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도 잘생겨야 한다? '내가 살인범이다'

'내가 살인범이다' 제목을 들었을 때는 흔하디 흔한 액션 스릴러인 줄만 알았습니다.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요. 그런데 배우 박시후의 사진을 보니, 갑자기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평소 배우 박시후가 풍기는 묘한 분위기를 꽤 좋아했었거든요. 선은 여성적이고 고운 것 같은데 눈매는 묘하게 날카롭고요, 미소는 어쩔 때 보면 환해보이고 또 어쩔 때 보면 비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런 배우가 살인범이라니.. 그동안 봐왔던 많은 스릴러물이나 신문 매체에서 접했던 고정관념들이 뒤틀리는 느낌이 들 것만 같았습니다. 

살인의 기록을 책으로 출판해서 인기를 얻은 살인마라.. 결과적으로 이 배역은 박시후에게 꽤 잘어울리는 옷이었기는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도 연쇄 살인마는 있어왔습니다. 때로는 살인범의 패션이 사건보다 더 눈길을 끌기도 하고 급기야는 팬 카페가 생겨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언론에는 '이렇게 준수한 용모의 사람이 살인마라니 상상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글이 실리게 만든 살인범도 있었지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살인범에 대한 고정관념, 거칠고 투박하고 꾀죄죄하고 변태적인 느낌이 아닌 박시후처럼 예쁜 용모의 살인범이 나타난다면 과연 영화에서처럼 거대한 팬덤이 생기는 현상까지 막을 수 있을까요? 이 영화가 아주 잔인하거나 아주 야하지 않음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난 건 이런 가치관의 문제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 영화를 보실분은 가급적 스포일러를 피하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봐야 재미있을 영화입니다.

저도 가급적 스포일을 안하려고 발버둥 중입니다 ㅋㅋ 

살인마가 책을 출판한다.. 이런 엽기적인 설정은 사실 실제로 일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가와 잇세이라는 일본의 살인마는 프랑스에서 여성을 살인해 인육을 먹었고, 그 경험담을 책으로 출판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사가와 잇세이에 대해 알고 있었던 저는 비슷한 내용을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이 영화는 두 가지 논란 거리를 던져줍니다. 첫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던 예쁘장한 용모의 살인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잔혹한 살인마에 대한 유족의 보복이 합당한가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물론 후자의 경우는 '친절한 금자씨'에서도 다뤄진 바 있습니다. 어떠한 살인범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가 정해놓은 룰이라면, 내 가족과 내가 사랑하는 이가 죽었을 때 그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은 증오심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감정, 솔직한 욕망이지요. 그러한 일을 직접 겪기 전까지는 누구도 내 감정을 장담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저런 머리아픈 이야기들을 떠나서 영화 자체만의 재미는 어떠냐고 한다면 기대보다 재미있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중간중간 감독의 유머 욕심이 과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고, 장르적으로 모호해서 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보고 나왔을 때 돈이 아깝다거나 이게 뭐야~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거든요. 특히 액션씬들이 기대 이상으로 간을 쫄깃하게 만들더라고요. 돈을 펑펑 쏟아 부어 터트리는 엄한 액션이 아니라 작은 공간, 협소한 곳에서 스릴감 넘치게 이어지는 액션들이 많았어요. 알고보니 정병길 감독이 액션스쿨 출신이더라고요.

완벽한 영화라고 칭송하기는 어렵지만 액션도 재밌고 스토리도 이만하면 무리 없고요, 반전에는 저도 홀딱 속았고요. 게다가 생각할 거리까지 있고요. 상업 영화라면 응당 가져야 하는 여러 요건을 무리 없이 가진 무난한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이런 액션 스릴러물이 유쾌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장르는 아닌 건 아시죠?

ps: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 사진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덧글

  • 백범 2012/11/16 18:50 #

    잘생기거나 말빨이 되면 무죄판결을 받거나, 처벌이 경감되는 수도 있는 듯... 대한민국에서는.
  • Megane 2012/11/16 18:54 #

    만약 미인이 연쇄살인범이라도 사랑할 자신이 있다능!!
    일단 나한테 걸리기만 해 다오~
    여자사람이 절실한 계절이기에... (제 정신이 아냐~ㅠㅠ)
    캬~ 박시후라면 무조건 무죄~(엥?)
  • winehouse 2012/11/16 21:15 #

    우와 완전 공감이에요 이 리뷰!!! 보고 나왔을 때 딱 이 느낌이었어요.
  • 하얀앙마 2012/11/16 23:47 #

    처음에 시놉시스를 보고 '이거 원한 해결 사무소에서 나온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나서는 늑대인간이든 살임범이든 잘 생겨야 영화가 잘 나가는 세상인가 하는 생각이...
  • 까짐 2012/11/16 23:59 #

    전박시후보단정재영씨가ㅎㅎ형사도잘생겨야 여론의욕을 덜 먹겟구나~하구요ㅎㅎㅎ
  • 남선북마 2012/11/17 09:00 #

    사가와 잇세이까지 갈필요도 없이..저지른 범죄보다 미모가 더 화제가 된 경우는 김현희가 있잖아요.. 심지어 반공강연 다니면서 잘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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