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그녀가 부르는 '거위의 꿈' 직접 들으니 100번 리플레이

일전에 SBS MTV 채널과 롯데 그룹에서 함께 하는 공연 이벤트 'The Stage : Big Pleasure'에 다녀왔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장기하를 보러 갔다가 어반자카파까지 보고 와서 아주 뿌듯했었던 공연이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 친구가 조장혁 & 인순이 공연에 당첨이 됐다고 하지 뭡니까. 저야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특히 명불허전 인순이의 공연은 꼭 한번쯤 보고 싶었던 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코엑스 오디토리움으로 향했습니다.

2번째 방문하는 코엑스 오디토리움. 벌써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천장의 장식이 정말 예쁩니다. 지난번 보다는 훨씬 뒷 좌석으로 밀려났어요. 흑흑.   

사방에 방송용 카메라가 눈에 띄지만 그것보다 더 눈에 띈 건 완연히 높은 관객층의 연령대였습니다. 심지어 지팡이 짚고 오신 할아버지까지 계시더라고요. 인순이가 얼마나 다양한 연령대의 인기를 끌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지요. 대신 살짝 불길한 기운이 엄습합니다. 왠지 지난번 장기하 공연 때처럼 신나게 뛰지는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랄까요. 딱 인순이만 생각하면서 오늘도 참 신나겠구나 그러고 갔던 공연이었거든요.

첫 무대는 조장혁의 무대였습니다. 아마 나가수를 보시는 분들은 아실 거에요. 모르시는 분들도 노래 몇곡만 들으면 딱 아시겠죠. 저도 제 친구 남자애들이 노래방에서 이분 노래 부르는 거 수없이 들었었거든요. 그대 떠나가도, Love, 체인지, 중독된 사랑.. 90년대말 줄줄히 히트곡을 쏟아냈던 가수였는데 한동안 활동을 안하다가 나가수로 컴백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또 이 노래들 모두... 다시 들어도 참 좋더군요.

뒤이어 고대하던 인순이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등장부터 인순이가 내뿜는 에너지에 확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정말 멋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가 아닌, 내년 초에 나올 앨범에 수록된 곡도 선보였고요. 그녀가 데뷔한 지도 내년이면 35주년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일을 10년을 하면 달인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35년을 하면 어떤 경지에 오르게 되는 걸까요?  그녀에게서는 연륜과 여유로움이 한껏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열정과 에너지였지요. 대체 어떻게 하면 저 나이가 되어서도 이렇게 뜨거울 수가 있을까. 부럽기까지 하더라고요.

이날 인순이는 익숙하고 좋은 노래들을 많이 불렀습니다. 그런데 '딸에게'나 '아버지'라는 노래는 제가 공감을 하기가 조금 어려웠어요. 4~50대 이상 되는 분들은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아마 가슴 뭉클하셨을 겁니다. 반면에 저는 앵콜곡으로 부른 거위의 꿈을 들으며 묘한 전율을 느꼈죠.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른다거나 좋은 노래라서 다시 듣고 싶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감동이었어요. 노래를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저 나이에 저런 표정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 저렇게 열정을 쏟을 일을 가지고 있을까.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욕망이 불끈 솟아오르더라고요.

카니발의 '거위의 꿈'은 여러 가수들에게 리메이크 되어져 왔어요. 그런데 인순이의 노래인 것처럼 알려진 것은 인순이가 부르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일 거라고만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거위의 꿈을 부르는 인순이의 모습에서 뭔가 미래에 대한 기대, 희망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쉬운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는 것, 그것이 아마도 굴곡 많은 삶을 헤쳐나온 원동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죠. 고작 서른을 넘긴 나이에 이미 꿈이 무엇인지 모르고 미래에 대한 큰 기대도 없는 시니컬한 내 모습..

공연장에서 그녀에게 받을 수 있는 위로와 에너지는 브라운관에서 보여지는 단순한 가창력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인순이의 공연을 보러 오는 거겠지요. 특히 인순이 나이대의 어른들은 30대의 제가 느끼는 충격과는 또 다른 감동과 자극을 받겠죠?

비록 장기하 공연처럼 방방 뛰는 재미는 없었고, 엉덩이가 들썩거려 혼나긴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꺼져가던 불씨를 살짝 지피고 온 것 같은 공연이었습니다. 

*** 이 공연은 SBS MTV 채널에서 내년에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