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일까? 미드나잇 인 파리 조조할인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것이 추구되는 세상입니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이 찬사를 받는 세상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요즘 세상이 인간이 향유하는 '문화'의 황금기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비관적인 대답을 하게 됩니다. 낭만은 실종되었고, 각박하고 삭막하고 저급한 것만 남은 암흑기 같기만 하지요.

과거지향적인 인간인 저도 늘 제 인생의 황금기를 그리워 해왔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 글로써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얼굴을 맞대는 것이 더 즐거웠던 시절.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건조한 요즘 세상이 미래의 언젠가 시점에서 회상해볼때 "그래도 그때는 좋았지"라고 누군가의 인생의 황금기로 회상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스포일러를 이렇게 전부 폭로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맙니다. 뭐, 그렇다 해도 영화 속의 볼거리에 대한 감흥이 감소하지는 않으니까요. 

약혼자 이네즈와 함께 파리에 여행 온 '길'은 어찌보면 요즘 사람 같지 않은 사람입니다. 잘나가던 할리우드 작가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고 싶어하죠. 파리의 화려함을 즐기는 이네즈와 달리 파리에서 그저 낭만 타령을 하는 길은 어찌보면 어리버리 하고 답답해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인정하지 않아왔던 두 사람의 간극을 서서히 느끼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 밤 자정, 파리의 밤거리를 걷던 길은 한 자동차를 타고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동경해오던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즐기게 되고, 한 아름다운 여인과의 만남도 하게 됩니다. 길은 대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궁금하시면 영화로 직접 확인하시고요.

시간 여행 어쩌고 하길래 좀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미드나잇 인 파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간 이동을 그려내면서 파리라는 도시를 매우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특별히 파리에 가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도 가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솟을만큼요.

그러나 그것과의 별개로 이 영화, 보는 내내 엄청나게 검색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가 무식한 탓도 있겠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소설가며 화가며 음악가들이 어떤 사람인들지 잘 몰라서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나마 아는 이름들이 나오면 반가울 지경이었으니까요. 극장에서 봤다면 아마 답답해 죽었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물론 제가 미리 그 예술가들을 다 알고 있었다면, 저도 주인공 '길'처럼 매 씬마다 탄성을 지르며 봤을 겁니다. 그런게 조금 아쉽죠.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꽤 많았던 모양입니다. 연관 검색어를 보면.. 크크. 그리고 정말 실제 인물과 비슷한 사람으로 캐스팅을 했더라고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랄드와 젤다 피츠제랄드입니다. 특히 젤다의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을 그대로 잘 표현해냈는데, 그러면서도 밉지가 않고 사랑스럽습니다. 자꾸 눈길이 가는 커플이었죠. 이 영화 때문에 이 부부의 연애사(?)를 또 정독해 보게 되었습니다. 서로 격렬하게 사랑하고 격렬하게 미워했던 커플이었다고 해요.

어후, 전 허밍웨이가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인 줄 상상도 못했었답니다. 작가를 글로 알다보면 어떤 사람일까 상상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허밍웨이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허밍웨이의 젊었던 시절 사진을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군복을 입은 모습이 어찌나 훈훈한지. 영화에서 터프하게 그려지는 성격도 멋지더군요.

피카소의 사진이라고 한다면 머리카락이 없는 나이든 사진만 생각이 났는데, 그에게도 이런 젊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역시 꽤 흡사한 싱크로율을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압권은 살바도르 달리. 애드리언 브로디라는 배우는 눈여겨 보아왔던 배우라 그냥 그 배우 자체의 모습인가 했는데 달리 사진을 찾아보니 거의 동일인처럼 닮았더라고요. 애드리언 브로디가 달리를 닮았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죠. 빵- 터졌었습니다.

이렇게 등장인물에 대해 찾아서 저도 모르게 공부를 하게 되니 얼마나 훌륭한 영화입니까. 간직해두고 여러번 탐독하면서 이 영화 곳곳에 숨겨둔 예술가와 코드들을 다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저를 홀딱 반하게 만든 건 콜 포터의 노래 'Let's do it'이라는 노래였습니다. 무식하다고 흉보지 마세요. 재즈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콜 포터라는 이름은 지나가는 길에 살짝 들어본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영화 속에 나오는 이 음악이 얼마나 귀에 착착 붙는지.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였습니다.

가사가 얼마나 재밌고 사랑스러운지요. 새들도 벌들도 사랑을 한답니다. 스페인 상류층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도, 가난한 아르헨티나인들도, 심지어 보스턴에서는 콩들도 사랑을 한대요. 굴도 사랑을 하고, 뱀장어도 사랑을 하고, 게으른 해파리도 사랑을 한답니다. 영어로 된 가사가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 하나 걸어드릴게요.

Let's do it 영어 가사 보러 가기 ->

최근 봤던 영화 중에서 마음의 여운이 가장 많이 남는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우리.. 언제 파리 한 번 갈까요? 


덧글

  • Megane 2012/10/10 23:14 #

    이 갈비뼈 시려운 (그건 관절염이고 ㅋㅋㅋ) 가을에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영화가 드디어 나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프랑스 파리, 그래 너로 정했다! (이건 포켓몬스터 대사...헐~)
  • 미친공주 2012/10/11 09:34 #

    ㅋㅋ 이미 막내린 영화지만 잘 구해서 보셔요 ㅋㅋ
    감성에 맞으실랑가 모르겟네요 ㅎ
  • Megane 2012/10/11 17:27 #

    2만2처넌에 DVD구입했습니다. 정말 가슴 훈훈한 리뷰를 봐서 그런가 두 번이나 봤어요.
    내일 또 볼 예정 ㅋㅋㅋ
  • 미친공주 2012/10/11 18:48 #

    오홋.. 감성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두고두고 소장해도 괜찮을만한 영화입니다. ㅋ 등장인물에 대한 탐구도 더 하고 싶어지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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