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히스테리, 성인용품으로 해결? '히스테리아' 조조할인

한 블로거의 리뷰를 보고 꼭 봐야지 하고 꼽았던 영화 중 하나가 바로 '히스테리아'입니다. 우리나라에 개봉은 했지만 크게 이슈가 되지는 못했고, 개봉관도 너무 적어 보기가 어려웠죠. 결국 VOD로 나와서야 관람을 하게 되었답니다.

일단 이 영화의 소재는 정말 파격적입니다. 성인용 바이브레이터, 즉 여성용 자위기구의 발명 유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은 자극적이고 야하지 않습니다. 그 흔한 노출씬 하나 없어요. 오히려 교훈적이기까지 하지요. 단지 소재가 너무 파격적이라 괜히 얼굴이 붉혀지는 탓에 19금으로 선정이 되었을 뿐입니다. 즉 19세 이상 관람가인데다가 자극적인 소재에 뭔가를 기대하고 관람한 사람이라면 100% 실망했을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애초에 볼 엄두도 못냈을테니 흥행이 되지 않을 수 밖에요. 저는 꽤 흥미진진하게 봤던 영화입니다만..

'히스테리'라는 말을 못들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노처녀를 꼭 앞에 갖다 붙이지요. 나이가 찬 싱글 여자들이 화를 내거나 변덕을 부리면 무조건 '노처녀 히스테리'라며 수군대는 나쁜 문화가 존재했었고,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지요. 실제로 히스테리는 신경증의 일종인 병증인데 과거에는 자궁의 기능이 잘못되어 생기는 병 취급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아마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두고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고요.

외국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18세기 영국에서도 여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어지간한 증상, 즉 우울하거나 무기력하거나 짜증과 분노를 느끼는 모든 증상을 '히스테리아'로 도매급으로 묶어 취급했었다고 합니다. 뭐, 그러고보면 몇 세기가 흐른 지금도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체 리듬과 그에 따라오는 감정적인 변화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턱없이 부족한 건 여전하네요. 

** 이제부터 스포일러 꽤 있습니다.

어쨌거나 당시 영국의 정신과 의사들은 히스테리아 증세의 여성 환자들에게 올리브 기름을 바른 손으로 직접적인 성기 마사지를 해서 치료를 해줬다고 합니다. 어우.. 어떻게 이런 진료가 가능했을까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데요. 이 여성 전문(?)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지체높은 귀부인들도 많았다고 하고요. 한번 치료를 하면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여. 의사들도 지겹고 힘들고 시간 소모가 커서 불평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1880년 조제프 그랜빌이라는 의사가 의료용 치료기 '바이브레이터'를 발명했다고요. 의사들의 과중한 노동(?)을 줄이고 10분 만에 환자 치료가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의료치료기였답니다. 그리고 가정용 전기제품으로는 재봉틀·선풍기·찻주전자·토스터에 이어 다섯 번째로 집 안에 들어왔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꽤 생소한 아이템인데 진공 청소기·다리미·전기 프라이팬보다 10년이나 앞서 가정으로 들어왔다고 하니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영화에서 그랜빌은 여성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로버트 댈림플 밑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방법을 배우는 새내기 의사로 등장합니다. 그랜빌로 인해 병원은 번창하고, 로버트는 그를 신뢰해 둘째딸 에밀리와 결혼을 시켜 병원을 물려줄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원하는 인생을 착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에밀리와 달리 첫째딸 샬롯은 매사가 아버지와 투쟁의 연속입니다. 당시 사회상에서 좀 더 앞선 생각을 갖고 있던 샬롯은 구호 재단에서 자신의 자아실현을 이루고 있는 현대적인 여성이었지요.

샬롯은 그랜빌에게 보다 의사로써 의미있는 일을 하라고 조언을 하죠. 그녀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더라고요. "히스테리아를 치료한다고요? 그 병이 생기는 원인은 아내에게 무심한 남편이 만족시켜주지 못해서"라고요. 어찌나 예나 지금이나 원인과 증상이 비슷한지. 아마 영화를 본 많은 유부녀들이 고개를 끄덕끄덕 했을 겁니다. 클클클.. 그 조언을 무시하고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랜빌의 인생에 갑자기 먹구름이 낍니다. 그의 손이 마비되기 시작한 거죠. 아.. 이거 비극적인 장면이어야 하는데 그 원인을 생각하면 또 은근히 웃긴 것이.. 참 희안한 영화입니다. 

하여간 성인용 바이브레이터의 탄생기라는 포장을 뒤집어 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알맹이는 지극히 교훈적입니다. 여성의 독립과 자아실현, 결혼 제도에 대한 부당했던 시선들... 여성의 성욕에 대한 몰이해와 마녀사냥이 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회상에 대한 비판. 후반부로 갈수록 지극히 교훈적이라 몹시 손발이 오그라들긴 하지만 그래서 외면하기에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유머러스함이 아까운 영화였죠.

자극적이고 적나라한 그 무엇을 바라는 사람을 제외한 모든 성인남녀 관람가이며,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고 교훈적인 영화 중 하나였다는 설명으로 소개를 마칠까 합니다. 정말!!! 야한 장면이 한 컷도 없습니다. 오히려 좀.. 웃긴 장면일 뿐이죠. 크크. 그래도 자녀분과 함께 관람하지는 마세요~~~


덧글

  • 푸른미르 2012/09/18 20:01 #

    좀 더 진보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영화이 교훈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고 하니
    역사에 대한 교양과 성교육로서 꽤 쓸만한 영화인데요. 오히려 부모가 자녀와 함께 관람할만한 영화라고 봅니다만.
  • 미친공주 2012/09/19 09:55 #

    흠.. ㅋㅋ 그럼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길.

    -ㅁ- 저라면 관람 못할것 같지만 ㅋㅋ
  • 2012/09/18 23:1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9/19 09: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라라 2012/09/19 00:54 #

    별로 안 야합니다

    시나리오가 정형화 되어 있어서 예상 가능한 전개.

    건국대 예수대 영화관에서 봤는데

    19금은 너무 지나치고 티비 드라마 수준.
  • 미친공주 2012/09/19 09:55 #

    ㅋㅋㅋ 소재탓이죠 뭐.
  • Megane 2012/09/19 09:31 #

    ㅋㅋㅋ 미세진동을 오래 접촉하면 신경마비증세가 오죠.
    바이브에 대한 끝없는 열정... 존경스럽...(탕!)
  • 미친공주 2012/09/19 09:56 #

    ㄷㄷㄷ
  • tertius 2012/09/19 15:46 #

    당시 그런 '마사지'가 의료 행위로 인정되었던 이유는, 당시 의사들은 '여성은 오로지 '삽입'을 통해서만 성적 쾌감을 얻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즉 의사가 성기 바깥쪽을 마사지 했을 때 여성 환자가 느끼는 것은 성적 쾌감이 아니라 단지 히스테리가 해소되면서 찾아오는 안정감이나 편안함일뿐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지요. .. 정말로 그렇게들 믿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 미친공주 2012/09/19 16:00 #

    ㅋ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