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명 음악가의 놀라운 실화 '서칭 포 슈가맨' 조조할인

레 미제라블이 영화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에 대해 영화 평론가들은 당황해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레 미제라블이 형편없는 영화라는 말은 아니고요,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워한다는 이야기지요. 평소같으면 외면받았을 영화 중 하나인 '도가니'가 갑자기 흥행에 성공한 것 또한 그렇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회상과 시대상을 떠나서 할 수 없는 이야기지요. 한국 사회가 처한 상황, 그리고 그 당시에 대중이 원하는 것들이 맞아 떨어졌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된 소설, 영화, 음악 등은 늘 존재해왔습니다.

'서칭 포 슈가맨'도 그러한 이야기의 일환입니다. 그리고 100퍼센트 실화기 때문에 더 짜릿한 다큐영화이기도 합니다. 마치 강남 스타일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것처럼요. 아마 우리나라 한 가수의 음악이 전세계를 휩쓴다는 픽션 영화가 1년 전에 나왔다면, 다들 말도 안된다며 비웃고 흥행에 실패했을 확률이 더 높지 않았을까요?

*** 스포일러 꽤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극찬은 익히 들어왔습니다만, 이 포스터만 보면 도무지 볼 의욕이 솟지 않았었어요. 음악 이야기라는 것만 듣고 대충 본 이 포스터로 쭉 일본 영화라고 착각을 해왔지 뭡니까? 그러다가 얼떨결에 보게 되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깨닫고 또 한번 기함. 그러나 이 영화가 끝날 무렵, 저는 이 영화가 들려주는 기막힌 이야기에 홀딱 빠져버렸고 영화 속에 나온 음악에도 반해버린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네, 정말 간만에 너무너무 재미있었던 다큐 영화였어요.

1970년대 이후 남아공에서 50만 장 이상 팔렸고, 골든디스크를 열 번이나 받았으며,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의 상징이 된 한 가수가 있습니다. 시토 디아즈 로드리게즈(Sixto Diaz Rodriguez)라는 가수였어요. 남아공 사람들은 그 가수를 추앙했지만, 공연 중 분신 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었지요. 그러던 중 누군가 그 사람의 흔적이 궁금해졌고, 그가 부른 노래를 힌트로 그가 살던 지역과 다녔던 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지요. 남아공의 수퍼스타였지만, 미국에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남아공에 로드리게즈라는 가수의 음악이 알려진 건, 한 미국 소녀가 들고 온 CD 한장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속에 들어있던 노래 'I wonder'는 보수적인 영국 문화가 장악하고 있던 당시 남아공에서 몹시 충격적인 노래였지요.  

I wonder how many times you've been had
And I wonder how many plans have gone bad
I wonder how many times you had sex
I wonder do you know who'll be next
I wonder l wonder wonder I do 

I wonder about the love you can't find
And I wonder about the loneliness that's mine
I wonder how much going have you got
And I wonder about your friends that are not
I wonder I wonder I wonder I do

I wonder about the tears in children's eyes
And I wonder about the soldier that dies
I wonder will this hatred ever end
I wonder and worry my friend
I wonder I wonder wonder don't you?

난 궁금해 넌 얼마나 많은 시간에 살아봤는지
난 궁금해 넌 얼마나 많은 계획을 망쳤는지
난 궁금해 넌 얼마나 많이 섹스를 해봤는지
난 궁금해 네가 다음엔 누구랑 할 건지
난 궁금해, 정말 궁금해

난 궁금해 네가 찾지 못한 사랑이
난 궁금해 내 몫의 외로움이
난 궁금해 네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봤는지
난 궁금해 네 친구가 아닌 친구들이
난 궁금해, 정말 궁금해 

난 궁금해 아이들의 눈에 맺힌 눈물이
난 궁금해 저기 죽은 군인이
난 궁금해 이 증오가 끝나기는 할까
난 궁금해 그리고 걱정된다 친구야
난 궁금해, 정말 궁금하지 않니 

'I wonder'는 십대들에 의해 퍼저나갔습니다. 대놓고 음악으로 '섹스'를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충격의 시작이었겠지만, 노래 가사에 스며있는 시대와 인생에 대한 관조가 그들을 들끓게 했죠. 그의 음악이 금지곡이 되면 될 수록 그는 더욱 저항의 상징이 되어갔습니다. 그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죠.

그럼 궁금하실 겁니다. 이 위대한 음악가가 대체 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인건지? 시토 디아즈 로드리게즈(Sixto Diaz Rodriguez)는 1942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티에서 태어났고 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삭막한 이민자와 하층민의 세계에서 자랐고요. 그는 배관공, 철거인부 등으로 일하면서 작은 바와 클럽에서 공연을 했죠. 그의 음악성을 알아본 프로듀서들에 의해 첫 앨범인 'Cold Fact(1970)'가 발매 되었지만 고작 6장이 팔렸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앨범인 'Coming from Reality(1971)' 역시 반응이 없었고, 그는 그렇게 잊혀져갔지요.
여기까지가 우리들이 익히 아는 비운의 예술가들의 스토리와 일치하지요.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죽은 후에 인정을 받게 된 수많은 예술가들처럼, 그도 지구 반대편에서 자신의 음악이 크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채 쓸쓸히 죽어간 것이 아닌가 하고요. 그러나 대 반전이 있습니다. 더 이상은 이야기를 안하고 싶어지네요.

이 노래는 이 영화의 제목이 되게 한 'Sugar Man'이라는 노래입니다. 보시다시피 마약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남아공에서 금지처분을 받았던 노래지요.

 ...

Sugar man met a false friend
On a lonely dusty road
Lost my heart when I found it
It had turned to dead black coal.
Silver magic ships you carry
Jumpers, coke, sweet Mary Jane

...

먼지낀 외로운 길에서
슈가맨은 나쁜 친구를 만났어
내 심장을 발견했을 때
그건 죽은 석탄 조각으로 변했지
은빛 마법의 배로
헤로인과 코카인,

달콤한 마리화나를 가져다 줘

이 밖에도 많은 노래들이 이 영화 속에 등장합니다. 노래도 좋지만 노래 가사에 담긴 뜻도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그의 노래가 더 궁금하다면 이 카페의 글을 읽어보시길 바래요.

서칭 포 슈가맨, 로드리게즈의 디스코그라피

이 영화를 한마디로 축약하면 "American Zero, South African Hero"입니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생생한 실화에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신 분들 모두에게 강추드리는 영화입니다.


덧글

  • 2013/02/06 11:56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2/06 13:4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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