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아빠입니까? '아빠 어디가' TV이야기

새해 벽두부터 재미있다고 슬슬 소문이 들려오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밤에서 새로 시작한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였지요. 아빠와 아이가 1박 2일로 여행을 가는 내용이라고요. 평소에 아이를 끔찍히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혀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괜찮다는 이야기에 재방송으로 1회부터 보다가 푹 빠져버렸답니다. 아직 3회까지밖에 방송이 되지 않았지만요. 제가 왜 이 프로그램에 푹 빠지게 되었는지, 간단히 소개를 해드릴게요.

먼저 출연진들을 보자면, 늘 예능에서 보던 사람들이 아니어서 신선한 느낌이 있습니다. 왼쪽부터 배우 이종혁과 아들 준수(6살), 축구선수 송종국과 딸 지아(6살), 아나운서 김성주와 아들 민국(9살), 가수 윤민수와 아들 후(7살),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배우 성동일과 아들 준(7살)입니다. 그나마 예능에서 자주 보던 사람이 김성주인데, 막상 스튜디오에서는 잘하던 사람이 리얼 예능에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물론 성동일도 예능에 이따금 출연하던 배우이긴 합니다. 그런데 아들과 함께 있을 때 만큼은 예능에서의 깐죽거리는 입담을 펼치지 못하고 어색해 하는데.. 그게 또 나름의 재미를 주더라고요.

일반적인 가정에서 가족 여행들이야 이따금 가실 겁니다. 그러나 가족 여행에서도 아이들을 챙기는 것은 주로 엄마의 몫이 아니던가요? 제 주변의 엄마들의 불만은 늘 아빠들이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더라고요. 심지어 맞벌이더라도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빠보다 엄마가 많은게 대부분이고요. 아빠가 바쁘면 바쁠수록 아이와의 거리는 멀기 마련입니다. 아빠를 돈벌어오는 사람 정도로 인식해 집안의 애완동물보다 순위가 낮다는 우스개 소리도 종종 들리지요. 아이는 부부가 함께 키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세상이 발전을 하고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프로그램 속의 아버지도 여느 가정의 아빠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화면에서 단 둘만 있는데 어쩌지를 못하는 아빠, 아이 옷 벗기고 입히는 것도 서투른 아빠, 생전 요리 한번 해본적 없어 아이에게 밥도 못해주는 아빠.. 아이들의 계속 되는 질문에 쩔쩔 매는 아빠들의 모습을 보며 웃음도 나오고 안쓰럽기도 한 거죠. 물론 아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귀여움은 당연한 옵션입니다.

아빠 어디가의 최고의 스타는 윤민수의 아들 윤후입니다. 타고난 식탐에다 지아를 짝사랑하는 감정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력까지.. 게다가 젊은 아빠 윤민수가 아들을 짓궂게 놀리며 이것저것 이야깃거리를 많이 만들어 내면서 시선을 제일 많이 끌고 있지요. 물론 윤후 말고도 다른 아이들도 각자의 개성과 성격이 달라 그것들이 융화되어 나오는 시너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 시선을 가장 많이 끄는 커플(?)은 성동일 부자입니다. 성동일은 2009년에 14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아들과 나이 차이가 가장 많이 납니다. 과거 이혼한 부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란지라 평소 자식들에게도 표현을 많이 하지 못하는 편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첫 여행을 떠날 때만해도 준이가 아빠를 무서워하고 살짝 기가 죽어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준이처럼 예의바르고 얌전한 아이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사실 아빠들 일 핑계로 아이들과 마주할 시간이 적은데 이렇게 일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습니까? 또 아이들과 시골 마을을 여행하면서 아빠 세대가 알고 있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자식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아빠와 아이 두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얼마나 좋겠어요? 핸드폰과 장난감이 없으니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게 되고, 엄마가 없으니 아빠가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혹자는 이 프로그램 같이 마음이 훈훈해지는 예능을 보며 '힐링 예능'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런데 이 힐링이 단지 몇몇 연예인들만 필요할까요?

어느 아빠에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선뜻 보기가 두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찔리는 것도 많고 후회되는 것도 많지만, 자식에게 다가가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엄마인 분에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그래도 선뜻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기가 불안하다고 하더라고요. 끽해야 라면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먹이면서 아이와 게임이나 할 것 같다고요. 아빠와 아이, 둘만의 여행을 실현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를 실감이 갔습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서 아빠와 아이들만의 여행이 유행처럼 흔해졌으면 합니다. 아빠의 존재감, 세대간의 간극.. 그런 거창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작은 씨앗이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