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감추는 완벽한 '알리바이'란? 조조할인

요즘 옛날 영화를 다시 꺼내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오래 전에 봤던 영화들 중에서 제법 기발했던 내용으로 인상에 깊이 남아있었던 영화 한 편을 골라냈지요. 정확한 스토리는 가물가물 했지만, 불륜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회사가 소재였던 영화였던 게 기억이 났어요. 가볍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겠다 싶어서 꺼내들었습니다.

주인공 레이 엘리엇이 운영하는 엘리엇 컨설팅은 사건사고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유한 고객들이 뒷탈 없이 바람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지요. 도덕적인 잣대를 놓고 보면 '불륜'이 전제가 된다는 것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불륜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불륜을 들키는 거라는 말도 있지 않겠어요?

한 사람과 몇십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에는 유혹이 너무나도 많은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가정을 깰 생각은 전혀 없으면서요. 최선이라고 하면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지만, 혹시라도 넘어간다면 절대 들키지 말아야하지 않겠어요? 만일 정말 엘리엇 컨설팅 같은 곳이 있다면 이용하려는 고객이 과연 없을까요? 어쨌거나 이 영화는 그런 도덕적인 잣대를 제하고 '재미'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해야 할 영화입니다. 

엘리엇이 순발력 좋고 유능한 직원 롤라를 막 영입한 이후, 역시 불륜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하려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 사건은 레이의 발목을 잡아 단순한 불륜에 대한 알리바이 제공 컨설팅이 아닌 범죄에 대한 알리바이까지 제공할 위기에 놓이지요. 그러나 이 남자, 몹시 지능적인 방법으로 이 모든 상황을 싹 정리하지요. 그 그 과정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재미입니다. 그 와중에 롤라와 미묘한 썸씽까지 만드는 레이는 진정한 능력자!

뭔가 오션스 일레븐 같은 느낌? 범죄의 재구성 같은 영화처럼 영화 중반부까지 풀어놨던 이런저런 단서들이 마지막에 딱딱 들어맞으면서 쾌감을 느끼게 만들죠.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에서 풀어놓는 단서들을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등장 인물도 꽤 많고 "이 사람들은 왜 등장하는 거지?"하는 의문도 생기거든요. 그 모든 것이 마지막 피날레를 위한 것이었고, 그 피날레 덕분에 제가 이 영화를 참 재미있다라고 생각해 왔던 거더라고요. 또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그 단서들을 다시 되짚어서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더라고요. 그러기에는 2005년 개봉작을 7년이나 지나서 봤기 때문에 새 영화를 다시 본 기분이 들었지만..   

그런데 7년 전 그저 재미있게만 이 영화를 봤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이 떠오르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서 불륜을 해야할까?"라는 의문이지요. 와이프한테 걸릴까 벌벌 떨고, 어마어마한 돈으로 알리바이 컨설팅을 받고, 걸리면 마피아 남편한테 살해를 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기를 쓰면서도 불륜을 저질러야만 하는 사람들. 물론 영화고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겠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러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애인 없는 아줌마는 6급 장애인'이라는 말이 우스개처럼 돌 정도로 불륜이 흔해져버린 세상이니, 조만간 엘리엇 컨설팅이 정말 등장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욕구는 욕구대로 해소를 하면서도 가정은 절대 깨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알리바이'를 제공해줄 수 있는.. 그래도 2005년작 이 영화는 마지막에 이야기 합니다. "남편 넷 중 하나가 바람을 피운다면 넷 중 셋은 착실하다는 거고 부인은 열 중 아홉씩이나 된다. 믿을 만한 세상 아닌가?"라고요.. 아직은 그런 세상이라고 믿고 싶네요.

어쨌거나 범죄의 재구성, 오션스 일레븐처럼 뭔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가벼운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영화는 집중력이 필수라는 거 아시지요?

ps: 

영화를 보는 내내 롤라 역의 레베카 로미즌이 너무 예뻐서 넋을 잃고 봤는데 다른 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뒤져보니 세상에.. 이렇게 예쁜 사람을 X맨에서 퍼렁색 괴물로 만들어놨더라는...ㅠㅠ   

ps2: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알리바이는 죽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