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어떤 욕설 섞인 고백 '응답하라 1997' TV이야기

일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요즘 제가 흠뻑 빠져있는 드라마가 '응답하라 1997'입니다. 이번주 방송이 클라이막스였죠.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이 나왔거든요.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고백씬이 명장면으로 회자되어 왔습니다. "이 안에 너 있다"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런데 말예요, 그런 드라마 속 고백씬은 정말 멋있지만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해보면 손발이 오글오글 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감동을 받은 고백은 왠지 꾸며지지 않은, 흔히 있을 법한, 조금은 거칠고 서투른 고백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고백이 저를 울컥하게 만들었죠.

방송을 보시지 않은 분들도 이해 가시도록 짤막한 요약을 해드리자면, 성시원이란 희대의 둔녀와 소꿉친구로 자라온 윤윤제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고교시절을 끝내고 각자 대학으로 뿔뿔히 흩어지게 되던 날, 마지막 시원이의 생일 파티에서 윤제는 그동안 미뤄왔던 고백을 하게 되죠. 아니, 그 전부터도 고백을 하려고 했었지만 유일한 혈육인 형이 시원이를 좋아한다는 말에 입도 한번 뻥긋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었죠.  

장소도 노래방입니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비운 잠시의 시간. 시원이는 윤제에게 선물로 반지가 갖고 싶다고 했던 걸 잊었냐며 투정을 부리죠. 그리고 윤제는 "니 정말 잔인하다"는 말로 고백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시원이가 여자로 보였던 이야기, 알아봐 달라고 주변을 맴돌았던 이야기, 그리고 형의 마음 때문에 고백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가감없이 털어놓죠.

그와중에도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며 "계속 친구 해줄꺼지?"라고 묻는 시원.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그냥 확~!! 일전에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 순위권 안에 "좋은 친구로 지내자"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던 기억이 설핏 납니다. 어쨌거나 시원의 그런 반응에 윤제가 털어놓는 무뚝뚝하니 욕설 섞인 고백은 보고 또 봐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사내 새끼가 짝사랑하는 가시나한테 구질구질하니

여기(심장을 가리키며)있는 걸 다 털어놨다는 건

다신 안 볼 생각인기다"
준비했던 반지를 니가 버리라며 주곤 나지막히 읊조리면서 노래방 문을 나서지요.

  "친구? 지랄하네" 

그 고백의 순간이.. 어찌나 절절하고 안타까운지. 희대의 둔녀 시원이 서서히 마음을 깨달아 가는 과정도, 참았던 마음을 터트리고 북받치는 마음을 꾹꾹 눌러참는 윤제의 마음도 모두 다 몰려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답니다.

정말 이 드라마를 통해 '서인국'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됐지요. 사실 서인국은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을 하면서 연예계에 가수로 데뷔했었죠. 당시 슈스케를 보지도 않았었을 뿐만 아니라 가수로써의 그의 노래에 그닥 관심이 없었던 터라 상당히 평가 절하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사랑비'라는 드라마에서 배우로써 꽤 괜찮았다는 소문을 들었었죠. 그 드라마가 워낙 죽을 쒀서 많은 이들이 보지 못했지만요. 그런데 이번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뜨면서 새로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나이 어린 꽃미남 취향은 아니라 개인적인 열성팬이 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요즘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인 건 맞습니다. 제가 드라마에 감정 이입을 아주 잘 하는 편이라서요. 윤윤제라는 역할을 서인국이 아닌 다른 누가 했어도 이렇게 잘 어울렸을까 싶고.. 이 드라마 감독이 캐스팅을 하면서 윤윤제의 "만나지마까" 이 대사를 서인국만큼 소화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요. 나이가 20대 중반이라니 생각보다 동안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기대하고 지켜보고 싶어졌지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남녀 주인공이 쿨의 노래 'All for you'의 리메이크곡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꽤 폭발적이라고 합니다. 노래와 함께 '응답하라 1997'속의 추억의 향기를 살짝 맡아 보시기 바랍니다.

ps: 확실히 이게 취향 타는 드라마인지.. 제 동생이나 몇몇 사람들은 또 재미없다고 그러더라고요. ㅠㅠ

    훔.. 제가 너무 과거지향적인 인간인가봐요.


덧글

  • 紫血月華 2012/08/29 17:29 #

    주위사람들이 그렇게 좋다고 추천할때는 그렇게 안보다가 어제 훅 꽃혀서 우르륵 몰아봤어요.
    웃을 장면도 참 많은데 저는 마음이 넘 미어지게봤어요ㅠ너무너무 감정이입 잘 하는타입이라;;
    윤제도 불쌍한데 준희도 참 안쓰럽더라구요. .
  • 미친공주 2012/08/29 17:53 #

    준희도 참 잘해요. 도를 넘지 않는 거북하지 않은 선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 Doridori 2012/08/29 18:20 #

    저도 상당히 과거지향적인 인간 같습니다. 그 시절 추억에 이렇게나 가슴 설레는 걸 보면 ...근데 오히려 이 드라마를 계기로 현재에 대한 시선도 새로워졌습니다. 아마 15년 뒤엔 똑같이 2012년이 그립겠지? 싶더라구요 :)
    (참 링크 신고드립니다 꾸벅)
  • 미친공주 2012/08/29 18:59 #

    ^^ 그러게요. 듣고보니 지금 이 시간도 추억으로 그리게 되겠죠.
    열심히 놀아야겠어요! 불끈!!!
  • 2012/08/29 18:2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8/29 18: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김공 2012/08/29 21:11 #

    끝내주는 비지엠 선곡에 더 감탄하며 저도 정주행중입니다.
  • 미친공주 2012/08/30 09:32 #

    그 음악들이 진짜.. 깨알같이 추억을 불러오죠 ㅋㅋ
  • 몬스터 2012/08/30 23:44 #

    윤제의 저 대사는 의심할 여지없이 올해의 명대사 1순위...
    '친구로 남아줄래?' 라는 여자의 대답에 남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저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수는 없다고 봐요.

    하지만 현실에서 저런 대사를 칠수있는 용자는 없죠. ㅋㅋㅋ
  • 미친공주 2012/08/31 09:07 #

    ㅋㅋㅋㅋ 그르게요 ㅋ 시크하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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