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에의 집착이 형벌이 되어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조조할인

작년부터 올해까지 그림 동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꽤 많이 등장했습니다. 왜 갑자기 그림 동화로 회귀하고 있냐는 의문에 대한 답은 새로운 이야깃거리의 고갈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룹니다.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지 못할 바에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기존의 검증된 재미있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와 재탄생시키는 편이 좀 더 확실한 방법이 될지도요. 어린시절부터 동화로 접해 익숙한 이야기들을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재미들도 쏠쏠하긴 하지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Snow White and the Huntsman)'이 '백설공주'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할 때 두 영화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두 영화 모두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 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단 보류를 해뒀다가 뒤늦게야 보게 되었습니다.

** 스포일러 약간 있습니다만.. 어짜피 백설공주 이야기 자체가 스포일러긴 합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다시피, 이 영화는 백설공주 이야기를 판타지 장르로 재탄생시킨 영화입니다. 여주인공들이 아주 짱짱하지요. 도전적인 백설공주 이미지에 상당히 잘 어울리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마성적인 매력이 있는 샤를리즈 테론의 대결입니다. 두 배우가 가진 극과 극의 이미지가 주는 대결이 꽤 볼만 하지요. 게다가 '토르'로 유명한 크리스 햄스워스가 여기서는 사냥꾼으로 등장해 백설공주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군요.

영화는 첫장면부터 눈을 떼기 어렵습니다. 스노우 화이트의 아버지 국왕의 전투씬부터 이블 퀸이 여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이 빠른 속도로 편집되어 몰입도를 높입니다. 여왕이 새의 심장을 파먹거나 아름다운 처녀들의 젊음을 흡수해서 미모를 유지하는 모습들.. 책 속에 등장했던 이야기들이 상상력으로 극대화 되어 CG로 표현이 되니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왜 생각만큼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요?

움.. 일단 스토리 상에서는 설득력의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칼을 들고 전쟁을 하며 싸우는 스노우 화이트의 이미지는 몹시 현대적이고 도전적인 것에 반해 그녀가 마녀를 무찌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부분에 대한 설득은 몹시도 운명론적인 부분이 있지요. 왕의 핏줄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신화 속의 사슴이 인정했기 때문에, 마녀의 거울이 경고했기 때문에.. 논리적인 설득력은 없어요. 왜 그녀여야만 하는가.. 아마도 기존의 백설공주 스토리를 가급적 녹여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요.

그것보다 더 심각했던 건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실수, '용두사미'였습니다. 사과를 먹고 쓰러진 스노우 화이트가 다시 살아나는 부분에서부터 대책없이 마녀에게 진군하는 모습들, 마녀와의 전투씬.. 그 모든 것에 긴장감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백설공주 이야기 자체가 스포일러인 이 영화에서 뻔히 예상되는 결말을 비틀기는 어려웠겠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들었다 놨다 조마조마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실패했지요. 

또한 스노우 화이트와 헌츠맨의 고난의 여정이나 로맨스보다는 마녀 이블퀸의 과거가 더 궁금해집니다. 순수했던 소녀 시절의 그녀가 왜 젊음과 아름다움에 그렇게까지 집착을 해야했는지.. 뭔가 많은 과거가 숨겨져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그녀가 매력적으로 나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거울에서 사람의 형체가 흘러나오는 설정 역시 꽤 멋있었습니다)

혹자들은 돈이 아까울 정도로 형편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특별히 감동을 주는 영화도 아닌, 그저그런 무난한 영화라고 평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많은 여성들은 뒷통수가 은근히 켕기는 느낌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블 퀸을 보면서 정말 무섭더라고요. 이블 퀸의 마법이 그만큼 강력하고 잔인했냐고요? 글쎄요..

마녀가 사람의 심장을 뽑아 내는 장면보다 더 저를 공포스럽게 만들었던 건, 마녀가 마력을 잃으면서 순간적으로 확 늙어버리는 모습이었어요. 눈이 부실정도로 젊고 매력적인 여자가 순식간에 늙어버리는 모습이 어찌나 무섭던지.. 젊음과 아름다움이란, 여자들이 일생을 통털어 줄곧 강요받게 되는 가치거든요.   

여자는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최적의 나이여야 하네 뭐네 하는 핑계를 대겠지만, 어쨌거나 그것으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는 꽤 높은 편입니다. 왜냐! 어떤 인간도 나이를 먹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물론 남자들도 강요를 받습니다. 지위와 경제력에 대해서요. 그러나 이런 것들은 노력하면 어떻게든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늙지 않을 수 있는 확률 0%에 비하면요.

어쨌거나 여자들은 평생 늙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미용 산업과 성형 산업은 그래서 절대 망할 수가 없지요. 늙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거든요. 그렇지만 결국 나이가 든 여자들은 젊은 여자들에게 늘 관심과 애정을 빼앗기곤 합니다. 하다못해 대학 4학년, 고작 20대 중반의 나이인데도 대학 신입생의 젊음 앞에서는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죠. 

나이가 든 여자들은 속으로 되뇌이죠. "너희라고 평생 젊을 줄 아느냐"고요. 고부갈등 역시도 그런 나이든 여자와 젊은 여자 간의 갈등의 연장선이고, 백설공주 이야기도 까 뒤집어보면 그 갈등의 심리가 저변에 깔려있습니다. 마녀가 거울에 묻는 질문의 의미를 어린 시절에는 잘 몰랐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더라고요. 홀로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매번 묻는 질문 속에는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외로운 마음이 담겨져 있던 거더라고요.   

"Mirror mirror, on the wall. Who's the fairest of them all?"    

ps: 그런데 이 영화가 3부작으로 제작이 된다면 대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게 될까요? 자못 궁금하긴 합니다.

ps2: 영화 속에서 크리스틴 보다 샤를리즈 테론이 더 예쁘게 찍였던 것 같은데.. 왜 크리스틴은 감독과 바람이 났을까요??? 


덧글

  • Megane 2012/09/26 22:24 #

    PS1 : 분명히 망작... 그것만은 확실합니다.

    PS2 : 크리스틴 스튜어트니까요. (엥? 그런거여?)
  • 푸른미르 2012/09/26 23:04 #

    지금도 바이오 공학이 발전하고 있으니 미래에는 어쩌면 불로불사이 가능할 지도 모르지요. 그 동기가 주로 여인들에게 시작돌지도...
  • 미친공주 2012/09/27 09:44 #

    안 늙으면.. 행복할까요? ㅎㅎ 엄마도 할머니도 나랑 비슷해보이면 ㅋㅋㅋ
  • 레자드리아 2013/02/19 01:34 #

    백설공주가 마녀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가 명분이 부족해서였군요. 이제 알겠어요 ㅋ
    아...마녀에 감정이입이 되드라고요 확실히 ㅋㅋㅋ
    1편에서 나올만한 얘기 다 한 거 같은데 3편까지 나올 게 있을까 궁금해서라도 보고 싶은 영화에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