장한 무언가를 상상하고 이 영화를 접한다면 몹시 시시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물론 그런 내용이었다면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두 눈 말짱하게 뜨고 볼 수는 없었을 거고요)
12개 구역으로 이뤄진 독재 국가 '판엠'은 매년 각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청소년 남녀 한 쌍을 선발하여 '헝거게임'을 하게 만듭니다. '헝거 게임'이란 판엠이 각 구역을 공포 정치로 다스리며 반란 등을 막기 위한 명목으로 치루는 상징적인 게임으로 선발된 24명의 소년, 소녀들이 서로를 죽이게 만들고 최후의 승자 1인은 막대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만든 게임이지요.
주인공 캣니스는 추첨으로 선발된 동생을 대신해 자원해 수도 캐피탈로 향하게 됩니다. 서로를 죽이고 죽이는 살육게임을 대하는 판엠 국가의 방식은 매우 쿨합니다. 선발자들을 마치 영웅인 양 등장하게 하고, TV쇼를 통해 소개를 하고, 몇 주간 살육 연습을 통해 생존력 레벨을 평가받게 만들죠. 그러는 동안 돈 많은 스폰서들은 마음에 드는 선발자를 고르기도 합니다. 스폰서가 생기게 되면 게임 도중 간절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되고요. 게임 시작과 동시에 모든 선발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생생하게 방송이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죽여야 하는 잔인한 살육 게임을 진짜 온라인 게임마냥 아무 거리낌 없이 대하는 캐피탈의 부유한 지배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꽤 불편했었습니다. 그런데 쭉 지켜보다 보니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만 빼면 우리가 미쳐있는 오디션 프로와 별다를 게 없더군요.
아마 오디션 프로를 한번도 안보신 분들은 거의 드물겁니다. 노래면 노래, 재능이면 재능.. 수많은 도전자들이 도전을 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살아남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도전자들의 스토리 등등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게 되면 인기를 얻게 됩니다. 대개의 오디션 프로들은 최후의 생존자들을 시청자들이 직접 뽑게 만듭니다. 그리고 모든 영광과 상금은 오로지 1위에게만 주어지지요. 오디션의 우승자가 최고의 실력자는 아닙니다. 실력을 갖췄으되, 마음을 끄는 사연이나 인간적인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우승의 진짜 비결이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캐피탈의 부유한 지배자들은 현대의 미디어와 거대 자본을 대변합니다. 그들에게 느껴지는 혐오는 시청자인 내 스스로에게 느끼는 혐오와 동일할 수도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헝거게임은 배틀로얄과 비슷한 내용으로 전혀 다른 방향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영화인거고요.
헝거 게임의 예전 우승자 '헤이미치'를 포함한 조력자들은 사람들이 캣니스를 좋아하게 만듭니다. 그 방법이 어찌나 효과적이었던지 저 조차도 캣니스를 참 좋아하게 되어버렸지요. 그리고 그녀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헝거게임의 최종 우승자가 됩니다. 이런 스포일러를 하냐고요? 사실 영화에서는 그녀가 헝거게임의 우승자라는 결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2편, 3편이 나올거면 어짜피 주인공은 죽어서는 안됩니다. 클클)
오히려 우승자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더 희열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그녀는 우승을 통해서 판엠의 지배자들을 오히려 당황하게 만듭니다. 우승자로써 막대한 부귀를 누리게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가 스물스물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년에 2편이 나오면 봐야할 것 같습니다. 클클..
영화 내용에서 설명을 쏙 빼버리긴 했지만, 캣니스와 같은 구역 출신 피타와의 로맨스도 꽤 쏠쏠한 볼거리가 됩니다. 캣니스에게는 이미 게일이라는 좋은 남자친구가 있었던 상황이니까요. 아마 2편 이후의 내용에서 스토리를 끌어나가게 되는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나간 영화 중에 좀 독특한 영화는 없나 찾으시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무리 지나간 영화고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고 해도 영화가 재미없으면 화가 나더라고요. 단돈 몇 푼이라도 막 아깝고.. ^^ 그렇다고 뭐, 너무 많은 기대는 마시고요.




덧글
2012/08/21 21:39 #
비공개 덧글입니다.2012/08/22 09:18 #
비공개 답글입니다.자몽 2012/08/21 23:47 #
영화보고 소설도 찾아서 읽었는데, 보다보면 미디어와 정치에 대해서도 꽤 깊은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구석이 있는 내용이었어요.
시리즈로 계속 찍는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내년개봉일줄은 몰랐네요. 덕분에 좋은 정보 얻어 갑니다.
아 저도 게일과의 로맨스를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영화상의 피타는..피타는..미처 뒷 말을 못있겠습니다 ㅜㅜ
미친공주 2012/08/22 09:18 #
저도 소설 찾아볼까 고민중 ㅋㅋ
시바우치 2012/08/22 09:41 #
미친공주 2012/08/22 10:57 #
그 영화들과 전혀 별개로 보면 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2012/08/22 09:53 #
비공개 덧글입니다.2012/08/22 10:56 #
비공개 답글입니다.아프리콧 2012/08/22 11:30 #
정말 대박입니다ㅋㅋ~~
미친공주 2012/08/22 16:51 #
데빈 2012/08/22 13:10 #
그런데 3권 가서는 이야기가 영 산으로 가더라구요... 주인공에겐 전혀 공감할 수도 없고.
1권에서는 미디어 뒤틀기와 청소년 성장물인것 같던 소설이 2권, 3권으로 갈수록 뭘 말하고자 하는지 점점 헷갈려서 읽기 좀 힘들었습니다. ㅎㅎ
미친공주 2012/08/22 16: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