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뮤즈가 필요한 이유 '셰익스피어 인 러브' 조조할인

아주 오랜만에 위대한 유산이라는 영화를 본 후에 갑자기 보고 싶어졌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라는 영화였죠. 이 영화 또한 1999년 개봉작으로 역시 10년도 더 된 추억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16세기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해요. 그래서 셰익스피어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 가설과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가 경험했을 법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이지요. 글에 대한 영감을 잃고 방황하던 셰익스피어가 부잣집 딸 바이올라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면서 두 사람이 속삭였던 사랑의 대화를 바탕으로 희대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킨다는 내용입니다.

당시 이 영화를 몹시 좋아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화려하게 복원된 의상들도 정말 예뻤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문학소녀였던 저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을 본 적이 있어서 나왔던 대사 하나하나가 맞아 떨어지는 것에 감탄에 감탄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도 흠뻑 빠졌었고요.

그런데 21세기에 나이까지 10살 이상 더 먹어서 다시 보니 셰익스피어 희곡에 쓰여진 시적인 대사들이 조금 더 오글오글하게 다가오는 거였어요. 또 이들의 사랑에도 예전만치 촉촉하게 젖어들지는 못하는 것이.. 10여년 동안 제가 '사랑'에 대해 배운 것이라고는 건조한 현실 뿐이구나 싶어서 슬퍼졌답니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기네스 펠트로가 가슴의 압박 붕대를 풀며 뱅글뱅글 도는 장면이었지요. 정말 예뻤거든요. 그래서 위대한 유산을 보고 바로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 이유가 단순히 '기네스 펠트로' 때문이겠거니.. 하며 영화를 다시 보게 됐는데, 막상 보고 나니 다른 이유도 몇 가지 더 있더라고요. 결국은 두 영화 모두 예술가의 '뮤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전해내려 오는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면 몹시 파행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성애도 많았고요, 불륜도 다반사였고.. 사랑을 죽음으로 떠나보냈거나, 사랑 때문에 죽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 모든 사랑 이야기들이 모티브가 되어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곤 했답니다. 물론 지극히 정상적인 인생을 살며 평범한 사랑을 했던 예술가들도 없지는 않았겠지만요.

예술의 모티브가 전부 '사랑'은 아닐테지만요,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집합체가 아닐까요? 그 안에는 강렬함도 평온함도 아름다움도 추함도 모두 공존하니까요. 그래서 파행적인 사랑을 겪는 예술가들은 그 감정들을 캔버스로, 글로, 음악으로 표현을 해내고 평범한 사랑을 하는 이들은 그런 강렬한 감정을 동경하면서 그 작품들을 즐기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답니다.

그렇기에 당시에는 못내 아쉽게 느껴졌던 이 영화의 결말이, 지금은 정말 좋은 결말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요. 저도 뮤즈가 있었던 시절에 글을 더 많이 끄적였던 것 같습니다. 비극이야말로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지요. 하지만 평온한 사랑을 하고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비극의 강도는 몹시 약할 수 밖에 없죠. 그렇다고 커다란 비극을 기도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그래서 예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평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더 많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류의 시대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감상 가능합니다.

PS: 여왕이 정말 엘리자베스 여왕 같다고 생각만 하고 누구인지 몰랐는데.. 이제 다시 보니 007의 M 아줌마 주디 덴치더라고요. 역시 사람은 헤어 스타일이 몹시 중요하다는.. 그리고 콜린 퍼스도 꽤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는 아주 조금의 호감도 느끼기 힘듭니다. 


덧글

  • 동굴아저씨 2012/12/04 17:43 #

    어떤 뮤즈가 오느냐에 따라서 나오는 작품도 작가의 인생도 결정되겠죠.
    러시안 룰렛같으니라고(...)
  • 미친공주 2012/12/04 18:25 #

    복불복.. ㄷㄷㄷ
  • 2012/12/04 20:4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05 16: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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